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순, 유영철, 이영학의 공통점은 ‘동물 학대’···인간 범죄 확산 우려↑

범죄. [그래픽=뉴시스]
범죄. [그래픽=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동물 학대 범죄의 연령이 낮아지고, 행태도 더 잔인해지면서 인간에 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강력 범죄자들이 어린 시절 동물 학대 경험이 있다는 사실이 다수의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기 때문이다.

개에게 살인 연습한 유영철···강호순은 개 많이 잡다 보니 살인 아무렇지 않아

전문가들 동물 학대, 인간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커···강력범죄로 인식해야

미국 연방수사국이 동물 학대 사건을 다루는 방식은 한국과 다르다. FBI는 지난 2016년부터 동물 학대를 주요 범죄로 분류, 집중 관리하고 있는데 이는 동물 학대가 인간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 보스턴 노스이스턴대 연구 결과, 살인범의 45%, 가정 폭력범의 36%, 아동 성추행범의 30%가 동물 학대 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미국의 악명 높은 연쇄 살인범들은 동물 학대 전력이 확인되기도 했다. 동물에 대한 폭력과 인간에 대한 상관관계는 해외 연구를 통해 속속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이는 외국만의 일이 아니다.

조두순도

동물 학대 전력

아동 성폭행범 조두순은 과거 반려견의 눈을 찔러 죽이는 등 잔인한 동물 학대 전력이 있다. 잔혹 범죄를 저질렀던 강호순, 유영철, 이영학에게도 모두 해당하는 공통점은 동물 학대다.

부녀자 8명과 장모, 아내까지 살해한 연쇄 살인범 강호순은 자신이 운영하던 개 사육장에서 개를 잔혹하게 도살하는 등 동물 학대 성향을 보였다.

그는 “개를 많이 잡다 보니 사람을 죽이는 것도 아무렇지 않게 느끼게 됐고 살인 욕구를 자제할 수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0년대 초, 노인과 여성 등 21명을 참혹히 살해했던 유영철도 어릴 적 쥐나 강아지 등에게 가혹 행위를 자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영철은 첫 범행 직전에 개를 상대로 살인 연습을 했고, 그 과정을 통해 범행에 쓸 도구를 정했다고 진술한 바 있다.

미성년자 딸의 친구를 유인, 살인을 저지르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일명 ‘어금니아빠’ 이영학 역시 동물 학대 성향을 보였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도 동물 학대 전력이 있다. 회사 워크숍에서 직원들에게 일본도와 활로 살아 있는 닭을 도살하라고 지시하고 본인이 직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완도 농장서 발견된 학대받은 개들. [뉴시스 / 광주 동물보호협회 위드 제공]
완도 농장서 발견된 학대받은 개들. [뉴시스 / 광주 동물보호협회 위드 제공]

동물학대범

사회적 약자 폭행 경향

동물학대범은 사회적 약자, 그중에서도 가정 내 여성과 어린이를 폭행하는 경향이 크다.

가정폭력 피해 여성 4700여 명을 조사한 2005년 미국 보고서에 따르면 가해자의 83%는 반려동물을 폭행 또는 살해한 전과가 있었다. 연구진은 동물 학대 경험을 “가정 폭력을 암시하는 결정적 징후”로 꼽았다.

전문가들도 동물 학대 행위가 인간에 대한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원복 한국동물보호연합 대표는 일요서울에 “동물 학대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바라보는 이유는 동물학대를 하는 사람의 80%가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외국 논문 조사 결과를 통해서도 밝혀지고 있다”면서 “국내에서도 연쇄 살인범 강호순이나 유영철, 이영학, 조두순도 사람에게 범죄를 저지르기 전 동물을 대상으로 사전 연습을 한 전력이 있지 않은가. 동물학대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사회적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수사와 처벌 강화해야”

동물권연구변호사단체 PNR 소속 박주연 변호사는 일요서울에 “사람에 대한 범죄로 이어지는 것에 대해서 국내 연구는 아직 파악을 못했고, 미국에서는 그런 연구들이 진행된 걸로 알고 있다. 국회에서 정책 간담회를 할 때 권일용 범죄심리학자가 비슷한 얘기를 했고, 실제로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면서 “연쇄 살인범이 인간 대상 범죄를 저지르기 전에 동물을 죽이는 연습을 많이 한다거나, 동물을 많이 잡다보니까 고통에 무뎌지고 사람을 죽이는 게 아무렇지 않다고 발언하기도 했지 않은가. 그런 부분들을 보면 분명 연관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또 동물학대는 약자에게 폭력성과 가학성이 발현되는데 그걸로 희열을 느끼게 된다면 결국 이게 아동이나, 여성, 노인 등 약한 존재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동물학대를 강력범죄로 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해 11월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동물범죄 예방 및 수사 강화를 위한 토론회’에서 권일용 동국대학교 겸임교수(프로파일러)는 연쇄살인을 포함한 강력범죄 범죄자들이 공통적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범죄를 저지르기 전 동물을 잔혹하게 학대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권 교수는 “범죄자들의 심리는 동물을 학대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그 결과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고 충격 받게 하면서 자신의 자존감을 찾는 것”이라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심리적 충격을 주기 위한 의도에서 발생하는 사건으로 매우 위험한 범죄행위다. 강력 범죄에 준하게 인식해 사건 발생 시에 초동 대처, 과학 수사 등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동물 학대자들이 심각한 범죄자가 되기 전에 동물 학대에 대한 수사와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