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 아이돌도 ‘디지털 성범죄’에 노출됐다···트라우마 호소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와대 국민청원.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캡처]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실존하는 남자 아이돌의 동성 간 성관계 행위 등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는 동성애 소설 ‘알페스(RPS‧Real Person Slash)’와 여성 아이돌에 대한 성폭력이나 다름없는 ‘딥페이크(Deepfake)’로 인해 아이돌 당사자와 기획사가 충격에 빠지는 등 대중음악계의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딥페이크’ ‘알페스사회적 문제로 떠올라···청와대 국민청원 빗발

업계 팬 문화의 심각한 변질···정치권 2n번방 사태라 할 만하다

최근 가요계에 따르면 딥페이크와 알페스로 인해 기획사와 아이돌 당사자가 큰 충격에 빠졌다. 딥페이크와 알페스 모두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는 상황. 특히 대중에게 얼굴과 이름이 많이 알려진 아이돌의 피해가 크다.

딥페이크는 명백한 ‘디지털 성범죄’로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 인공지능(AI) 기술 등을 활용, 기존 인물의 얼굴과 특정 부위 등을 합성한 편집 영상을 말한다.

특히 수위가 높은 포르노 영상 등 음란물에 여성 아이돌 얼굴을 합성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영상은 온라인에 떠돌고, 이를 접한 여성 아이돌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

딥페이크의 대상이 된 여성 아이돌이 피해자지만, 이들의 사회관계망서비스(이하 SNS) 댓글 등에 성희롱적 발언과 능욕을 하는 누리꾼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심지어 해당 영상들이 불법으로 팔리기기도 한다.

한 아이돌 기획사 관계자는 “피해를 입은 여성 아이돌 중에는 미성년자도 있다”며 “그 친구에게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난감하다. 그 친구는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에 휩싸여 있다”고 토로했다.

‘동성 간 성관계’

구체적 묘사

이제는 남성 피해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디지털 성범죄에 여성 아이돌만 노출되는 것이 아니다. 남성 아이돌의 목소리 등을 덧입히는 ‘불법 딥보이스’도 나돌고 있는 상태다.

남성 아이돌들이 극심한 피해를 입고 있는 것은 알페스다. ‘리얼 퍼슨 슬래시(Real Person Slash)’의 줄임말로, 남성 아이돌을 성적 대상화하는 통로로 변질되고 있다.

처음에는 여성 팬들이 좋아하는 남성 아이돌을 주인공 삼아 만든 팬픽션 형태로 출발했다. 소수의 마니아 문화로 취급돼 큰 관심을 받지 못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변태적 성관계 묘사, 특히 동성 간 성관계 행위 등을 구체적으료 묘사해 이 역시 ‘디지털 성범죄’라는 인식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한 명 한 명 거명하기 힘들 정도로 여러 인기 남성 아이돌이 대상이다.

최근 래퍼 손심바가 온라인을 통해 알페스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그는 “알페스, 힙페스(힙합과 알페스의 합성어), 딥페이크를 합리화, 옹호하며 꿋꿋하게 소비하는 사람은 ‘음지문화’가 아니라 ‘성범죄’를 즐기는 것”이라고 힐난했다.

이어 “모르고 저지른 것은 용서받을 수 있지만 알면서도 저지르는 것은 용서하기 어렵다. 뿌리 뽑을 수는 없어도 그들이 부끄러워 숨고 사회가 경계하고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픽=뉴시스]
[그래픽=뉴시스]

제작‧유포자

처벌 받나

업계는 알페스를 두고 ‘팬 문화의 심각한 변질’이라고 꼬집고 있다. 남성 아이돌을 대상으로 한 팬픽은 1세대 아이돌이 나온 시기부터 함께했다. 아이돌과 팬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어 초기는 기획사도 환영하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팬픽 전문 작가’가 활동할 정도였다.

그러나 팬픽에 아이돌에 대한 동경이 아닌 비뚤어진 욕망이 투영되면서 왜곡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남성 아이돌을 심한 성적 노리개로 취급하는 알페스가 그것이다.

일부 팬들은 알페스가 ‘놀이문화’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어느 분야에나 있는 ‘음지 문화’ 중 하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음지문화라고 해서 과도한 선정성과 폭력성이 무조건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미성년자 아이돌이 성폭행까지 당하는 수준의 팬픽을 팬픽이라 부를 수 있겠냐”라고 지적했다.

더 큰 문제는 자신들이 아이돌 문화를 구매하고 소비해 시장을 유지하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일부 알페스 생산자들은 판매를 이어가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기획사 관계자들은 강경 대응을 했다가, 오히려 역풍을 맞을까 전전긍긍하는 상태다.

딥페이크와 알페스가 사회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관련 청원이 잇따라 올라왔다.

지난 20일 오전 기준 ‘여성 연예인들을 고통받게 하는 불법 영상 딥페이크 를 강력히 처벌해주세요’ 청원에는 약 37만 명, ‘미성년 남자 아이돌을 성적 노리개로 삼는 알페스 이용자들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 청원에는 약 21만 명이 동의했다.

특히 알페스에 대해 논란이 거세지면서 제작‧유포자들이 처벌을 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제작죄에 해당할 경우 최고 무기징역까지 나올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권에서도 알페스 등 성착취물 논란을 두고 “제2의 n번방 사태라 할 만하다” 등의 반응과 함께 경찰수사 의뢰에 나섰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알페스 등 성착취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이들을 철저히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엄벌해 달라는 수사의뢰서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접수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알페스 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직접 판매 사이트를 통해 확인했고, 남자 아이돌 간의 노골적인 성행위 장면이 그대로 노출되는가 하면 ‘눈이 즐겁다’ 등 극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면서 “심지어 고등학생으로 설정된 남자 아이돌이 성폭행을 당하는 소설까지 있었다”고 지적했다.

하 의원은 자신이 준비하는 ‘알페스 처벌법(성폭력처벌특례법)’에 대해 “모든 알페스가 처벌 대상은 아니다”라며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거나 실제 인물을 소재로 한 성착취물이 처벌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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