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달라진 安, 이유 있는 변신?

안철수 [뉴시스]
안철수 [뉴시스]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최근 정치행보를 두고 “정말 달라졌다”는 평가가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월 정계복귀 선언 이후 2022년 대선을 목표로 달리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문재인 정부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며, 야권진영의 ‘제3지대 통합론’을 주장해왔다. 그러다 최근 안 대표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 비서 성추행 의혹으로 발생한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평소 ‘샌님’, ‘간철수’로 비판받던 안 대표의 모습은 점차 사라지고 있었다. 일요서울은 안 대표의 변신을 추적해봤다. 

-엄경영 “안 대표 정치적 승부, 칼날 위 서있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1월2일 정계복귀를 선언했다. 이날 안 대표는 자신의 SNS에 올린 글에서 “이제 돌아가서 어떻게 정치를 바꾸어야 할지, 어떻게 대한민국이 미래로 가야 하는지에 대해 상의 드리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정치를 다시 시작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며 “우리 국민께서 저를 정치의 길로 불러주시고 이끌어주셨다면, 이제는 제가 국민과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는 국가의 미래를 위한 봉사’라는 제 초심은 변치 않았음을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며 “외로운 길일지라도 저를 불러주셨던 국민의 마음을 소중히 되새기면서 가야 할 길을 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저는 지난 1년간 해외에서 그동안의 제 삶과 6년간의 정치 활동을 돌아보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다”며 “국민들께서 과분한 사랑과 큰 기대를 보내주셨지만 제 부족함으로 그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정치는 8년 전 저를 불러주셨던 때보다 더 악화하고 있다. 이념에 찌든 기득권 정치 세력들이 사생결단하며 싸우는 동안 우리의 미래,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계속 착취당하고 볼모로 잡혀있을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은 장차 어떻게 될지 암담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안 대표는 “국민이 대한민국의 부강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이 국민의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며 “미래를 내다본 전면적인 국가혁신과 사회통합, 그리고 낡은 정치와 기득권에 대한 과감한 청산이 필요하다. 그래야 우리는 다시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안 대표가 SNS를 통해 밝힌 정계복귀 선언의 시작은 철저한 ‘자기반성’이었다. 그러나 이런 그의 노력과는 별개로 지난해 4.15총선에서 국민의당은 3석이라는 초라한 결과를 얻었다. 이어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도 총선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얻은 가운데 비대위 체제로 전환하며 반전을 꾀했지만 마땅한 대안과 인물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야권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안 대표에게 반전의 기회가 생겼다. 박원순, 오거돈 전 서울·부산시장이 성비위 문제로 자리에서 물러나게 되어 서울, 부산에서 재보선이 치러지게 됐기 때문이다. 야권은 오는 4월7일 재보선을 앞두고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힘을 합쳐야 하는 형국이었다. 

안 대표는 지난해 11월6일 국민의힘, 국민의당 의원이 함께 참여하는 연구단체인 국민미래포럼에서 “(내년 재보선에서)지지 기반을 넓히고 (야권에 대한) 비호감을 줄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며 “그 방법은 새로운 정당의 형태가 될 수도 있고 연대 형식 형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대표의 주장은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플랫폼이 아닌, 중도진영을 포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제3지대 신당 또는 정치플랫폼을 만들어 서울시장 재보선을 치르자는 것이었다. 또 안 대표 자신이 정권교체를 위해서라면 서울시장 출마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뜻도 내비쳤다. 안 대표는 선제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들어내며 야권진영에 정치적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다. 

안 대표가 보수야권에 던진 ‘제3지대 통합론’은 국민의힘 내부에 논란을 던졌다. 국민의힘에서 잠재적 당대표 후보로 거론되는 조경태 의원은 지난해 11월10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가 제안한 혁신 플랫폼을 우리가 검토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의원은 “야권이 분열된 상태에서 각종 선거를 치르게 되면 상당히 불리하다”며 “느슨한 연대든 좀 더 강도 높은 연대 혹은 통합이든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갖고 풀어나가는 게 좋겠다”고 말했다. 

