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지 의무 위반” vs “설명 의무 미이행”… 사망보험금 분쟁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최근 악사(AXA) 손해보험이 전동휠을 타다 사망한 보험 가입자에게 통지 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같은 논란에 악사 손보 측은 “가입자 잘못이다”라고 밝히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전동킥보드, 전동휠 등)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퍼스널 모빌리티와 관련된 보험금 지급 문제 논란도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금소연 “‘통지 의무 위반’ 책임, 가입자에게 전가… 적반하장 격”

계속되는 퍼스널 모빌리티 사건 분쟁… 금감원, 보험감독 규정 손봐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에 따르면 A씨는 2010년 12월6일 악사 손해보험(이하 악사손보)의 ‘늘 함께 있어 좋은보험’에 가입했다. 가입 당시 악사 손보측은 A씨에게 “50cc 미만을 포함한 오토바이, 2륜, 3륜, 4륜, 소형차를 탑승하고 있냐”라고 물었다. 이에 A씨는 오토바이 등을 운전하지 않아 “아니오”라고 답한 후 보험에 가입했다. 이후 A씨는 2020년 5월 전동휠을 타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A씨의 경우 보험을 10년 전에 가입했고 가입 당시에는 퍼스널 모빌리티가 없을 때라 고지 의무 사항은 아니었다.

A씨의 사망 후 유족은 악사손보에 사망보험금을 청구했으나 악사손보 측은 “전동휠은 원동기장치자전거(이륜차)로 보험계약 전에 이를 알렸거나, 보험기간 중 처음 운전했을 경우에는 이를 중간에 통지했어야 했다”라고 밝혔다. 악사손보 측은 A씨가 전동휠 이용을 알리지 않았다(통지 의무 위반)며 사고 후 보험계약을 강제 해지시키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여기서 ‘고지 의무’는 보험 계약 전 계약 전에 보험사에 알려야 될 사항을 말하고 ‘통지 의무’는 계약기간 중 변경된 사항에 대해 알려야 하는 의무다.

“A씨, ‘고지 의무’
성실히 이행”

금소연에 따르면 보험가입 시 가입자는 보험사가 묻는 내용만을 답할 의무(알릴 의무)가 있다. 해당 사건은 보험사가 ‘50cc 미만을 포함한 오토바이, 2륜, 3륜, 4륜, 소형차’의 운전 여부만을 물어봤고 전동휠이 해당하는 ‘원동기장치자전거’ 운전 여부는 묻지 않았기 때문에 전동휠을 타는 A씨는 악사손보 측의 질문에 정확히 답변해 ‘고지 의무’를 성실히 이행했다는 주장이다.

또한 보험약관에는 ‘(보험 가입 후) 이륜자동차 또는 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적으로 사용하게 된 경우에는 지체 없이 보험사에 알려야 한다’고 적혀있다. 이는 가입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사항이나 보험사 대부분이 가입 시 설명을 하지 않고 있다. 가입자들 역시 최근 들어 대중화 된 퍼스널 모빌리티가 원동기장치자전거라는 사실을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는 상황이며, 악사손보는 ‘통지 의무 위반’이라는 책임을 가입자에게 전가했다고 금소연은 비판했다. 오중근 금소연 본부장은 “보험가입 시에는 묻지도 않고 설명도 없이 가입시키고 보험사고로 보험금 지급 시에는 ‘통지 의무사항’이었다고 소급 시켜 억지 주장을 하는 것은 모순된 행동으로 반드시 시정해야 할 악행”이라고 말했다.

“가입자가 ‘통지 의무’ 위반,
고지 의무 악용, 아니다”

악사손보 측 관계자는 이 같은 논란에 “가입자가 보험 약관을 위반했다”며 “2010년 가입자가 공장을 다니다 5년 후 직업을 대리기사로 변경했다. 가입자는 대리기사 업무를 위해 전동휠을 지속적으로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직무 변경 또는 이륜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계속해서 사용할 경우 보험사에 알려야 하지만, 가입자는 이 같은 사실을 중간에 (보험사에) 얘기하지 않았기에 통지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험급 지급을 거절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관계자는 10년 전에는 전동휠이란 교통수단이 없었을 때였기 때문에 금소연 측에서 주장한 고지 의무를 악용했다는 부분은 맞지 않다는 입장이다. 또한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문제는 자사만의 문제가 아닌 보험 업계 전체의 문제로, 이는 표준약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악사손보 측의 입장에 금소연 측은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제3조(약관의 작성 및 설명 의무 등)에 따라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보험가입 시 보험 계약 내용을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악사손보는 A씨에게 설명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특히 원동기장치자전거 미고지 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반드시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해야 한다. 금소연 측은 “의무는 보험사에게 있지만 오히려 보험사는 계약자에게 통지 의무 위반이라고 적반하장 격으로 주장하고 있다”고 악사손보가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한편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보험금 문제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대형 보험사 중 하나인 D사 역시 지난해 4월 가입자가 전동킥보드를 운전한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 논란이 된 바 있다. D사는 사망한 가입자가 미리 얘기하지 않아 통지 의무 및 알릴 의무를 위반했다며 보험급 지급 불가 이유를 밝혔다. 이 같은 이유로 사망한 가입자는 생전 4종류의 보험상품에 가입해 한 달에 80만 원을 보험료로 냈지만 유족들은 사망보험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퍼스널 모빌리티 관련 분쟁 사건이 계속해서 일어나자 금감원은 올해 1월1일부터 기존의 통지 의무에서 고지 의무 변경으로 보험감독 규정을 손봤다. 이에 악사손보도 변경된 보험감독규정에 따라 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전동휠과 전동킥보드 등 사용 여부를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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