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용 [뉴시스]
정의용 [뉴시스]

 

[일요서울] 정 후보자는 문 대통령의 대선 후보 시절 외교 자문단 ‘국민아그레망’의 단장을 맡았고, 당선 후에도 청와대 내 외교·안보 태스크포스(TF) 단장으로 매튜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을 만나 한미 정상회담 개최, 북핵 문제 해결 방안 등을 논의한 바 있다. 

이후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임명돼 지난해 6월까지 3년 2개월간 문 대통령과 함께 했으며, 이후 외교안보보좌관으로 활동했다. 정 후보자는 2018년 3월과 9월에는 당시 서훈 국가정보원장(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대북특사단으로 파견돼 남북 정상회담을 사전 조율하는 등 남북, 북미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문 대통령이 정 후보자를 발탁한 데에는 남북 관계 개선을 통한 북미 비핵화 대화 재개를 하려는 의지를 반영했다고 볼 수 있다.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설계·추진했던 정 후보자를 활용, 본격적인 외교안보 라인이 갖춰지기 전인 바이든 행정부를 움직이겠다는 구상 차원으로 해석된다. 

정 후보자는 지난해 7월 현재 서훈 안보실장에게 자리를 물려준 뒤,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을 맡아 사실상 현역에서 은퇴한 것으로 여겨졌다.

정 후보자는 문재인 정부의 초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이끌어내는 등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국면에서 핵심 역할을 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특사와 대미특사를 번갈아 맡으며 평양과 워싱턴을 분주하게 오가는 등 남북미 간  주요 물밑 외교를 전담했다.

4·27 판문점 선언, 9·19 평양 공동선언 등 남북 정상합의는 물론, ‘센토사 합의’라 불리는 제1차 북미 정상회담 결과물도 모두 정 후보자의 손을 거쳤다. 특히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간 비핵화 대화가 장기 교착 상황에 놓이자 ‘굿 이너프 딜(충분히 좋은 거래)’, ‘얼리 하비스트(조기 수확)’라는 창의적 외교 문법으로 북미간 접점 마련을 위해 노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先 비핵화, 後 보상’ 방침을 굽히지 않은 데다 ‘영변 플러스 알파’ 조건을 내거는 등 비핵화 협상의 문턱을 높였고, 북한은 비핵화와 상응조치의 ‘동시적, 단계적 이행’ 원칙 아래 대북제재 완화와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면서 협상은 끝내 결렬됐다.

이후 미국이 지난해 대선 국면에 접어들면서 북미간 비핵화 협상 테이블은 마련되지 못했고, 북한의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로 인해 남북 관계마저 최악의 국면으로 빠져들자 이에 대한 책임으로 정 후보자는 안보실장직에서 물러났다.

이러한 흐름에서 문 대통령이 정 전 실장을 외교부 장관 후보자로 발탁한 것은 바이든 체제 출범을 염두에 둔 마지막 승부수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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