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연 회장 “지속가능경영,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 그린뉴딜 사업 확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뉴시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뉴시스]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국내에서도 ‘ESG 경영’을 강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ESG’란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ESG 경영은 단순 매출에만 집중하는 기업보다 환경보호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이 지속 가능한 발전을 할 수 있다는 뜻이 담겨 있다.
과거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효율을 가장 우선시했고, 투자자들은 재무적 성과만을 판단하던 전통적 방식 구조에 있었다. 그러나 최근 환경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중요시하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기업들도 앞다퉈 ESG 경영에 뛰어들고 있다. 이미 선진국들은 ESG를 기업평가의 척도로 삼아 투자 여부를 결정하면서 전 세계는 ESG 경영이 필수인 시대를 맞게 됐다. 일요서울은 ESG 경영 가속화와 함께 적극적으로 책임경영에 나선 기업들을 살펴봤다.

한화그룹 금융계열사, ‘탈석탄 금융’ 선언… ESG 경영 한층 더 강화

국내서 첫 그린수소 생산단지 구축·美 수소탱크 업체 지분 100% 인수

한화그룹이 ESG 경영에 박차를 가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ESG는 이미 오래전부터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자리잡아 왔다”며 “ESG를 강화하는 동시에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사회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지속가능경영을 글로벌 수준으로 강화하고 한화그룹 전 계열사 차원에서 그린뉴딜 관련 사업 범위를 확대할 방침이다.

한화그룹은 지난 12일에 열렸던 기업설명회(IR)에서 ESG 경영과 관련한 지난해 성과로 ▲방산부문의 분산탄 사업 매각 ▲글로벌부문의 온실가스 배출 저감 및 탄소배출권 매출 시현 ▲기계부문의 태양광 장비 등 수주 실적 성장 ▲ESG 평가 A등급 달성 등을 꼽았다.

ESG 경영 성과
분산탄 사업 매각

지난해 한화그룹은 ESG 경영을 위해 분산탄 사업을 매각했다. 분산탄은 불발율이 높아 사람에게 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국제 사회에서는 비인도적 사업으로 분류되기도 했다. 벨기에와 아일랜드, 이탈리아 등의 국가에서는 분산탄 업체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프랑스 연금준비펀드와 노르웨이 정부연금, 스웨덴 연금펀드 등의 유럽 연기금들도 분산탄 업체에 투자하지 않는다. 한화그룹은 “분산탄 사업 매각을 통해 국제사회의 ESG 기준을 충족했다”며 “글로벌 연기금 등 중장기 성향의 해외 투자자 유치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화그룹은 분산탄 사업 매각과 함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친환경 제조설비 수주에도 속도를 냈다. 온산공장에 설치된 온실가스 저감설비를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남는 탄소배출권은 판매해 지난해 약 12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또한 지난해에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와 이차전지사로부터 태양광 이차전지 제조설비 등의 수주를 늘렸다.

이와 함께 한화그룹 금융사들(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캐롯손해보험)은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관련 투자를 중단할 계획을 밝혀 한화그룹의 ESG 경영은 한층 더 강화됐다.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발행하는 채권은 인수하지 않고, 일반채권이라도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용도로 사용될 때는 해당 채권을 인수하지 않는다. 한화그룹은 “이번 (탈석탄)선언이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을 통한 지속가능경영’에 적극 동참하기 위한 금융계열사들의 첫 실행방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은 그린오피스 구축 등 저탄소·친환경·안전 사업장 실현을 목표로 저탄소형 사업장 실현과 에너지 효율화에 중점을 두고 경영 중이다.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8조5000억 원을 신재생에너지와 사회간접자본(SOC) 인프라에 투자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늘렸다.

한화자산운용은 지난 2018년 운용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전문가를 영입해 2020년 전담조직으로 확대했다. 올해는 국내 최초 기후금융투자펀드인 ‘한화그린히어로펀드’를 선보였고 아시아기후변화투그룹(AIGCC) 멤버로서 기후금융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은 호주 석탄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미드스트림 항구시설 대출 건에 대해 추가적인 리파이낸싱을 하지 않기로 했으며, 향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할 방침이다.

태양광 넘어 수소까지
집중 투자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은 미래 에너지 토탈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ESG 경영에 집중했다. 이미 김 사장은 2010년부터 태양광 사업에 진출해 독일과 영국, 미국, 일본 등 신재생에너지 선진국에서 모듈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등의 성과를 냈다. 또한 대규모 글로벌 태양광 발전소 개발 사업에도 적극 참여 중이다.

김 사장은 태양광을 넘어 수소 사업에도 집중 투자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는데 이 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점이 핵심이다. 한화솔루션은 수소의 생산과 저장, 유통·충전 등 사업 확대를 위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그린수소 생산단지 구축사업을 시작했다. 이와 함께 최근 미국 수소탱크 업체 ‘시마론’ 지분 100%를 인수했다. 시마론은 세계 최고 수준 고압 탱크 기술력을 갖춘 기업인만큼, 한화솔루션이 해당 분야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솔루션은 향후 5년간 2조8000억 원을 차세대 태양광과 그린수소 사업에 투자해 오는 2025년에는 매출 21조 원, 영업이익 2조3000억 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편 지난해 10월 한화그룹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발표한 상장기업 ESG 평가에서 A등급을 획득하며 2010년대 초반 국내 주요그룹 최하위권에 머물던 초반과 비교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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