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인프라.주력산업에 부합한 공공재 추가 유치가 관건

부산 금융중심지의 랜드마크인 남구 문현금융단지의 국제금융센터(BIFC). 높이가 289m에 달해 서울 63빌딩 보다 40m 더 높다. [뉴시스]
부산 금융중심지의 랜드마크인 남구 문현금융단지의 국제금융센터(BIFC). 높이가 289m에 달해 서울 63빌딩 보다 40m 더 높다. [뉴시스]

 

-부산市, 산은‧수출입 은행 등 ‘금융기관’ 추가 발굴‧유치에 만전  
-권영진 대구시장, “대구가 대법원, 헌재 등 사법기관 이전 적지“

[일요서울ㅣ정두현 기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선포식’에서 지역주도형 자립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3대 주요전략과 9대 핵심과제를 공표했다. 수도권 최대 122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골자로 한 ‘혁신도시 시즌2’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이는 수도권에 집중됐던 기존 153개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대거 이전케 했던 1차 공공기관 지방분산 정책에 이어 다시금 지방정부의 공공기관 유치전에 군불을 때게 했다. 아직 정부에선 이렇다 할 구체적 공공기관 이전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자체들은 묵묵히 정책 시행을 대비하며 공공기관 지역 유치에 절실한 모양새다. 이에 본지는 새해 공공기관 지역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는 지자체들을 시리즈로 기획, 보도한다. 이번호는 부산‧대구 등 영남지역 대도시들의 공공기관 유치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부산市, 컨트롤타워 부재 속 ‘금융 1번지’ 도약 전력투구

부산광역시(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는 전국 지자체 중에서도 문재인 정부의 ‘혁신도시 시즌 2’에 가장 선제적으로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2018년 2월 문 대통령이 직접 국가균형발전 비전을 선포함과 동시에 공공기관 유치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부산혁신도시 발전계획 수립 용역’을 발주하는 등 기민한 행보를 보였다. 해당 연구용역은 ▲부산혁신도시 현황 및 여건 분석 ▲지역발전 거점화 ▲지역인재 양성 및 지역대학 연계 방안 등 공공재 유치와 관련한 선결과제와 시너지효과 분석을 골자로 6개월에 걸쳐 진행됐으며, 이는 부산시 공공기관 유치전략 수립의 핵심 근거가 됐다.

연구 결과를 토대로 부산시는 일찌감치 미래지향 산업 집중 육성을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금융·해양·영상 3개 분야 38개 유치 대상을 선정했다. 여기엔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한국해양공단,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등이 포함됐다. 특히 시가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는 금융기관의 경우 유치 0순위로 KDB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본점, 예금보험공사가 거론되고 있다. 한국거래소를 비롯해 기술신용보증기금, 예탁결제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주택금융공사와 같이 무게감 있는 금융 인프라가 부산으로 대거 이전했거나 이관 작업이 진행 중이어서 산은, 기업은행 등과의 시너지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금융기관 추가 도입을 통해 부산의 해양산업과도 연계가 가능할 전망이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과 관련한 부산시 지역 토론회(2019년)에 패널로 참석했던 배근호 동의대 교수는 “부산에 있는 해양금융종합센터의 하위 조직인 산은, 수은, 무역보험공사는 파견 형태로 운영되는데 지역 고유 산업군인 해양금융과 연관성이 높은 이들 기관이 부산으로 이전된다면 금융, 해양 분야에서 획기적인 경쟁력 제고가 가능할 것”이라면서 “부산시가 유치에 주력하고 있는 핵심 금융기관들의 경우 전국 단위로 업무가 진행되기 때문에 서울이나 수도권에 반드시 잔류해야 할 이유가 없다.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대승적 차원에서도 ‘공공기관 시즌2’가 현실화된다면 기존 기관들과의 시너지를 통한 부양효과는 물론 지역 기업들이 크게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된다”고 전했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선관위 직원들이 드론을 이용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홍보를 하고 있다. [뉴시스]
부산 연제구 부산시청 앞에서 부산시선관위 직원들이 드론을 이용해 부산시장 보궐선거 홍보를 하고 있다. [뉴시스]

 

