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위기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정부 초대 국무총리에 이어 지난해 421대 총선 압승을 거쳐 거대 집권 여당의 수장에 올랐지만 지지율은 줄곧 내리막길이다.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위기의 본질은 더 심각하다. 민주당의 정치적 텃밭이라고 할 수 있는 호남지역은 물론 민주당 지지층에서마저 라이벌인 이재명 경기지사에 뒤처지고 있는 상황이다. 연초 주요 언론의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 윤석열 검찰총장과 더불어 3파전 구도를 형성했지만 최근에는 확 달라졌다. 이재명 지사의 독주체제가 가속화되면서 ‘12체제로 급변했다. 이낙연 대표로서는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다. 이낙연 대표의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여의도 정가 안팎에서는 국무총리 출신은 대통령이 되기 어렵다는 이른바 총리 대권 불가 징크스가 고개를 들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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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지율 하락세 최악 위기 호남·친문서 이재명에 열세
역대 총리출신 대권은 무덤 김종필·이회창·고건·정운찬 실패

- 4월 재보선 승부수 전략에 라이벌 이재명 견제구

일인지하 만인지상으로 불리는 국무총리는 취임과 더불어 유력 대권주자로 분류된다. 다만 역대 총리 출신들의 대권도전은 늘 실패로 마무리됐다. 다만 이낙연 대표의 경우 문재인 대통령의 굳건한 신임과 더불어 실세 총리 재직 시절 보여준 인상적인 행보로 다를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친문진영이 내세울 수 있는 마땅한 적자가 없는 데다가 이 대표만한 차기 대체재를 찾기 힘들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었다.

최근 상황은 이 대표 역시 예외가 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대표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판흔들기 전략을 구사하면서 위기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이 대표의 1차 시험대는 4월 재보선 성적표다.최소한 서울시장·부산시장 중 한 곳을 건져야 한다. 보선 환경이 야권에 비해 열세지만 짜릿한 역전승을 위한 필승전략이 가동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위기 탈출을 위한 이 대표의 승부수를 들여다봤다.

·사면 건의후폭풍 지지율 추락이 지사 역전

이 대표는 연초부터 사면 논란으로 극심한 홍역을 치렀다. 새해 언론 인터뷰에서 국민통합 차원에서 이명박·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드리겠다고 밝혔지만 후폭풍은 예상 밖으로 컸다. 지지율 반등과 차기 대선을 위한 중도층 외연확장의 승부수였지만 오히려 역효과만 났다. 특히 신중한 언행이 강점인 이 대표의 제안은 청와대와의 물밑 교감에서 나온 것 아니냐는 분석이 지배적이었지만 청와대가 이를 부인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 대표를 향한 성토가 넘쳐났다. 대표직 사퇴, 민주당 탈당 촉구 등 당원들의 성난 목소리가 민주당 홈페이지 게시판을 뒤덮었다. 나아가 문 대통령이 지난 18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 불가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 문 대통령은 엄청난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가적 폐해가 막심했고 국민이 입은 고통이나 상처도 매우 크다지금은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라고 정리했다. 이 대표는 결국 대통령은 사면 대전제로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했다. 대통령의 뜻을 존중한다라며 물러섰다.

사면 후폭풍에 이어 대통령 지지율에도 악영향을 미쳤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이 연일 최저치를 경신하면서 이 대표 역시 고스란히 영향을 받은 것이다. 한국갤럽이 지난 19~21일 문 대통령의 직무수행을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불과 37%에 불과했다. 이는 갤럽 조사에서 취임 이후 최저치였다. 게다가 부동산 민심 이반과 윤석열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태를 둘러싼 악재의 여파가 지속되면서 이 대표로서는 지지율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기 힘들었다. 이 대표의 위기는 차기 지지율 조사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이재명 지사의 독주를 무력하게 바라봐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이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4개 여론조사기관의 지난 1820일 차기 대권 적합도 조사에 따르면 이 지사가 30%에 육박하는 27%를 얻었다. 이 대표는 절반 수준인 13%에 그쳤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10%였다. 2주전 조사과 비교했을 때 이 지사는 3%포인트 올랐지만 이 대표는 2% 포인트 떨어졌다.

이색적인 점은 민주당 지지층에서조차 이 지사를 꼽은 응답자가 45%로 이 대표(30%)보다 많았다. 민주당 지지층뿐만 아니라 이 대표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텃밭인 호남에서조차 이 지사에게 추월을 허용했다. 이 대표의 정치적 아성으로 여겨졌던 호남민심의 변화는 친문 적자로 분류되는 민형배 의원(광주 광산을)이 이 지사를 공개 지지한 것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종필·고건·정운찬, 역대 총리의 대권 모두 실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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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년 체제 이후 역대 최장수 국무총리, ‘사이다 총리라는 애칭으로 불린 실세 총리, 민주당의 21대 총선 압승 견인,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 낙승 등 화려한 수식어의 이 대표가 위기에 처하면서 여의도에서는 총리 출신 대권불가징크스가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 한국 정치사를 되돌아보면 총리 출신이 대권도전에 성공한 경우는 드물었다. 정치적 개성과 돌파력으로 무장한 잡초같은 생명력의 현역 정치인에 비해서 총리 출신은 안정적인 관료 스타일의 부정적 이미지가 덧씌워지기 때문이다. 이 대표뿐만 아니라 현직인 정세균 총리의 대권도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이러한 징크스에 기반을 두고 있다.

