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립편집위원
이경립편집위원

지난 20일은 코로나19 국내 첫 확진자가 발생한 지 1년이 되는 날이었다. 1년 전 그날에는 누구도 지난 1년이 잃어버린 1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코로나의 전조가 밀려오던 시기에 대통령의 꿈을 실현하고자 국무총리직을 내던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당대표도, 국회의장을 역임했던 사람으로 동상이몽(同床異夢)을 꿈꾸며 그 국무총리 자리를 덥석 받은 정세균 국무총리도, 영원한 루저(loser)라고 인식되던 사람이 순식간에 차기대선주자 선호도 1위로 올라서버린 이재명 경기지사도 팬데믹 상황이 1년 이상 갈 것이라고는 아무도 생각할 수 없었을 것이다.

돌이켜보면 팬데믹 1년이 대권을 꿈꾸는 여권의 차기대선주자들에게 많은 시련을 주기도 했고, 많은 기회를 주기도 했다.

이낙연 당대표는 코로나19 초기 팬데믹 상황을 K방역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가장 득을 많이 본 대선주자다. 자신의 능력과는 상관없이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한 직후 그의 대선주자 지지율은 40%를 훌쩍 넘어 대세를 형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제19대 대선 득표율과 거의 같은 지지율을 얻었기에 난공불락으로도 여겨졌지만, 그 후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한 그는 차기대선주자 지지도가 가파르게 곤두박질치는 것을 보고만 있을 뿐이다.

코로나19의 창궐과는 전혀 관계가 없지만 네임 리스크를 앉고 업무를 시작한 정세균 국무총리는 취임 3개월 만에 K방역을 방패삼아 세균을 잡고, 더불어민주당 4.15 총선 압승을 실질적으로 이끈 공로로 문재인 대통령의 확실한 신임을 얻는데 성공했다. 코로나19 3차 대유행으로 차기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이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언제든지 이낙연 당대표의 대체제로서 부상할 수 있는 준비는 갖춘 상태다.

이낙연 당대표와 정세균 국무총리는 코로나19라는 주어진 상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능력을 평가받았다면, 코로나19 상황을 자신의 이슈로 만들어 차기대선주자로서의 위상을 드높인 사람은 이재명 경기지사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선진국에서도 성공한 예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진 기본소득을 코로나19 상황에 대입시켰다. 작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경기도민 전체에게 재난기본소득이라는 명칭으로 1인당 1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한 것이다. 17개 광역시도중 전체 지역민을 대상으로 하여 지급한 곳은 경기도가 유일했는데, 다른 광역자치단체가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 더 두텁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한 것과 비교하면 확실하게 차별화되는 것이었다.

기본소득에 재미를 본 이재명 경기지사는 최근 코로나19 3차 대유행에 따라 재난기본소득을 전국민에게 지급해야 한다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재난기본소득의 옳고 그름을 떠나 그의 행위는 실질적 효과보다 심리적 효과를 노린다는 면에서 포퓰리스트의 전형이다.

최근에는 아이돌출신 배우 김세정이 GH기본주택을 TV에서 홍보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근혜(GH)기본주택인지 알고 깜짝 놀랐는데, 이내 GH가 경기주택공사의 영문표기라는 점을 알고 안도했다. 김세정이 기본주택을 홍보하기보다 마치 이재명 경기지사를 홍보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는데, 아마도 정치학을 전공한 필자의 과민반응이었을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기본 시리즈로 다가오는 대선을 준비하는 것 같다. 기본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것을 이루기 위해 가장 먼저, 또는 꼭 있어야 하는 것’, ‘사물의 밑바탕이 되는 토대와 근본’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어떤 사람의 됨됨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할 때, 그 사람은 “기본이 안 돼 있어!”라고 말한다. 과거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러 면에서 기본적 소양에 대해 공격받아 왔고 소명이 안 된 부분도 있다. 그가 기본을 강조할수록 그의 기본적 소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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