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국채 찍어 조달, 전국민 지급 가능성은?...‘코로나 양극화’ 언급, 당내 신경전까지  

[뉴시스]
[뉴시스]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에 대한 찬반 목소리가 한창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3차 재난지원금과 관련해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경제적 효과에 대한 평가를 진행해달라고 주문하며 ‘보편·선별 지급’ 논란에 대한 매듭짓기에 나선 모양새다.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들과 달리 또다른 일각에서는 선별 지급이 적절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피해가 집중된 어려운 계층에 지원하는 것이 지원 효과가 크고 경기 회복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재난지원금 보편·선별 지급 논란은 지급 시기마다 화두로 올랐던 만큼, 이번 4차 재난지원금을 둘러싼 미묘한 신경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방역 지침 어겨가며 막 쓰러 다니겠나...‘철부지 국민들’ 폄하해”
- “국가신용등급‧미래세대 부담...한정된 자원, 효율적 사용 고려해야”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이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가운데, 지원금을 받은 대상자는 나흘만에 236만 명을 넘어섰다. 총 대상자 276만 명 중 85%에 해당하는 236만 명이 지원금을 받은 셈이다. 지급액은 3조2909억 원(14일 오전 8시 기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이번 3차 재난지원금 신청·지급률은 2차 재난지원금(새희망자금) 당시의 첫 사흘간 누적 신청률(71%)보다 14%포인트 높다.

“방역과 보조 맞춰야”
vs “국민은 철부지 아냐”


이런 가운데 향후 지급될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4차 재난지원금의 전국민 지급 목소리가 나오면서, 이를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부 인사들과 재난지원금 보편 지급안을 놓고 뚜렷한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3일 이 지사를 향해 “경기도의 재난지원금(2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은 정부 방역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며 “방역당국과 조율되지 않은 성급한 정책은 긴장을 완화해 자칫 방역망에 혼선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쉽게 말해 ‘너무 앞서간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사는 당시 “숙고하겠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이내 다음달 “국민은 철부지가 아니다”라며 확고한 입장을 드러냈다. 이 지사는 지난 14일 군사보호구역 해제 문제를 논의하는 당정협의가 끝난 후 쏟아진 재난지원금 관련 질문에 대해 “보편적 재난지원을 하면 국민들이 돈을 쓰러 철부지처럼 몰려다닐 거라는 생각 자체가 국민들 의식 수준을 무시하는 것 아닌가 싶다”며 “1인당 2~30만 원 지급된다고 방역 지침을 어겨가면서 막 쓰러 다니고 그러겠냐”고 날세워 반박했다. 그러면서 “국민들을 폄하하는 표현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래세대 부담...‘표플리즘’
“단세포적 논쟁은 그만”


여권 내부에서의 신경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분위기다. 여럿 고려 요소를 살펴 상황과 실태에 따라 신속,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기조를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4차 지원금 논의는 시기적으로 이르다”며 “피해계층에 선별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내비쳤다. 홍 부총리는 “정부 재원이 화수분 아니므로 피해 계층을 선별해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재난지원금을 또 지급하려면 모두 적자국채를 찍어 조달해야 하는데 국가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미래세대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도 선별 지원을 언급하며 의견을 보탰다. 이 총재는 지난 15일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개인적인 의견을 얘기한다면 현 상황에서는 선별 지원이 더 적절하다고 본다”며 “한정된 자원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선별 지원의 이유는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어려운 계층에 지원하는 것이 오히려 (지원) 효과가 크고, 그 결과 경기 회복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만약 여권 내부에서도 보편 지급에 뜻이 모아진다고 해도 쉽게 결정될 문제는 아닌 듯하다.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정부의 입장만큼이나 국민의힘은 ‘보편 지원은 4월 재보궐 선거를 의식한 포퓰리즘’이라며 선별 지원에 힘을 보태고 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앞서 지난 11일 “정부와 여당이 1년에 걸쳐 어려움 겪은 중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4차 재난 지원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하는 게 효과가 있을 걸로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최근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회의 마무리발언에서 홍 부총리를 향해 “KDI에 3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평가팀을 구성하고 평가계획을 수립해 가능하면 빠른 시일 내에 평가를 제대로 해줬으면 좋겠다”고 지시한 상황이다. 3차 재난지원금이 코로나19 피해에 따라 피해계층에 선별적으로 지급된 상황에서 논란이 지속되자 재난지원금 때마다 일었던 보편·선별 지급 논란을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앞서 정 총리는 지난 7일 재난지원금의 보편 지급을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향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인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