장제원 의원도 같은 날 “국민의힘, 국민의당, 무소속 모두가 힘을 합쳐 집권하는 것만이 정권을 상납한 우리의 죄를 용서받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창당과 합당 등을 반복한 안 대표에 대한 비판엔 “우리들의 일그러진 정치 이력들을 들춰내기 시작하면 야권 인사 중 정치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나”라며 “바른정당, 바른미래당, 새로운보수당, 미래통합당 등도 몇 번을 창당했느냐”고 했다. 안 대표의 주장이 야권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서울시청 [뉴시스]
서울시청 [뉴시스]

 

- 安 ‘대선 포기’ 하고 서울시장 출마... 달라졌나?

그리고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2021년 차기 대선을 포기하고 오는 4월7일 서울시장 재보선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울시장직은 전체 국민의 절반이 거주하는 대한민국 수도의 시정을 총괄하는 자리일 뿐만 아니라 지자체 단체장 중 유일하게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도 예외적으로 참석해 ‘소통령’으로서 정치적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안 대표가 정치적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안 대표는 이날 기자 회견에서 “그동안 당 안팎에서 많은 분들이 제게 서울시장 출마를 요청하셨지만, 저는 다음 대통령선거에서 대한민국의 새로운 변화와 미래에 대한 구상을 국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중도실용 정치로 합리적 변화와 개혁을 실현하자 했다”며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는 “무너져 내리는 대한민국을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켜보면서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며 “결자해지의 각오와 서울의 진정한 발전과 혁신을 다짐하며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후보, 보수야권단일 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발언과 행보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기대와 경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차기 대권을 노리고 있는 원희룡 제주지사는 “안철수 대표의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환영한다.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 시민과 국민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는 이야기에 강하게 공감한다”며 “야권은 뭉쳐야만 한다. 문재인 정부의 무능과 거짓에도 무기력했던 야권의 승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하나가 되어야 한다. 저도 힘을 보태겠다”고 안 대표의 출마를 지지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도 SNS에 “안 대표의 보선 참여가 야권 단결의 시발점이 되어 정권 탈환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무능과 독재의 문재인정권에 대한 심판은 시대의 엄중한 요청”이라며 “통합된 야권의 서울시장 보선 필승이 나라를 되살리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해 12월20일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안철수는) 여러 후보들 가운데 한 명일 뿐이다. 별다른 반응을 보일 것 없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서울시장 출마를 준비 중인 보수야권 예비후보들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조은희 서울 서초구청장은 SNS에 “정치 입문 10년 동안 한 번도 경선하지 않고 꽃가마 탄 특권의식이나 이번에도 경선 없이 쉽게 가고 싶은 ‘꽃 철수’는 안 된다”며 “서울시장 자리는 개인의 정치적 욕망을 위해 거쳐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서울시정의 연속성을 위해서라도 지금만이 아니라 차기든, 차차기든 대선 도전의 꿈은 완전히 버린다고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야권에서 유력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나경원 전 원내대표도 한 매체에 “흥미로운 전개”라는 말로 미묘한 입장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뚜렷한 대안과 인물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에 대선을 포기하며 자신의 희생을 감수하는 모습을 보인 안 대표에게 여론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장진영 [뉴시스]
장진영 [뉴시스]

 

- 安 행보에... “안 변했다” vs “변했다”

