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덕수
장덕수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관련해 '3자 필승론'을 주장하고 나섰다. 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원하는 민심을 거스르는 것으로 가장 우려했던 일이다. 지난 30여년간 여의도에서 3자, 4자 필승론을 제기한 측이 이긴 것을 본 적이 없다. 오만하게 국민의 역린을 건드리면 그 댓가는 패배의 쓰라림뿐이다.

그는 3자 필승론의 근거로 지난 1995년 서울시장 선거를 들었다. 3자 구도로 치러지는 선거에서도 여당에 대한 여론 평가가 부정적일 때는 제1야당에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주장은 팩트 자체가 틀렸다. 국민의힘 조해진 의원 주장처럼 당시 조순 후보의 당선은 "민주당이 후보단일화를 하지 않고도 이긴 선거가 아니라, 비민주당 세력이 분열해서 김대중 민주당에게 어부지리를 안긴 선거였다. 

굳이 진영 차원에서 보자면, 보수성향인 무소속 박찬종 후보가 민자당의 영입제안을 거부하자 민자당에서 불가피하게 정원식 전 국무총리를 출마시켜 2대 1의 싸움이 되어 민주당이 승리하게 된 것이다. 당사자인 박찬종 변호사조차 "김종인 위원장이 말하는 3자구도로는 선거 필패다. 어쨌든 간에 야권이 연합해 단일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웃기는 것은 자신이 대단한 예언가인양 자랑하는 대목이다. 김 위원장은 "내가 선거 3일 전에도 물어보니까 '조순 씨는 안 된다'는 거였다. 내가 '걱정 말라. 조순 씨가 이번에 된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조순 전 총리를 영입하고 선거를 진두지휘해서 승리를, 판관 포청천과 산신령 이미지를 홍보해서 성공시킨 것은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다. 여의도에서는 지금은 고인이 된 어느 유명 정치인을 가리켜 '고장 난 시계'라고 비아냥거리곤 했다. 시. 분침이 멈춘 시계지만 하루에 오전. 오후 두 번은 정확히 맞는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의 경제민주화 주장도 고장난 시계와 같다. 경제가 잘되고 정부가 안정되면 말이 없다가 정국전환기나 경제위기, 비대위원장이 되면 나오는 것이 ‘재벌규제-경제민주화’다. 좌파의 식민지경제론으로 세계경제 성장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처럼 60년대 이후 계속 재벌중심 경제체제인 한국경제의 성장과 민주화를 설명하지 못한다. 김 위원장은 이 후에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은 토지공개념 도입도 주장했는데 이는 최악으로 평가되는 문재인정권의 부동산정책의 원조격이다. 

김 위원장은 재벌 중에서 특히 삼성과 각을 세웠는데  지금 한국경제, 더 나아가 세계경제에서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모르겠다. 그렇게 재벌을 욕했으면서 정작 본인은 망해가던 은행으로부터 2억여 원 받아 챙겨 구속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권력욕 또한 대단했다. 19080년 전두환 신군부의 국가보위입법회의 전문위원을 시작으로 무려 5번의 국회의원을, 그것도 비례대표로만 했다. 특히 2016년 소위  '셀프공천'은 정당사에 유명한 에피소드다. 당시 당 대표는 비례의원 4명의 추천권이 보장됐는데 이중 하나를 자신에게 준 것이다. 김 위원장은 당내에서 비난이 거세지자 “일 못하겠다"며 당무를 거부하는 바람에 선거를 앞둔 민주당은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곧잘 대단한 능력의 상징처럼 포장되는 3번의 비대위원장직도 실상 힘쓰는 자리라면 어디라도 마다하지 않았던, 그래서 소크라테스가 비난했던 소피스트나 공자가 혐오했던 세객(說客)과 다름없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김 위원장은 공천권을 반대파 솎아내기에 활용했다. 20대 총선 이후 민주당 주도세력이 친노무현에서 친문재인으로 넘어갔다는 평가가 있는데 공천이 친문세력 확장을 위한 차도살인, 문재인 원격공천이었다는 지적이다. 

김 위원장은 새 인물 김 빼기 명수다. 그는 2017년 대선 경선에서 반 문재인 쪽인 이재명 전 성남지사와 안희정 전 충남지사 띄우기에 나섰으면서도 캠프에는 가담하지 않았다. 또 반기문 전 유엔총장을 지지할 것처럼 하다가 결국 “왜 나를 그 사람과 결부시키냐”며 화를 내고 참여하지 않았다. 유력대선주자로 부상하는 안철수 대표나 윤석렬 검찰총장을 깍아내리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김 위원장은 호남 거족출신의 엘리트주의자로 권위주의적인 독선적 리더십으로 전권을 주지 않거나 자신을 반대하면 ‘사퇴카드’로 겁박했다. 최근 두 대통령 사과 논란 때도 ‘그만두겠다’고 겁박했나. 김 위원장은 뒤끝도 대단하다. 무시당했다 생각하면 못 참는다. 이쪽 당 비대위원장 직에서 쫓겨나면 반드시 다른 진영으로 간 것이나 한때는 안철수 대표 멘토를 자처했던 그가 결별하고 지금까지 맘을 풀지 않고 있는 것도 ‘나를 버린 것을 후회하게 해 주마’식의 뒤끝 때문으로 보인다. 

선거가 80일도 남지 않았다. 김 위원장 말대로 국민의힘이 후보단일화 없이 각각 출마해도 여권 후보를 이길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 김종인 위원장 본인이 직접 출마를 선언하고 야권후보 경선에 나설 것을 간곡히 권한다. 13척밖에 없던 조선수군이 명랑해전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이순신 장군선이 돌격대가 되어 최 일선에서 적들과 목숨을 걸고 싸웠기 때문이다.  김 위원장이 당당하게 출마를 선언하고 안철수와의 후보경선을 한다면, 유권자들은 야권 경선에 초집중될 것이고, 단일후보가 누가 되든지 간에 야권 승리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최고의 승리비법이자 김 위원장밖에 할 수 없는 최고의 공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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