한편 지난해 4월 여성 보좌진 성추행 파문으로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사임하면서 시장 직이 현재 공석이다.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 체재로 시정(市政)이 행해지는 가운데, 오는 4월 보궐선거까지 사실상 컨트롤타워 부재 속에서도 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 사업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시 관계자는 “시장 직이 공석에 있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전략이나 공격적 기조는 유지할 방침”이라며 “부산 남구의 문현금융단지로 최근 해외 금융기관들이 유입되고 있고 여기에 수도권 공공기관까지 가세한다면 국내 금융 1번지로서 골격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구市, ‘도심융합특구 선도 사업지’ 선정 특수 노려

대구광역시(시장 권영진)는 지난해 12월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심의에서 ‘도심융합특구 선도 사업지’로 선정되면서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기대심리가 특히 높은 지역이다. 국토부 도심융합특구 정책은 지방 대도시에 기업과 인구를 유입시키기 위해 고밀도 복합 인프라를 조성하는 국책사업인 만큼, 공공기관 추가 유치를 희망하는 대구시 입장에선 큰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지역 공공기관 유치 사업의 선봉장 역할을 맡은 홍의락 대구시 경제부시장은 “이번 대구시 도심융합특구 선정은 2차 공공기관 이전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며 “도심융합특구 사업과 공공기관 추가 유치는 상호 연계성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다. 현재 20여 개의 공공기관을 유치 대상으로 삼고 해당 기관들과의 소통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에 따르면 현재까지 압축되고 있는 유치 대상 공공기관은 ▲금융 ▲에너지 ▲ICT ▲의료 ▲자동차 ▲환경 등 6개 분야 15~20개로 구체적인 기관명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신용보증기금 등 대구의 기존 금융기관과 연계성과 지역 내 중소기업 밀집도를 고려해 기업은행(본점) 등이 앵커기관으로 지목된다. 이밖에도 대구의 지역산업 특성상 에너지, 산업진흥 분야에 특화된 기관으로 추가 유치가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대구시 관계자는 “공공기관 본사 외에도 수도권 각처에 위치한 60여개의 정부부처 산하 기관에 대해서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면서 “대구는 옛 경북도청 등 이미 부지가 확보되어 공공기관 입주에 최적화된 기반이 마련돼 있다. 현재 주춤하지만 언제 다시 본격화될지 모르는 정부의 공공기관 시즌2에 대비해 대구 범시민 추진위를 중심으로 세부전략 수립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시는 지난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 당시 한국산업단지공단, 한국가스공사, 신용보증기금, 한국사학진흥재단, 한국교육학술정보원 등 12개 공공기관 유치를 성사시키며 지역사회의 큰 지지를 얻어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 시즌2’ 정책이 공론화되면서 급물살을 탔을 당시에도 대구시는 2차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전략이 구체화되지 않아 늦장대응이라는 지역사회의 지적이 일었다. 이에 지난해 9월24일 대구지역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각계 전문가 및 민간단체 22명으로 구성된 ‘2차 공공기관 유치 대구 범시민 추진위(공동위원장 홍의락, 서정해)’가 출범하면서 공공기관 유치 사업이 본격화됐다.

권영진 대구시장 [뉴시스]
권영진 대구시장 [뉴시스]

 

대구시는 권영진 시장의 아젠다에 따라 대법원, 헌법재판소 등 사법기관 도입을 통한 대구의 행정수도화 계획도 구상 중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해부터 SNS(사회관계망서비스)와 언론 등을 통해 “지역 균형발전과 전국에서의 고른 접근성, 법조 전통성 등을 고려하면 대구가 적지”라며 대구의 행정수도화를 위해서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를 대구로 옮겨야 한다는 강경론을 펴왔다. 또 정부와 여당 측이 제시한 청와대, 국회 상임위의 세종시 이전 방안을 두고 “국가 주요 행정기관들을 죄다 세종시로 집중시키는 것은 국가균형발전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라며 사법부를 TK(대구‧경북)로 분산 이전시켜야 한다는 논리에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에 대구시는 최근 ‘도심융합특구 선도 사업지’로 선정된 데 따른 2차 공공기관 유치 특수효과를 적극 노리는 한편, 정부의 행정수도 지방분산 플랜을 예의주시하면서 대구광역시의 잠재성을 홍보하는 데 더욱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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