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전략으로 떠오른 ‘구독경제’-언론·미디어 편

신문 가판대. [뉴시스]
신문 가판대.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공유경제’에 이어 ‘구독경제’가 일명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구독경제란 신문이나 잡지처럼 매달 구독료를 내고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받는 경제활동을 말한다. 구독경제는 현재 물건뿐만 아니라 서비스까지 여러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아이러니한 점은 전통적 구독경제라고 말할 수 있는 언론 매체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관측된다는 사실이다. 사회 다양한 분야의 ‘생존전략’으로 떠오른 구독경제가 언론 매체에서는 어떻게 작용해 왔는지 일요서울이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변천사 살펴보니···온라인 치중젊은 층도 구독에 지갑 연다

구독경제의 전통적인 모델은 신문, 잡지, 우유, 요쿠르트 등이다. 현대형 구독경제가 떠오르는 상태에서 정작 기존 모델들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조사에 따르면 1996년 69.3%에 이르렀던 신문 구독률은 2017년 9.9%까지 떨어졌다. 시사주간지 등의 유료부수도 다르지 않다.

많은 신문사들이 어려움을 겪어 폐간을 결정하고, 잡지 역시 온라인화로 가속하면서 폐간이 잇따랐다.

‘공룡’ 포털과 손잡은 언론

결국 온라인화로 눈을 돌린 언론들은 거대 포털에 의존하게 됐다. 뉴스 유통 시장의 ‘공룡’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그 대상이다. 한국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 때문에 뉴스 콘텐츠를 제공하는 여러 언론사에 있어 포털은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돼 버린 모양새다. 또 울며 겨자 먹기로 손을 잡아야 하는 존재였다.

이 과정에서 언론사들의 자체 플랫폼은 사실상 방치됐거나 영향력이 크게 감소한 수준이다. 만약 거대 포털을 통해 방문자가 유입되지 않는다면, 트래픽이 대폭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을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다.

일부 언론사들은 자체 플랫폼을 키우지 못하더라도 네이버가 지급하는 전재료를 통해 수입을 꾸준히 확보해 왔다. 그러나 네이버는 전재료를 폐지하고, 대신 뉴스에서 발생한 광고 수익을 언론사에 배분하는 식으로 수익 모델을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전재료는 포털이 1990년대 후반부터 언론의 지식재산권인 뉴스 콘텐츠에 지급해 온 돈이다.

이렇게 언론사들은 원하던 ‘포털 의존도 축소’와 원하지 않던 ‘전재료 폐지’를 동시에 맞게 됐다.

최근 네이버는 연내에 구독형 유료 지식 콘텐츠 플랫폼을 런칭한다고 발표했다. 유료 구독 서비스를 강화한다는 것.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네이버에서 언론사를 구독한 누적 구독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섰다”면서 “이용자가 정기적으로 어떤 콘텐츠를 받아보고 싶다는 요구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다양한 결제 방식과 유료 알림 등의 도구를 준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도 대열에 합류했다. 올해 상반기에 새로운 콘텐츠 구독 플랫폼을 공개할 계획이다. 창작자들을 불러모아 뉴스‧음악‧게시글 등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를 유통하는 창구로 만든다는 방침이다. 이용자는 관심사에 따라 여러 콘텐츠를 구독하고 상호작용하는 관계 기반 공간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후원 또는 월정액 수익을 내는 유료 구독 모델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원래 누구나 쓸 수 있는 무료 플랫폼으로 성장해온 곳이다. 이 때문에 ‘국내 1위 포털’, ‘국민 메신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그러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이들이 바라보는 미래는 ‘넷플릭스’다. 넷플릭스는 구독경제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로 꼽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플랫폼 경제에서 구독경제로 발돋움한다는 계획이다.

‘전문성’ 핵심인 까닭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언론사들의 반응은 탐탁지 않다.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양새다. 거대 포털의 유료 콘텐츠 실험이 성공할 경우 언론사 콘텐츠 유료 구독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한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뉴스 유료화마저 포털 가두리에 갇히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공존하는 것.

또 거대 포털인 네이버의 실험이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할 경우 큰 플랫폼에서조차 유료화에 실패했다는 절망이 업계에 뒤덮을 수 있다는 공포도 자리 잡고 있다. 다만 구독형 플랫폼은 전면적으로 시행되기보다는 일부 언론사에 한해 시범 운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많은 언론사는 이번 실험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의 구독 모델이 성공하더라도 언론사의 개별 구독 모델 성공이 확보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 또한 포털이 구독자 정보를 언론사에게 무조건 지급한다는 보장도 없다.

이 때문에 언론계에서는 포털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대안으로 온라인 기사가 무료라는 인식을 바꾸고, 언론사 자체 유료 구독 모델을 실용화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그 과정에서 기사의 질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우선시 돼야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종이신문의 구독률은 과거에 비해 현저히 떨어졌으나, 해당 신문을 읽는 독자들까지 줄었다고는 볼 수 없다. 종이신문을 비롯, 언론 사이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유되는 신문발(發) 정보의 공급과 소비량은 그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 신문이 약해진 것이 아니다. 환경이 변했을 뿐 더욱 강력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앞으로 언론‧미디어의 생존전략은 구독경제일 것으로 전망된다. 온라인의 경우, 이제는 기사 조회 수나 방문자 수를 높이는 것을 넘어 충성도 높은 구독자를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종이신문도 배제할 수는 없다. 아직까지 청와대, 국회, 의원실, 정부부처 산하 기관과 수사기관인 경찰과 검찰 등도 종이신문을 읽는다. 기업과 시민단체 등도 마찬가지다.

잡지 등에서 광고 없이 구독과 판매만으로 수익을 내는 실제 성공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이들의 선전 이유는 구독경제의 핵심인 ‘커스터마이징(customizing)’이 꼽힌다. 구독자에게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는 것. 즉, 특성화가 핵심이다. 이는 세계적인 흐름과도 맞물려 있다.

정보는 넘쳐 흐르지만 자신에게 맞는 정보는 얻기 어려운 시대다. 온라인에 치중돼 있고, 무료 기사가 익숙한 젊은 층마저도 맞춤화된 정보에 구독 비용을 쓸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 18~24세 젊은이들이 뉴스 구독료를 내는 비율은 2016년 4%에서 2017년 18%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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