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결정서 읽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
북한 조선노동당 제8차 대회 결정서 읽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시스]

 

[일요서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8차 당 대회에서 자력갱생을 중심으로 한 5개년 경제정책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미국 전문가들은 자력갱생으로는 경제난을 돌파할 수 없다며 과감한 개혁정책과 외부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미국의 소리(VOA)가 13일 보도했다.

트로이 스탠거론 한미경제연구소(KEI) 선임국장은 VOA에 "제재에 직면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정책을 취하고 있는 북한으로서는 경제 붕괴를 피하기 위해 내부적 노력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몰렸다"고 말했다.

벤자민 실버스타인 외교정책연구소인 연구원도 "북한이 경제적으로 매우 고립된 상황에서 개혁을 동반한 핵 협상 양보를 원치 않는다면 자력갱생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브래들리 뱁슨 전 세계은행 고문은"김 총비서가 자력갱생을 강조하면서 산업 부문별 목표를 제시했지만 목표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총비서가 목표 달성을 위해 어떻게 기술력을 도입할 것인지, 투자는 어떻게 할 것인지, 재정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밝히지 않았다"며 "노동만 투입해서는 목표 달성이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현행 경제정책을 넘어서는 새로운 내용이 없다"며 "특히 경제 청사진 제시가 “매우 미시경제적이며, 경제 목표 달성과 재정 투입에 대한 거시경제적 이해와 방향 제시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김 총비서가 개혁의 주체로 내각을 앞세워 왔고, 그 기조가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뱁슨 전 고문은 "이번 보고에 시장에 대한 언급이 없고, 사기업과 국영기업간 상호작용에 대한 언급도 없다"며 "시장이 이미 북한에서 거대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을 감안할 때 정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부분"이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의 낙후된 금융체제 개혁이 시급하다며,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선 자본을 효율적으로 동원하고 분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윌리엄 브라운 미 조지타운대 교수는 북한이 모든 것을 자급자족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북한 자력갱생의 문제는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는 점"이라며 "특히 석유와 천연가스가 전혀 나지 않고, 플라스틱과 비료 등 석유로 만드는 모든 제품도 수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의 사업총화 보고는 과거 70년간 계속돼 온 북한 정권의 정책을 답습하는 것"이라며 "주민들과 시장이 스스로 경제 목표를 세우도록 허락하지 않고, 평양의 당국자들이 이런저런 목표를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브라운 교수도 현재 북한에 필요한 것은 은행, 외환, 예산 등을 망라하는 금융개혁이라고 밝혔다. 완전한 계획경제가 아니고 시장화가 이미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식 경제의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브라운 교수는 8차 당 대회 논의 내용이 아직 다 공개되지 않았다며, 이념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세부 내용에 시장개혁적인 요소가 들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 북한 정보 분석관을 지낸 이민영 연구원도 "개혁정책의 기조는 유지되고 있지만 2016년 당 대회 때보다 개혁의 색채가 옅어진 것처럼 보인다"며 "아무리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더라도 더 과감한 개혁정책과 외부환경의 개선 없이는 자력갱생 정책은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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