영원한 2인자로 불렸던 김종필 전 총리는 박정희정부 시절과 김대중정부 시절 대통령에 버금가는 실세 총리로서의 위상을 누렸다. 과거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과 더불어 3김으로 불리며 한국 정치의 전성기를 이끌었지만 유일하게 청와대 입성에 실패했다. 문민정부 시절 대쪽판사로 이름을 날렸던 이회창 전 총리 역시 97년 대선, 2002년 대선, 2007년 대선 등 3번이나 대권도전에 나섰지만 역시 실패했다. 97년 대선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각각 패했다.

참여정부와 이명박정부 하에서도 총리 출신들의 대권도전 수난사는 이어졌다. 고건 전 총리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안정적인 국정관리를 선보여 단번에 차기 주자로 급부상했지만 관료 특유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해찬·한명숙 전 국무총리 역시 친노진영의 지지와 후원을 바탕으로 2007년 대선에 나섰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정동영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실패했다.

이명박정부 하에서도 박근혜 전 대통령 견제를 위해 정운찬 전 총리와 김태호 전 경남지사가 차기 대항마로 육성됐지만 끝내 실패했다. 정운찬 전 총리는 이른바 세종시 수정안 정국에서 박 전 대통령에게 맞섰지만 한계를 이기지 못했다. 김태호 전 지사의 경우 총리 도전을 거쳐 차기 대권에 나서려고 했지만 청문회 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고배를 마셨다. 최근까지 총리 출신의 대권도전 수난사가 이어졌다.

박근혜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황교안 전 총리는 지난 20192월 자유한국당 대표로 화려하게 정계에 입문했지만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참패하며서 사실상 정계은퇴의 상황이다. 황 대표의 경우 정치 재개조차 어려울 정도로 치명상을 입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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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부산 둘중 하나 승리해야이낙연 재보선 올인

이 대표로서는 최악의 위기 상황이다. 앞으로 한 걸음만 잘못 내디디면 차기 주자로서의 지위 자체를 잃을 수 있다. 21대 총선 이후 40%대 초반의 지지율로 대세론을 누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상전벽해의 상황에 내몰렸다. 특히 갤럽 기준으로도 이 대표의 지지율은 지난해 6월만 해도 28%에 달했다.

다만 6개월여가 흐르면서 10%까지 급락했다. 21대 첫 정기국회 과정에서 여야 너무 극단적으로 대립하다보니 합리적인 실용적인 중도 이미지의 이 대표가 득점을 올리지 못한 셈이다. 여야의 격렬한 대치 속에서 이 대표의 균형감보다는 이 지사의 전투력을 지지층이 선호했던 것도 마이너스 요인으로 풀이된다. 특히 추미애 법무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갈등 정국 속에서 윤석열 국정조사를 언급한 것도 대표적 악재였다.

게다가 대통령 지지율 하락세와 더불어 연초 사면론 후폭풍의 직격탄을 맞은 것도 아팠다. 이 대표로서는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할 진퇴양난의 상황에 내몰렸다. 이 대표로서는 정치적 승부수를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여권 안팎에서는 이 대표가 확 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난지원금 논란과 관련, “지금 거리두기 중인데, 소비하라고 말하는 것이 마치 왼쪽 깜빡이를 켜고 오른쪽으로 가는 것과 비슷할 수가 있다고 이재명 지사에 직격탄을 날린 게 대표적이다. 또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이익공유제 추진이라는 본인만의 정책 브랜드 구축에 나선 것도 주목할 만하다. 이를 통해 사면론에 실망한 지지층의 마음을 되돌려 본선 경쟁력을 입증한다는 구상이다.

이 때문에 이 대표는 4월 재보선 승리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 상황이다. 이 대표의 주요 일정 자체가 서울시장·부산시장 승리 지원에 맞춰져 있다. 물론 선거 전망은 밝지 못하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문 여파로 실시되는 것은 물론 부동산 가격 급등에 따른 민심이반이 광범위하게 확산됐기 때문이다. 실제 주요 여론조사에서도 4월 재보선과 관련해 현 정부의 국정운영 지지보다는 정권심판 정서가 보다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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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최근에는 희망의 싹도 없지 않다. 야권 단일화 논란의 여파로 서울시장 선거전 3파전 구도가 예상되면서 조심스럽게 여권의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게 됐다. 또 부산시장 선거의 경우 여야 정당 지지율이 역전됐다는 여론조사가 나오면서 민주당 역시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속도를 낼 경우 예상밖의 이변을 만들어낼 것이라는 기대감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이 대표 역시 지난 21일 부산 방문에서 가덕신공항은 부산의 미래, ··경의 미래다. 2월 임시국회 회기 안에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적극 지원을 약속한 것도 이러한 맥락이다. 오히려 위기감을 느끼는 쪽은 국민의힘이라는 해석이다.

4월 재보선에서 서울과 부산 중 둘 중 하나를 건질 경우 이 대표의 정치적 반전도 가능하다. 3월초 대표 임기가 마무리되는 이 대표가 선거지원에 전력을 기울이는 이유다. 특히 이러한 장밋빛 전망이 현실화될 경우 이 대표는 본인을 둘러싼 회의론을 불식시키고 차기 주자로서 또다시 우뚝 설 수 있다.

여권 내부 사정에 정통한 고위관계자는 이낙연 대표는 총리 출신이 갖는 한계도 분명하지만 명대변인 출신의 다선 의원으로 전남지사와 총리를 지낸 관록의 정치인이라면서 지지율 하락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대선 본선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 브랜드 구축과 중도층 외연확대를 위해 뚜벅뚜벅 걸어나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이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4월 재보선 전망과 관련, “현 단계로서는 여권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아직 선거까지는 두 달 이상이 남았다이 대표의 승부수가 빛을 발하면서 서울·부산시장 보선판이 요동치면서 예상밖의 결과가 만들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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