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당, 전국민 재난지원금 카드 꺼내 군불때기
野, '금권선거' 비판하면서도 재보선 표심 주시
지난 총선 때 재난지원금 입장 번복, 혼선 자초
"전국민보다 선별 지급, 추경 대신 본예산 먼저"
후보들은 임대료 지원, 부채 탕감 등 대안 제시

정부, 3차 재난지원금 발표 [뉴시스]
정부, 3차 재난지원금 발표 [뉴시스]

 

[일요서울] 정부여당이 3차 재난지원금을 다 풀기도 전에 전(全)국민 재난지원금 카드를 꺼내들고 군불때기에 나서면서 국민의힘이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1년 전과 똑같은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정부는 약 9조원에 달하는 3차 재난지원금을 11일부터 집행하기로 하고 설 명절 전까진 지급대상의 90%까지 완료한다는 목표지만, 여권을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어 재난지원금이 1년 전 총선 정국처럼 재보궐선거의 '복병'으로 등장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은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과 관련해 해당 상임위나 당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논의하기로 하고, 이낙연 대표 뿐만 아니라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재명 경기지사 등 여권의 잠재적인 대권주자들도 힘을 실어주면서 국민의힘을 압박하는 모양새다.

반면 국민의힘에서는 재보궐 선거를 앞둔 시점에 집권당이 지난해 총선 때 썼던 같은 카드를 다시 꺼내들자, '돈 풀기 선거'로 규정하며 맞받았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4월 선거를 노린 것인지, 제대로 된 재원 대책은 있는 것인지 너무 황당하다"고 했고,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전국민재난지원금 카드를 서울·부산시장 선거 90여일을 앞두고 부랴부랴 꺼내 든 것은 떠나가는 민심을 돈으로 사보겠다는 얄팍한 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은 일단 여권의 선거전략을 '금권선거'라고 비판하면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표심을 가르는 돌발 변수가 될 수도 있어 선거에 미칠 파장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6일 만 18세 이상 562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에서도 전국민 재난지원금 공감 68.1%, 비공감 30%로 찬성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국민의힘이 여당의 선거전략에 말려들지 않으려 하면서도 간과할 수만은 없는 실정이다.

민주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공약이 지난해 총선 압승에 상당부분 기여한 측면이 있는 만큼 국민의힘으로서는 '전국민'과 '선별지급' 사이에서 다시 한 번 고민스런 상황에 빠질 수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지난해 총선 직전 정부여당이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추진하자 유권자 표를 매수하기 위한 '표(票)퓰리즘'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가, 민심이 찬성 쪽으로 급격히 기울자 총선을 불과 열흘 앞두고 전국민 재난지원금 50만원을 공약으로 내걸고 태세를 전환했지만 판세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놓고 당 내 갈등 양상을 보이면서 내홍을 겪기도 했다. 당의 총선백서에서도 "재난지원금 폭탄에 밀릴수 밖에 없는 상황이긴 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정권 심판을 앞세웠다가 급하게 재난지원금 태세를 전환, 다시 번복하는 등의 혼선이 패배를 불렀다는 점"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부적으로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에 일정부분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어 정부여당의 재난지원금 논의가 본격화되면 여야 간 협상 테이블도 곧 마련되지 않겠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4차 재난지원금 지급 필요성을 인정하더라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론에 대해선 선을 긋는 분위기다. 추경 대신 본예산을 사용하거나 지출구조조정을 통한 재원 마련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예결위 야당 간사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선거를 앞두고 의도가 참 불순해보이지만 추가 재난지원금 지급은 필요한 것 같다"면서 "헬리곱터식 돈 뿌리기나 다름없는 전국민 재난지원금 방식은 맞지 않고 피해업종, 취약계층을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추 의원은 "영업정지를 했으면 국가는 거기에 맞는 응당한 생존자금을 지원해야하지 않겠냐"며 "정부가 4차례나 추경을 하고 3번째 재난지원금을 쏟아붓고 있는데도 필요한 곳에, 필요한 지원을 제대로 실효성 있게 할 수 있는 실태 파악이 안 돼있고 준비도 부족해 형평성 시비가 일까 걱정된다"고 했다.

야권에선 대체로 '전국민'보다는 선별 지급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유승민 전 의원은 "단순히 1/n의 산술적 평등은 결코 공정과 정의가 아니다"라며 "고소득층에게 줄 100만원을 저소득층 가족에게 보태줘서 100만원을 두 번 줄 수 있다면 그게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상현 무소속 의원은 "지금은 코로나 장기화로 피폐해져가는 자영업 등의 현장 부합형 방역수칙 개편과, 직접적으로 타격받은 중소기업, 영세업자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며 "선거를 앞두고 사탕발림 이벤트를 쏟아낼 때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보궐선거에 미찰 파장을 무시할 수 없는 만큼 야권의 서울·부산시장 예비후보들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편 전국민 재난지원금 대신 정책 대안을 내놓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윤희숙 의원은 "장기화되는 위기 속에서 단타적인 지원만으로는 더 이상 삶의 기반이 무너지고 희망을 놔버리는 것을 막기 어렵다"며 "적어도 임대료만이라도 영업제한조치가 계속되는 동안에는 제한조치에 적용되거나 매출이 급감한 사업자에게 쭉 보장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오신환 전 의원도 집합제한·집합금지 피해업종의 영업손실 보상 차원에서 '임대료 나눔법' 제정을 정부에 촉구했다.

이혜훈 전 의원은 코로나방역으로 어려움을 겪는 모든 사업장들에 대해 정부가 나서서 대출부담을 파격적으로 덜어줘야 한다면서 "코로나 피해 사업장의 대출금 연체는 정부 방역조치에 순응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언주 전 의원은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사실상 아사 직전이라는 말이 나온다"며 "영세자영업자 몰락 및 신용불량 방지 부채탕감전담팀 구성"을 정부에 요청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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