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참혹함은 중국의 오랜 전통 문단(文壇)의 주제였다. 시성(詩聖)으로 불리는 당나라의 두보(杜甫)는 다음의 시에서처럼 전쟁의 속살과 그늘을 제대로 헤집어 본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주문주육취(朱門酒肉臭), 노유동사골(路有凍死骨), 영고지척이(榮枯咫尺異), 추창난재술(惆悵難再述)····” “붉은 문(부자 집 대문) 안에서는 술과 고기 냄새요, 길가에는 얼어 죽은 사람의 해골이 구른다. 영화와 시듬이 지척으로 판이하니, 마음이 슬퍼져서 더 적어갈 수가 없구나.”

인구 감소는 전쟁보다 더 무섭다. ‘지방 소멸’이 ‘대한민국 소멸’로 연결될까 두렵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감소 등 ‘인구절벽’은 국가 존망(存亡)과 연결된다. 일을 하고, 세금을 내고, 병역을 맡을 자원이 급감하면 내수 위축, 생산성 하락, 세수 감소 등으로 직결되어 경제성장률의 하락은 불가피하고, 나라의 장래도 암울해진다.

‘인구 수축 사회’까지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말 우리나라 주민등록인구는 사상 처음으로 감소했다. 전쟁 없는 평화 시기에 인구의 자연 감소가 일어난 최초의 국가가 일본이었는데 한국이 그 뒤를 잇고 있어 씁쓸하다. 국내 총인구(내국인+외국인)는 2028년 5194만 명으로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지만, 코로나 19 위기로 감소 시점이 당초 예상됐던 7년 후보다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185조 원을 쏟아붓고도 2019년 출산율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어 저출산 대책은 고비용무효율 대책으로 전락했다.

이에 정부가 이달 말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에 대응한 구체적 대책을 마련할 방침인데, 몇 가지 방안을 제안해 본다.

우선 인구 수축에 대한 대책으로 급한 것은 단기대책이다. 노동력 공백으로 인한 노동시장 붕괴를 막을 수 있는 효과적인 정책으로는 외국인 인재 영입 확대와 정년 연장이 있다. 이에는 외국인 근로자들과 퇴직자들이 청년들과 제로섬 게임을 벌이지 않도록 다양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외국인 인재 영입은 각종 진입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 정년 연장 대책은 비용 일부를 정부가 매칭해 주는 방안과 소득세, 법인세 감면 혜택 등 기업 부담을 덜어줄 방안이 요구된다. 4차산업혁명에 따른 산업구조가 재편되는 상황에서 정년 연장으로 늘어날 고령 인력을 활용할 방안이 필요하다.

다음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난임 부부 지원, 입양 활성화, 비혼 가정 자녀양육 지원 등 정교한 인구정책이 시급하다. 특히 난임 부부는 전국에 15만~20만 쌍이 넘는데, 이들이 낳은 아이가 전체 출산아의 6% 이상이다.

성과 없는 ‘무늬만 저출산 예산’을 줄여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한 차례 시술에 300만 원이 넘는 비용 부담 때문에 포기하는 난임 부부를 지원하는 예산을 늘리면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년 연장’ 문제는 연금과 건강보험 등의 재정과 맞물려 있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사회적 협의와 세심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은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선택적 처벌법이다. 과잉 처벌은 물론 법조문이 불명확하고 위헌 소지마저 제기되고 있다. 비슷한 제도를 일찍 도입한 영국의 사례를 봐도 산재사망률이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

지금 중소기업인들은 잠재적 범죄자가 돼 “코로나 사태만 잠잠해지면 베트남으로 떠나겠다”며 ‘탈(脫)한국’까지 고민하고 있다. 중소기업계는 처벌 대상이 되는 대표이사 및 안전담당 임원 구인난이 벌어지는 등 벌써부터 부작용이 현실화하고 있다. 향후 인구 수축에 대한 대비와 일자리 확충을 위해서라도 지키기 힘든 법을 누구나 지킬 수 있게 보완해야 한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인구 감소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노동, 연금, 건강보험뿐만 아니라 복지 재정 개혁을 서둘러야 한다. 수도권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지우기 위해 지역 소멸과 대학 소멸에 대한 근본적인 극복 방안도 모색해야 한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은 있지만 ‘범정부 인구정책 태스크포스(TF)’의 실효성 있는 비상대책이 나와 주길 기대한다. 감동 없는 정책은 ‘날개 없는 비행기’로 추락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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