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업무를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행정업무를 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미국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조 바이든(Joe Biden)이 임기 첫 날부터 행정 업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든은 취임 당일 코로나 팬데믹에 대비한 마스크 의무착용 이행, 키스톤 송유관 허가 취소, 이슬람 및 아프리카 지역 여행금지 철회 등 다양한 행정명령 및 조치를 취하면서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취임일 가장 많은 업무를 집행한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코로나방역, 환경, 이민 등 17개 행정명령‧조치 서류 서명  

20일 정오 행사에서 바이든이 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즉시 행한 이번 행정조치는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병에 대한 미국 정부의 공격적인 대응을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는 한편, 4년 임기를 맞아 ‘바이든표 정책 아젠다’를 새롭게 설정함과 동시에 트럼프 정부의 핵심 정책들을 조속히 종료시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오벌 오피스(대통령 집무실)의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스크를 쓴 채 “기다릴 여유 없이 즉각 업무에 돌입하려 한다”며 집무 책상에 앉아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 날 바이든 대통령은 15개의 행정명령과 2개의 행정조치 등 총 17개 업무지시서에 서명했다. 이는 미 백악관 역사상 대통령 취임 첫 날 이뤄진 가장 많은 행정업무량이다.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어느 누구도 취임 당일 1개 이상의 행정업무지시서에 서명한 바 없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취임일에 ‘건강보험개혁법’을 뒤집기 위한 명령서에 서명했고,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1월 20일 취임 당시 단 한건의 행정 처리도 하지 않았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첫 날 윤리 명령서를 승인한 게 전부다. 이들 전임 대통령 모두는 취임 이후 첫 주 동안 추가적으로 업무지시서를 검토, 결제하는 방식으로 첫 임기를 시작했다. 바이든의 이번 행정명령에는 트럼프 정부가 추진한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즉각 중단하고, 파리기후협정에 재가입하는 국내외 이슈가 포함됐다. 

트럼프 '흔적 지우기'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 

바이든 정부의 신임 국가안보 고문인 제이크 설리번(Jake Sullivan)은 “이것은 세계 흐름에 다시 동참하겠다는 대통령의 정책 기조를 발전시키기 위한 두 가지 초석”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파리조약에 재가입하는 것은 바이든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기후 변화에 대한 위기의식을 높이려는 대통령의 광범위한 노력 중 첫 단계 일뿐이다”라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행정 기관에 환경문제 및 공중보건에 대한 트럼프 시대의 정책들을 전면 재검토하도록 지시했으며, 이는 화석연료 회사 및 기타 중공업 분야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규제를 완화하려 했던 트럼프의 구상을 완전히 뒤집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런 노력들은 더욱 엄격한 효율성과 제재가 요구되는 자동차 및 가전제품 제조사들과 석유가스 회사들이 그 대상이다. 아울러 바이든의 이번 행정명령은 정책 검토기관이 기후 변화 대응책을 마련하는 것 외에도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고 고용을 늘리는 데 집중시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에 셸리무어 카피토(Shelley Moore Capito) 상원의원은 “임기 첫날부터 바이든의 정책이 미국 경제와 고용에 타격을 주고 있다”며 “키스톤 파이프라인 허가를 철회하고 파리협정에 재가입하면 좋은 급여를 받는 일자리가 없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공화당 의회 측은 “바이든 행정부가 첫날에 모든 미국인을 이롭게 하고 나라를 발전시키기 위해 일하는 대신 급진적 좌파를 즉시 수용하는 데 급급하다”고 꼬집었다. 지난 12월 오피니언 칼럼니스트와의 접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행정 집행능력에 의구심이 든다”고도 피력했다. 

반면 롭 포트만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일하는 것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우리가 만약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정중하게 거절할 것입니다. 공직은 고귀한 소명이며,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은 정치적 소속과 무관하게 미국 국민들의 존경을 받을 자격이 있다”라고 말했다. 

바이든 정부, 코로나 대응 및 이민자 보호책 마련에 부심

코로나 전염병은 바이든 행정부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힌다. 바이든 취임 전날 미국의 사망자는 40만 명에 달했다. ‘100일 마스크 착용의무화’ 정책은 미국 지방을 여행하는 항공사, 기차 및 대중교통 시스템에 적용되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중앙정부도 지방 당국과 유사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바이든은 미국 내 이민자 추방에 대한 보호를 확대하고 의회 대표 할당에 비시민권자를 제외하려 했던 트럼프 정부의 기존 이민 정책을 전면 수정했다. 바이든은 미국 의회에서 법적 지위가 영구적으로 보장되지 않는 1100만 명의 이민자들을 위해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는 프로그램(8년 과정)을 포함시키는 광범위한 이민 법안을 채택할 것을 촉구했다. 이러한 전면적 제안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강하게 압박했다. 

인종평등 이슈도 바이든 정부의 또 다른 초기 과제다. 지난주 수요일 바이든 대통령은 연방기관이 발전 장벽을 해소시키기 위한 계획을 전달하고 예산 당국이 유색 인종 공동체에 연방자원을 보다 공평하게 할당하도록 지시하는 행정명령서에 서명했다. 바이든의 최측근은 “향후 몇 주 안에 이뤄질 추가 행정조치는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 접근성 측면에서 연방정부 행정 전반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원문-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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