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 1988년 발간된 이문열의 장편소설 제목이다. 젊은 영혼을 울리는 슬픈 사랑이야기로 이문열의 대표적인 대중소설이다. 작가 본인은 이 소설의 문학적 성취에 대해 불만족스러워했다고 전해지지만, 대중들은 베스트셀러로 화답했고,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어 1990년 대종상에서 최우수작품상을 비롯해 장길수가 감독상을 강수연이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등 일종의 신드롬을 일으켰다.

20대에 이 소설을 접하고 영화를 봤던 필자로서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라는 표현에 익숙하고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라는 표현이 이문열의 소설 제목에서 파생한 표현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의 젊은이들은 주가가 폭락하거나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 모르고 내려갈 때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표현을 쓰는데 익숙해져 있다. 물론 이러한 표현을 이문열의 소설 제목과 연관 짓는 사람도 거의 없다.

작년 총선 직후 리얼미터의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40.2%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1위를 달렸던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년도 지나지 않아 1위는커녕 3위로 내려앉았다. 지난 3일 발표한 리얼미터의 같은 조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30.4%의 지지율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이재명 경기지사가 20.3%로 오차 범위 밖에서 2위, 이낙연 대표는 15%로 3위였다. 그야말로 날개 없는 추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낙연 대표는 이러한 결과를 만회하고자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을 꺼내들었지만, 당내 반발만 거세졌으며, 기대했던 청와대는 끝내 화답하지 않았다. 자신의 정치적 고향인 호남에서는 광주출신의 민형배 의원이 현직 국회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이재명 경기지사를 공개적으로 지지했다. 결과적으로 여당 당대표의 노이즈 마케팅은 커다란 정치적 실패로 귀결됐다.

애초부터 이낙연 대표의 차기대선주자 지지율은 자신의 정치력이 반영된 결과가 아니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지지도가 고공행진을 벌이고 있던 시기에 국무총리라는 중책을 맡은 운발이 작용한 지지율이었다. 그것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던 그였기에 7개월짜리 당대표에 미련을 두었던 것이었다.
그는 여당의 당대표로 온갖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자신의 정치력을 테스트했지만 결과는 3위로 내려앉은 처참한 성적표였다. 리얼미터 조사뿐 아니라 대부분의 조사에서도 3위가 고착화되기 시작했다. 필자가 예상했던 대로 2년 임기를 꽉 채우는 당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의 정치인으로서의 의미를 찾자면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 전반에는 국무총리로서 내각을 총괄하여 대통령을 보좌했고, 임기 후반에는 여당의 당대표로서 여당 국회의원을 총괄하여 대통령을 보좌한 명실상부하게 문재인 대통령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 될 것이다.

어쩌면 그는 자신의 힘으로 40%를 넘는 지지율을 얻었던 것이 아니었기에 3위로 내려앉은 현 상황에 대해 큰 아쉬움이 없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당원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 그를 제치고 여권후보 1위로 올라선 이재명 경기지사에 대한 믿음이 확고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 본선에서의 경쟁력 등을 고려해보면,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낙연 대표의 보완재로서는 의미가 있지만 대체제가 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이낙연 대표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는 명제를 참으로 인식시켜 주었다. 그러나 그가 여당 당대표라면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는 명제도 참으로 인식시켜 주어야 한다. 자신의 대체제 발굴이다. 자신과 비슷한 안정적 이미지로 자신보다 정치력이 뛰어나고 포용력이 있는 사람, 그 사람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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