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츠, ‘선전포고’ 한 번에 한 집 배달… ‘배달의 민족’ 잡으러 왔다

지난 6일 폭설이 내린 서울 길거리에서 배달원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배달을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지난 6일 폭설이 내린 서울 길거리에서 배달원이 눈길에 미끄러지면서 배달을 하고 있다. [이창환 기자]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국내 최대 배달 유통인 배달의 민족이 여론의 지탄 속에서 40억 달러(약 4조 4000억 원)에 독일계 배달 체인 업체인 딜리버리히어로에 인수될 예정이다. 이에 배달의 민족 경영진들은 딜리버리히어로의 지분 13%를 교환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배달 유통의 최대 약점을 보강한 서비스로 배달 업계에 선전포고를 선언한 쿠팡이츠가 배달의 민족과 정면충돌에 이른 상황이다. 배달 업계 지배 기업들의 경쟁 속에 배달원들의 불만은 속출하고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조치로 배달 기업들은 호황을 누리는 반면 배달원들은 이른바 ‘죽을 맛’이라며 하소연에 나섰다.

우리 민족 외치더니 경영진 및 투자자 배만 불리고 4조 원에 매각
우아한 형제들 김봉진 의장 딜리버리히어로 주식 1조 원 규모 취득

쿠팡이츠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등에 따라 비대면 채널이 강화되자 배달 유통 최대 약점이자 단점을 극복할 수 있는 아이디어로 배달 업계에 선전포고했다. 그간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 등 많은 배달 업체의 배달원들이 한 번에 여러 가구의 주문을 배달하면서 음식이 도착할 때쯤 식어버린 사태를 보완하기 위한 방안을 들고 나왔다. 

배달의 민족, 이제 우리 민족 아닌 게르만족?

이와 맞물려 배달의 민족이 독일계 배달 유통 전문기업인 딜리버리히어로에 매각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과거 “우리 민족은 배달의 민족”이라는 광고 카피로 많은 고객을 확보한 배달의 민족이 “이제 게르만 민족이냐”는 등 여론으로부터 비판의 화살을 받기 시작했다. 쿠팡이츠에는 시장 확보를 위한 최고의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다시 말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조치가 강화되면서 배달업이 성행하고, 업계 최대 지배 기업인 배달의 민족에 대한 비판 여론과 요기요의 매각 및 인수가 불투명한 상황. 쿠팡이츠의 신선한 아이템과 조화를 이루기에 최적의 요건이 갖춰졌다는 풀이가 나온다. 

특히 딜리버리히어로가 기존에 자회사를 통해 보유하고 있던 요기요를 매각하는 조건으로 배달의 민족을 인수할 수 있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조건부 승인을 받으면서 업계 2위 기업인 요기요 매각에 나선 상황. 이에 배달‧유통업계의 촉각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의심스러운 수수료 인상까지 보이면서 배달의 민족과 함께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배달의 민족을 경영하고 있는 우아한 형제들이 받게 될 딜리버리히어로의 지분가치가 1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업계에 알려졌다. 우아한 형제들을 이끌고 있는 김봉진 의장은 1조 원 규모의 주식부자 대열에 올라서게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특히 김 의장이 딜리버리히어로의 아시아권 합작사의 경영권까지 거머쥐게 되면서 경쟁사들의 부러움을 한 눈에 샀다. 

딜리버리히어로와 우아한 형제들이 1대1의 지분으로 설립하는 합작사 우아DH아시아의 회장으로 김봉진 의장이 취임한다. 배달의 민족이 진출한 베트남을 비롯해 아시아 11개 국가의 합자회사를 총괄 지휘하는 최고경영자가 된 셈이다. 김 의장은 “아시아시장의 배달 산업 혁신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배달원들이 배달을 위해 차도를 달리고 있다. [이창환 기자]
배달원들이 배달을 위해 오토바이를 타고 차도를 달리고 있다. [이창환 기자]

쿠팡이츠, 고객들 반응은 ‘굿’ 배달원은?

