20·30여성들, 코로나 우울감 극복할 수 있을까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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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1년 가까이 지속하면서 이로 인한 우울감, 이른바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KBS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우울해지는 경우가 많아졌다’는 응답자는 10명 중 6명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서도 특히 젊은 여성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수입은 줄고 집콕 생활 늘어나…우울감도 증가
- 스스로에게 위로가 필요한 시점

20대 후반 여성 A씨는 얼마 전 연말을 보내며 극심한 우울감을 느꼈다고 호소했다. 영유아들을 가르치는 그는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집에서 쉬는 날이 많아 월급이 줄고 게다가 연말이었음에도 외출마저 어려워지면서 우울감이 지속된 것이다. A씨는 최근 정신과 상담을 받기 위해 병원을 알아보다가 그마저도 그만뒀다. 혹시라도 학부모들이 상담을 받은 사실을 알게 될까봐 두려웠기 때문이다. 그는 요즘 유튜브 채널을 보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으면서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우울감’ 호소…젊은 여성들에 두드러져

코로나19가 지속하면서 A씨처럼 코로나 블루를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우울감을 호소하는 정도가 성별과 직업별로 달랐다. KBS 신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 결과와 비교해 우울감이 많아졌다는 응답은 늘었고 비슷하다는 응답은 줄었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 블루’도 더 심해진 것으로 보인다. ‘우울감이 많아졌다’고 응답한 비율은 여성(68.4%)이 남성(55.4)보다 높게 나타났고, 직업군에서는 특히 주부(75.6%)와 자영업(72.4%)이 다른 직업군보다 높게 나타났다.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2019-2020년 상반기 자살 현황’에서도 올해 상반기 20대 여성 자살률은 지난해 대비 43%나 급증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20 건강투자 인식조사’도 20대 여성 56.7%, 30대 여성 50.5%, 60대 여성 57.9% 등 여성 대다수가 코로나로 인한 우울감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20대 여성 중 절반(50.5%) 정도는 코로나 블루의 원인으로 ‘외출 및 모임 자제로 인한 사회적 고립감’을 꼽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일자리, 급여 등의 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도 극단적 선택의 위험을 부추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일반적으로 호르몬 특성상 여성의 감정 기복이 더 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UN)도 코로나19 위협의 하나로 여성이 감염병 같은 재난에 더 취약하다고 꼽았다. 양육과 가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경제 활동에 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홍창형 아주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 블루 7문 7답’에서 ”기질적으로 예민한 성품을 가진 분들은 코로나 상황을 더욱 견디기 힘들어 한다”며 “뭔가 잘못될 것 같다는 불안감 때문에 자녀가 늦게 들어와도 걱정하고 나쁜 뉴스가 있으면 과도하게 걱정한다.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들어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 정도라면 스트레스 약을 한시적으로 복용하는 것도 좋다. 우울증 약 최소 단위의 반 알 정도는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내 취미생활 찾아…정신건강 자가 검진도

A씨처럼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취미 생활을 통해 코로나 블루를 극복하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통시장에서는 코로나 확산세로 인해 실내나 야외에서 혼자 즐길 수 있는 품목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한 온라인쇼핑몰에서 지난 한 달 기준(11월3일-12월3일) 전년 대비 관련 상품 판매량을 조사한 결과, 정신력 힐링과 동시에 재미를 주는 실내 취미 상품들이 수요가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블록 카테고리는 전체적으로 판매량이 증가했고, 최근 SNS에서 유행하고 있는 일명 ‘다꾸’, 다이어리 꾸미기도 주목받으며 펜, 속지 등 관련 상품 판매가 증가했다.

우울증을 완화하고 정신건강 자가 진단을 받을 수 있는 앱도 생겨났다. 지난해 말 국립정신건강센터가 만든 ‘정신건강 자가진단’ 앱은 만 6세 아동부터 청소년,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검진할 수 있다. 정신건강검진은 ‘생애주기별 자가검진’과 ‘질환별 자가검진’을 받아볼 수 있다. 검진자가 정신건강 상태를 지속적으로 점검해 질환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하고 재발 방지를 돕는다는 취지다.

‘마성의 토닥토닥’ 앱은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부정적으로 인지하고 생각하는 방식을 개선하도록 해 우울증을 완화하고 정서를 조절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이 앱을 통해 코로나19 의료 현장에 파견된 근무자들이 혹시 모를 감염에 대한 우려, 방호복 착용으로 인한 체력 소모, 격리로 인한 외로움 등 부정적 사고를 개선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려대학교 허지원 교수 연구팀과 덕성여자대학교 최승원 교수 연구팀이 복지부 국가연구개발사업인 정신건강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공동 개발했다.

코로나 블루의 증상 중 하나인 ‘불면증’ 자가 치료에 초점을 맞춘 ‘마인드 모어’ 앱은 ‘약 없이 불면증 극복하기’를 지향한다. 불면증의 정의와 원인을 알려주고 잠자리에 든 시간, 음주량, 낮잠 시간 등을 매일 기록해 관리할 수 있도록 ‘수면일기’ ‘수면환경 조성’ 등 불면증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홍창형 교수는 “우울감의 핵심은 자존감”이라며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데는 자존감과 자신감을 높이는 활동이 중요한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힘든 때일수록 규칙적인 운동을 해야 하며, 충분한 휴식만으로도 우울감, 불안감이 크게 호전된다. 칭찬으로 몸과 마음, 머리를 칭찬하면 자존감이 높아진다”며 “비참해지거나 교만해지거나 남과 비교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고 기뻐하다 보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게 된다. 매일 저녁 세 줄 감사 일기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ㆍ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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