하지만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발언과 행보가 그전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한때 국민의당 대변인을 지낸 장진영 변호사는 지난 11일 안 대표를 겨냥해 “그와 함께 일해 본 사람들 중 열에 아홉이 말하는 치명적인 문제는 ‘소통’이다”라고 비판했다. 장 변호사는 “나 역시 수석최고위원으로 안철수와 함께 일해 본 결과, 그의 소통능력이나 소통방법은 박근혜와 문재인의 그것과 매우 흡사하다는 결론을 내렸다”며 “그는 자신이 아쉬울 때만 소통을 한다. 아쉬울 때 하는 건 소통이 아니라 임시변통할 때 그 변통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2018년 8월 27일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나는 큰 표차 1등으로 최고위원에 당선되었고, 같은날 안철수는 당대표로 선출됐다”며 “사람들은 나를 안철수계라고 부르지만 그 전당대회에서 안철수는 나를 지원하지도 않았고 나도 그를 팔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변호사는 “2020년 1월 19일, 안철수는 독일과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왔다. 많은 사람들이 ‘좀 변했을까’ 하는 기대를 품고 바라봤다”면서 “당시 당대표인 손학규 대표에게는 전화 한 통 없이 일주일간 다른 인사들을 두루 만나고는 1월27일에야 찾아와서는 자신이 대표를 하겠다는 통보를 하고 내일까지 답을 달라고 하고는 떠났다”고 했다.

장 변호사는 “손대표는 이를 ‘오너가 CEO 해고하듯 통보하더라’라고 그 충격을 표현했고 이를 거부했다”면서 “안철수는 손 대표의 거부 직후 자신이 만든 바른미래당을 탈당해서 새로 당을 만들었다. 그렇게 만든 미니 국민의당에서도 도대체 안철수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수가 없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안철수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역시 출마하지 않겠다며 부인으로 일관하다가 어느날 갑자기 출마선언을 해 버렸다”면서 “솔직하게 꺼내놓고 논의를 이끌어가기 보다는 부인하다가 갑작스러운 선언을 하는 패턴은 과거나 지금이나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토록 많은 지지와 성원을 불과 4년 만에 모두 까먹고 제3지대를 빈털터리로 만든 주된 책임은 누가 뭐라고 해도 안철수에게 있다”고 비판했다.

안 대표와 가까웠던 금태섭 전 의원도 지난 8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2011년 소위 ‘안철수 현상’ 이후 10년이 흘렀다”면서 “좋은 정치를 선보일 기회도 많았고 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그런 대의를 도왔는데, 지금 보면 항상 이렇게 원점으로 돌아가는 정치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은 “안 대표가 무소속이 아니라 당대표인데 서울시장 출마 선언을 할 때 당내에서 어떤 절차를 거쳤는지 알려준 게 없다”며 “대표 혼자 결심해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하는데, 기업할 때 마인드가 아직도 남아 있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한편 안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김도식 비서실장은 지난 14일 일요서울과의 접촉에서 “안 대표가 정치적으로 여러 역경을 거치며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은 거 같다”며 “독일에서 돌아온 직후 먼저 다가서고 이야기하려는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열심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회의 때도 안 대표가 우회적으로 말하지 않고 직접적으로 자신의 생각과 의사를 가감 없이 주장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의 서울시장 완주에 대한 기자의 질문엔 “안 대표가 끝까지 완주하겠다는 의사를 거듭해서 밝히고 있고 서울 시민을 위한 부동산 정책도 오후에 발표한다”며 “당선과 낙선만 있을 뿐이지 중도에서 탈락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1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실제 변했다. 그전 안철수는 교수, 샌님, ceo 스타일이었다”면 “10년 동안 정치를 경험하며 넉살도 좋아지고 전형적인 대중 정치인이됐다”고 평가했다. 안 대표가 중간에 서울시장 후보를 그만둘 가능성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엄 소장은 “안 대표가 중간에 서울시장 재보선을 포기하면 대권과 거리가 멀어진다”며 “지금은 국민의힘과 통합문제로 밀당을 하는 중이지만 2011년 박원순, 박영선 모델처럼 후보 단일화를 이루고 선거가 끝난 이후 국민의힘에 입당하는 방식으로 극적인 타협을 이룰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그는 “안 대표의 정치적 승부가 칼날 위를 걷고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가 정치권에 입문한 이후 약 10년 동안 그의 정치성적표는 초라했다. 이제 안 대표의 마지막 승부가 될 수도 있는 오는 4월7일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다. 그의 행보에 대해 “정말 변했다”, “변한 것이 없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안 대표가 자신의 변화를 어떻게 증명해 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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