한 번에 1가구 방문 배달이라는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배달 업계 도전장을 내밀며 폭발적인 TV 광고까지 이어가고 있는 쿠팡이츠가 한 쪽에서는 소비자들로부터는 호응을 얻고 있는 반면, 반대편에서는 배달원들로부터 배달해야할 거리나 음식점 사업주들의 일방적인 행태에 불만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터져 나오고 있다는 제보가 나왔다. 

배달원 A씨에 따르면 쿠팡이츠가 한 번에 한 가구만 방문해서 배달하도록 만든 시스템은 업계에서 신선하고 고객 중심이라는 점에서 칭찬할 만하다. 하지만 쿠팡이츠와 계약하고 배달 업무를 하고 있는 배달원들은 고객이나 음식점 사업주의 사소한 실수가 배달원의 평점으로 이어지고, 음식점 방문 후 음식을 받기 전까지 배달 장소조차 모른 채 배달에 나서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A씨는 “고객의 주문이 들어가고 나서 음식점의 요리가 완료되는 시간까지 배달원들은 아무 것도 모른 채 기다리고만 있어야 한다. 픽업 콜이 와서 음식점에 갔는데, 45분을 기다리라고 했다”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을 염려하자 아르바이트생이 ‘배달하기 싫으면 취소 누르세요’라고 했는데 평점 하락이 걱정돼 60분을 기다린 끝에 한 곳을 배달했다”고 말했다. 

음식이 완료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음식점 매장을 찾아갔더니 아직 완료되지 않아 배달원이 한참을 기다렸다가 음식을 받아 배달을 했더니, 음식을 받은 주문 고객이 배달원에게 “음식점에 전화했더니 배달 간 지 30분이 지났다고 했다”며 화를 낸 사례도 있다. 음식점에서 낭비된 시간과 고객의 비난은 모두 배달원의 몫으로 돌아왔다. 

쿠팡이츠, 배달원 불만도 신경 써야

배달원 이른바 ‘라이더’를 오래 했다는 B씨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를 비롯해 다양하게 배달 관련 일을 해 왔다”며 “업체마다 특징이 있지만, 잘못된 부분은 고칠 수 있어야 하는데 쿠팡이츠는 오류가 나도 수정을 안 한다. 음식점 사업주가 (개인 사유로) 주문을 취소해도 배달원이 점수가 깎인다”고 말했다. 콜센터에 상황을 수차례 했으나 같은 일은 반복됐다. 

또 다른 배달원은 위치가 10km에 이르는 곳까지 배달을 한 적도 있다. 배달 위치가 배달원들에게 사전에 알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배달원들은 음식점에서 음식을 받아야 비로소 배달 장소를 알 수 있다. 받고 나면 감당하기 힘든 거리에 위치한 장소까지 가야 하더라도 취소할 수는 없는 상황인 셈이다. 

다만 한 번에 한 곳을 배달하면서도 기존의 배달 업무에 비해 수수료가 높아 단순 비교에서는 수익이 높은 구조이므로 배달원들이 배송 장소를 모르고도 쿠팡이츠의 콜을 받을 수 받게 없어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츠가 신선하고 획기적인 아이템으로 소비자 중심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맞다. 기존에 식어버린 피자나 치킨을 받던 소비자들이 신선하고, 때로는 따뜻한 음식을 제시간에 제공받을 수도 있다”며 “다만 쿠팡이츠는 고객과 배달원들이 모두 만족할 만한 서비스 구조를 만들이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 민족을 떠나버린 배달의 민족은 60%에 가까운 시장을 확보하고도 외국계 기업에 매각을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고, 배달 시장에 서비스 돌풍을 일으키며 그간 지배 기업의 위치에 있던 배달의 민족 대항마로 떠오른 쿠팡이츠에 대한 따가운 시선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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