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LG전자가 시장에서 오랜 시간 고전을 면치못했던 스마트폰 사업을 사실상 접는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서 앞으로 이 사업이 언제 어떤 식으로 마무리될지 관심이 쏠린다. 적절한 시기에 전면 매각하거나, 단계적 철수를 통한 점진적 후퇴, 또는 외주를 주는 식의 축소운영을 거치다 매각하는 방식 등 다양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잎서 권봉석 LG전자 대표이사(사장)은 20일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에 대해 본부 구성원들에게 입장을 밝혔다. 권 사장은 여기서 "MC사업본부의 사업 운영 방향이 어떻게 정해지더라도 원칙적으로 구성원의 고용은 유지되니 불안해 할 필요 없다"고 강조했다.

대표이사가 직접 임직원들에게 사실상 철수를 염두에 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회장단 등 그룹 경영진 내부적으로는 이미 모종의 결단을 내렸다고 보는 게 지배적이다.

LG전자 스마트폰 사업은 한때 '초콜릿폰' 등의 성공으로 주력 사업이었지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초기 대응이 늦어져 시장 주도권 확보에 실패했다. 현재 세계 시장 점유율은 1~2% 수준에 그친다. 2015년 2분기부터 23분기 내내 영업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 말까지 누적 영업적자는 무려 5조원에 달한다.

회사는 스마트폰 사업의 재도약을 위해 LG 윙 등 혁신 제품 출시, 글로벌 생산지 조정 등에 나서왔다. 지난해 12월에는 ODM 사업조직을 강화하고 선행 연구와 선행 마케팅 담당 조직을 통폐합하는 등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프리미엄 시장은 애플, 삼성전자의 영향력이 막강하고, 중저가 시장은 중국 업체의 공세가 심화하는 등 녹록지 않은 사업 환경과 소비자들의 외면으로 도약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시장에서는 구광모 LG회장의 최종 선택지를 주목하고 있다. 먼저 매각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최근 LG전자가 'CES 2021'에서 선보인 롤러블폰 영상도 몸값을 높이기 위한 포석이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LG전자는 이달 초 온라인으로 열린 CES 행사에서 'LG 롤러블'의 실물을 담은 짧은 영상을 선보이며 상세 사양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매각을 염두에 두고 시제품을 선보이며 기술적 우위를 자랑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반면 LG전자가 사업부 규모를 대폭 축소하고 전면 외주 제작하는 방식으로 'LG폰'의 명맥은 이어갈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이미 시장이 포화한 상황에서 원하는 조건의 매각도 쉽지 않고, 축소 수순을 통한 단계적 철수로 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업본부 내 일부 부서는 정리하고, 외주 생산을 통해 원가 개선을 극대화하는 정도로 갈 것이란 견해도 나온다.

LG전자 측은 일단 "현재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사업 운영 방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히고 있다. LG전자는 사업 운영 방향이 결정되면 구성원에게 투명하고 신속하게 공유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MC(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본부의 운영 방안이 어떤 식으로 확정된다고 해도 LG전자 스마트폰 사용자들 입장에서는 당장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철수로 가닥이 잡혀도 충분한 기간을 두고 사용자들의 편의를 고려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렇다해도 불과 며칠전 시제품을 선보이면서 곧바로 '철수설'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점에서 LG 휴대폰 소비자들의 상실감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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