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 뉴시스
양정철, 뉴시스

 

[일요서울] ‘킹메이커’, ‘삼철이’, ‘문재인의 남자’ 양정철(58) 전 민주연구원장이 미국행 티켓을 끊었다. 이를 두고 정계에선 양 전 원장의 미국행이 차기 대선을 위한 숨고르기냐, 정권 말기에 접어든 文 정부와의 선긋기냐를 두고 설왕설래다. 또 일각에선 양 전 원장의 야인 기질과 문 대통령 취임 후 무관(無官)으로 일관한 행적을 봤을 때 이미 예견된 미국행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양 전 원장은 문재인 대선캠프와 지난 4월 총선에서 장자방 역할을 맡아 문재인 정권 득세와 거여(巨與) 탄생의 일등공신으로서 정계 내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킹메이커가 됐지만, 文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결국 임관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있다.  

양 전 원장의 해외 유랑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 취임 후 미국, 뉴질랜드, 일본 등을 오가며 약 2년 동안 타지를 전전하다 총선을 앞두고 돌아와 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장을 맡아 여당의 압승에 기여했다. 하지만 그는 총선 직후 또 다시 홀연히 “이제 다시 뒤안길로 가서 저녁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내려 한다”며 다시 당을 떠난 뒤 은거에 들어갔다.

항간에선 양 전 연구원장을 두고 한고조 유방(劉邦)을 도와 한나라를 창업한 일등공신 장량(張良)에 견주기도 한다. 병을 핑계로 촌락에 들어가 은거하며 불행한 말년을 맞은 한신(韓信)과 달리 평온한 여생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보면 양정철의 미국행에서 언뜻 유방의 광기를 피해 장가계로 들어간 장량의 처세가 연상되기도 한다.  

반면 왜 미국행일까 하는 의문도 나온다. 이에 최근 진보진영 대선주자인 조 바이든이 보수층의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을 제치고 정권 탈환에 성공한 미국은 지금 양 전 원장의 정치 내공을 더욱 예리하게 다질 수 있는 최적의 환경적 요소를 갖췄다. 때문에 文 대통령의 남은 임기 동안 국내 정세를 관망하며 다음 대선을 조용히 준비하겠단 계산도 나온다.      

양정철 전 원장은 출국 후 미국 연구기관인 싱크탱크에서 정책연구를 맡게 된다. 그 동안 미국 등 해외에서 초대교수 자격으로 숱한 초빙이 있었지만 거절했고, 미국 연구직도 코로나 사태 등으로 출국을 수차례 미뤄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양 전 원장의 이번 미국행은 시기적으로 보면 文 정부와의 거리두기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지만, 차기 대선이라는 ‘빅 스테이지’가 남아 있어 향후 그의 거취를 쉽게 예측하기 어렵다. 킹메이커로서 다시 한 번 정계 무대를 밟게 될지, 그가 입버릇 처럼 얘기했듯이 대한민국 정치역사의 뒤안길로 가 이대로 쭉 은둔의 길을 걷게 될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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