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행. [그래픽=뉴시스]
폭행.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해 1월1일 클럽에서 시비가 붙은 20대 남성을 폭행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기소된 태권도 전공 체육대생 3명이 항소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성수제)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 김모(22)‧이모(22)‧오모(22)씨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각 징역 9년을 15일 선고했다.

재판부는 “머리나 얼굴, 목 부위는 생명 활동에 중요 역할을 하는 여러 주요 혈관이 밀집돼 있다”면서 “그곳을 강하게 가격하면 치명상을 입을 수 있고, 공격 정확도 등이 증가할수록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은 일반인도 아는 상식”이라고 밝혔다.

이어 “아무런 보호수단 없이 노출된 머리 부위를 강하게 가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은 해부학 지식이 정확해야 알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김 씨 등이 의도적으로 머리를 가격해 치명상을 입은 것이 명백하다”고 전했다.

또 “김 씨 등이 모두 태권도 유단자로서 의도를 갖고 가격할 때 정확도와 강도는 일반인에 비할 수준이 아니다”면서 “이 사건 범행 당시는 시합과 같이 서로 대비한 상태가 아니라 피해자가 전혀 방어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재판부는 “김 씨 등은 격분한 상태에서 피해자를 둘러싸 머리와 얼굴을 겨냥해 가격했고, 특히 오 씨는 구둣발로 피해자 얼굴을 차고 쓰러진 머리를 김 씨도 구둣발로 축구공 차듯 재차 걷어찬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 씨 등의 주장대로 태권도 유단자가 타격을 가했다고 무조건 살인 고의가 인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살인의 고의 유무와 공모 여부는 여러 정황 등을 종합해 경험칙으로 추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많은 시합과 훈련을 거친 김 씨 등은 상대 선수가 실신하면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잘 알 것”이라며 “구호조치를 않고 피해자를 홀로 두고 현장을 벗어난 사정에 비춰보면 사망 가능성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토대로 재판부는 김 씨 등의 살인 고의와 공모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다만 “김 씨 등이 애초부터 살해하려는 적극적인 살해 의도는 보이지 않고, 시비 끝에 격분해 충동적‧우발적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앞서 1심은 “김 씨 등에게 살인의 미필적 고의가 인정된다”며 “비록 처음부터 살해 공모를 안 했어도 폭행 당시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보이므로 암묵적 살인 공모가 인정된다”며 각 징역 9년을 선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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