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부엌, 화장실 등 불안해서 어떻게 공유하나···서로 불신만 늘 것”

LH 홍보물. [사진=조택영 기자]
LH 홍보물. [사진=조택영 기자]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속 청년 매입임대주택 예비입주자를 모집, 2명 또는 3명이 같이 사는 셰어하우스 형태의 집을 전체 중 11%를 공급하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와 이목이 집중된다. 제보자는 “코로나 시국에 청년들에게 이러한 집(셰어하우스)을 공급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공급 호수를 채우기 위한 보여주기 식 꼼수”라고 주장했다. 어떤 내용일까.

제보자 이해할 수 없다” vs LH “공급 물량 최소화···안 고르면 돼

지난해 12월28일 LH는 청년 매입임대주택 예비입주자를 모집하는 공고를 게시했다. 지역은 전국 단위이며, 서울시, 부산시, 대구시, 인천시, 광주시, 대전시, 울산시, 경기도, 강원도, 충청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등으로 공급 주택이 분포돼 있다.

총 공급호수는 597실이고, 모집 인원은 1575명이다. 문제는 597실 중 약 11%(66실)가 2명 또는 3명이 같이 거주하는 셰어하우스 형태라는 점이다. 2명 또는 3명의 방이 개별이라고 해도 거실, 화장실, 부엌 등은 공유해야 한다.

이 때문에 청년들이 셰어하우스에 들어가게 되면 코로나19 불안 및 불신 속에서 지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해당 공고는 지난 11일 접수기간이 끝났다. 계약체결일은 오는 2월18일이다. 입주지정기간은 계약체결 후 60일 이내다. 4월 중순까지는 입주를 완료해야 하는 셈이다.

청년 제보자 A씨는 일요서울에 “코로나 속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거실, 화장실, 부엌 등을 과연 공유할 수 있을까. LH는 이 문제에 대해 깊게 생각해 봤는지 의문”이라며 “또 서로(입주자) 챙겨주고, 보듬어주려 하겠는가. 다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친해지지 않았다면 어디를 돌아다녔는지도 모를 텐데 안 봐도 앞날이 너무 뻔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LH “필요한 사람 있어

없애긴 힘들다”

그러나 LH 측은 ▲2017년부터 셰어하우스를 공급하고 있는 점 ▲코로나19 상황 등으로 인해 셰어하우스 공급 물량을 최소화한 점 ▲예비입주자 자격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원하지 않을 경우 셰어하우스를 고르지 않으면 되는 점 등을 이유로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LH 관계자는 일요서울에 “청년임대주택 중 셰어형 도입은 지난 2017년 주거복지 로드맵에 천명된 이후부터 시행됐다. 요즘 코로나19 등 상황으로 인해 물량을 최소화한 상태”라며 “총 가구 중 1인가구(단독) 유형이 약 90%다. 2인가구와 3인 가구는 약 10%에 불과하다. 이런 식으로 최소화해서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청년 신청자분들이 바로 셰어하우스를 골라서 들어가는 형태가 아닌, 예비입주자 자격을 얻는 절차다. 예비입주자로 선정되면 주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 그때 셰어하우스를 원하지 않으면 단독 1인가구 주택을 선택하면 된다. (1인가구) 물량이 많이 배정돼 있어 선택하시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걸(셰어하우스) 아예 없앨 수는 없는 게 공유형 거주를 희망하는 수요가 분명히 있다. 형제자매가 같이 살고 싶다든지 이런 분들이 있어서 이런 수요를 무시하고 모든 주택을 1인가구로 배치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형제자매가 아닐 경우) 나중에 주택을 선택하실 때 공유형 주택(셰어하우스)을 안 고르면 된다. 1인가구형 주택을 선택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LH는 모집 공고문에서 ‘공동거주형 주택 동호지정 시 신청자의 형제자매(서류제출을 완료한 적격자인 경우에 한함)에 대한 우선공급이 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다.

“가고 싶어서 가나

돈이 없어서 간다”

그러나 A씨는 LH의 입장이 청년을 더 좌절하게 한다고 말했다. 어쩔 수 없이 셰어하우스를 고르게 된다는 것. 청년 매입임대주택 모집 경쟁률이 치열해 예비입주자 뒤 순번은 어쩔 수 없이 셰어하우스를 고를 수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코로나 상황에서 셰어하우스를 원하는 사람이 11%나 있을까? 사실상 공급호수를 채우기 위한 ‘보여주기 식 꼼수’처럼 보인다”라며 “셰어하우스 공급이 청년 주택난 해소를 위해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통계상으로만 보여주는 주택난 해소 아닌가. 기숙사형도 아니고, 매입임대주택에 2~3명이 같이 사는 게 말이 되는가. 코로나19 상황을 차치하고도 공동 2인 주택인데 남녀공용인 곳이 많다. 가격(월세)도 (셰어하우스라고 해서) 무조건 싼 것이 아니다. 청년들이 진짜 (셰어하우스가) 좋아서 들어가려고 할까? 돈이 없어서 들어가는 사례가 더 많을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또 “결국 1인가구 형태를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셰어하우스를 내놓는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생각하지만, 정말 어쩔 수 없다면 다른 공고로 올리면 되는 것 아닌가”라며 “청년 매입임대주택 예비입주자로 선정이 돼 기쁨에 차 있다가도 ‘앞 순번이 1인가구를 다 고르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다. 선정이 되더라도 예비입주자 뒤 순번이라면 셰어하우스로 들어가라는 것 아닌가. 이마저도 형제자매가 우선공급이다. 처음부터 모든 주택을 1인가구로 배치했으면 집 걱정이 없어질 사람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싫으면 고르지 마’식의 LH의 입장은 청년을 우습게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공고의 경쟁률은 치열했다. 서울시 성북구 청년매입임대 주택의 경우 공급 호수는 11실, 모집인원은 33명인데 신청건수는 2805건에 달했다. 강동구의 신청건수도 상당했다. 공급호수는 6실, 모집인원은 24명이지만 2178명이 신청했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전국 총 공급호수는 597건, 모집인원은 1575명인데 신청건수는 무려 1만5000여 건에 달했다.

셰어형(공유형) 공공임대주택은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대표적인 청년 주거안정 대책이다. 그러나 ‘코로나 정국 속 셰어하우스 입주자 간 불신과 감염 우려’, ‘경쟁률이 치열한 점 등 때문에 마지못해 셰어하우스를 고르게 될 가능성’ 등 A씨의 주장처럼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대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로 공유 부동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입주자 또는 이용자를 찾지 못하고, 문의조차 끊긴 실정이다. 공간을 공유하면서 입주자 또는 이용자 간 정서적 교류를 하는 등 공유 부동산의 장점이 코로나19 같은 감염병이 번질 때에는 치명적 단점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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