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부장서 부부장 강등…김정은과 갈등 기미
개인 명의 담화 내놔 일시 강등이라는 해석도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13일 보도했다. [뉴시스]
북한 노동신문은 12일 제8기 당중앙지도기관 성원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찾았다고 13일 보도했다. [뉴시스]

 

[일요서울]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동생이자 북한 2인자인 김여정이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서 부부장으로 강등된 사실이 확인됐다.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탈락한 데 이어 직책까지 낮아지면서 강등이 최종 확인됐다. 다만 김여정은 개인명의 담화를 북한 매체에 게재해 대남 총괄 지위는 유지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3일 오전 '김여정 당중앙위원회 부부장 담화'이라는 제목의 담화를 보도했다. 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었던 김여정 직책이 부부장으로 낮아졌음을 공표한 것이다.

지난 11일 공개된 신임 당 정치국 위원 명단과 후보위원 명단에서도 김여정의 이름이 오르지 않아 신상에 변화가 있음이 감지됐고, 이번 담화 제목을 통해 강등이 최종 확인됐다.

당초 우리 정보당국은 김여정이 이번 8차 당대회를 계기로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위원으로 승진하고 북한 2인자 자리를 공고히 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북한은 이번 당대회 인사를 통해 우리 정보당국의 예상을 뒤엎었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고 6일 방송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고 6일 방송했다. [뉴시스]

김여정 강등에 대해 국가정보원은 오빠인 김정은과의 사이에 갈등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지난 12일 노동당 8차 당대회 조직·인사 관련 분석보고서에서 "김여정이 후계자, 2인자 등으로 거론되는 것이 김정은에게 부담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며 "젊은 여성이 백두혈통이라는 이유만으로 고위직에 오르는 데 대한 간부들과 주민들의 부정적 시선 내지 반발을 염두에 두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만 김여정이 완전히 실각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김여정은 당대회 폐막과 동시에 개인 명의 담화를 내면서 대남 총괄 지위를 유지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김여정은 담화에서 특유의 구어체로 우리 군 당국을 '기괴한 족속', '특등 머저리'로 칭하며 대남 비난을 이어갔다.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고 6일 방송했다. [뉴시스]
북한 조선중앙TV는 노동당 제8차 대회가 5일 평양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개막했다고 6일 방송했다. [뉴시스]

아울러 북한이 김정은 총비서 추대에 초점을 맞추고 1인 지배 체제 공고화를 꾀하기 위해 김여정을 일시적으로 강등시킨 것일 뿐 김여정이 2인자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 직책을 맡진 않았지만 김여정은 여전히 대남문제를 총괄하고 있다"며 "지난 강경화 장관 발언 등에도 민감하게 반응했듯이 대남 문제에 대해 실시간으로 반응함으로써 남쪽 여론이 오빠인 위원장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경우 즉각 반응함으로써 충성심을 내비치고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고 평했다.

양 교수는 또 "김여정 강등설 등이 나오자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이 시점에서 담화를 보냈다. 부부장으로 강등됐지만 자신의 존재감을 과시하려는 것"이라며 "조직지도부에서 대남대외 문제를 계속 관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대남대외 담당 비서가 비어있으므로 언제든지 등극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정성장 윌슨센터 연구위원 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북한이 제8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138명의 당중앙위원회 위원 명단이 공식서열을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복잡한 기준에 의해 작성돼있기는 하지만, 김여정의 이름은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의 뒤 3번째에, 박태성 선전선동 담당 비서 바로 다음에, 그리고 리영식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과 김성남 당중앙위원회 국제부장보다 앞에 호명되고 있다"며 " 따라서 그의 실질적인 위상이 낮아졌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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