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농협중앙회]
[사진=농협중앙회]

[일요서울 ㅣ이범희 기자] 농협 내부가 인사로 시끄럽다. 계열사 수장에 이성희 농협중앙회장과 지역적 연결고리가 있는 경기∙영남권 출신들이 CEO에 오르고 있다. 농업계는 최근 인선과 관련해 이 회장이 친정체제를 본격화하려는 의도로 풀이한다. 농협노조는 과거 농협중앙회장이 자신의 선거를 도운 올드보이들을 귀환시키고 있다며 납득할 만한 인사를 실시하지 않을 경우 회장 선거에서 발생한 부정행위에 대해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성희 친정체제 구축, 농협은행장도 경기 출신 '권준학' 등용
계열사 독립성 훼손, 노조 “선거 도운 인사 복귀...보은 인사 우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지난해 2월 취임했다. 취임 초만 해도 지역 안배에 고심한 인사를 펼쳤다면 최근에선 사뭇 다른 행보를 보인다.

CEO인사코드 '경기;영남권

금융권에 따르면 2021년 1월1일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NH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최고경영자가 대부분 경기권 또는 영남권 인사로 채워지고 있다. 

이 중 김인태 농협생명 대표는 경기도 파주 출신이다.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에서 계열사인 NH농협생명 대표로 자리를 옮겼다.

마찬가지로 같은 날 변경된 박태선 NH농협캐피탈 대표는 경기도 파주 출신으로 '경기권'으로 분류된다.

농협금융지주 수장으로 낙점된 손병환 전 농협은행장은 영남권(경상남도 진주) 인사다. 2020년 NH농협은행 은행장에 오른 지 1년도 안 돼서 NH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내부승진할 만큼 중용된 대표적 인사다.

하루 앞선 지난해 12월31일 선임된 권준학 농협은행장도 '경기권' 인사로 이미 예견됐던 인사였다.

그는 경기도 평택 출신이다.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에서 NH농협은행 은행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권 행장은 이 회장으로부터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이 회장은 2020년 초 NH농협은행 부행장으로 있던 권 행장을 농협중앙회의 핵심부서인 기획조정본부로 불러들인 바 있다.

뿐만아니라 농협금융의 주요 경영 사항과 CEO 인사 등을 결정하는 이사회에도 이 회장과 밀접한 인물이 새롭게 합류했다. 농협금융은 방문규 전 사외이사가 수출입은행장에 선임되며 오랜 기간 공석으로 있었던 사외이사 자리에 이종백 김앤장법률사무소 변호사를 선임했다. 이 사외이사는 지난 2010년부터 2016년까지 농협중앙회 감사위원을 역임하며 당시 감사위원장이었던 이 회장과도 함께 일한 경험이 있다.

이처럼 손 회장에 이어 권 신임 농협은행장까지 연쇄 인사가 이뤄지면서 이 회장의 색깔이 짙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정 체제'가 강해질 것이란 얘기다. 농협은 중앙회가 지주 지분 100%를, 또 지주는 은행 지분을 100% 갖고 있다.

한 농협금융 내 관계자는 “출신 지역만을 보고 인사를 결정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최근 인사를 계기로 농협금융에 대한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본적이 경기도이며 대구·경북지역 조합장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다.

영남지역 조합장은 최원병 전 회장과 이 회장과의 관계를 이유로 지난해 중앙회장 선거 당시 이 회장의 당선을 도왔다. 이 회장이 과거 최 전 회장 시절 중앙회 감사원장을 지냈던 최측근이었으며 최 전 회장은 경상북도의원 등을 지낸 농협 대표적인 영남권 인사다.

안전정 경영활동 어렵다 우려도

일각에서는 농협은행장에서 이 회장 측근이 등용되면서 금융지주로서의 독립성과 안정적인 경영활동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234만여 명의 조합원을 대표하며, 산하에 두고 있는 28개 계열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또 농협금융은 농협중앙회에 직전 3년간 연평균 매출액의 최대 25% 범위 안에서 분기마다 농업지원사업비를 내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단일 체제로 갈 수밖에 없고 농협 내 인사까지 농협중앙회 회장의 의중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여서 신경분리가 무색하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관료 출신 회장이 선출돼야 금융지주 독립이 그나마 이뤄질 수 있었을 것”이라며 “이번 내부출신 회장 선임으로 농협중앙회장의 입김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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