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준 후보 대세론 이어가…與 ‘신공항’ 공세 변수될까

부산시장 보궐선거 홍보 현장 [뉴시스]
부산시장 보궐선거 홍보 현장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국민의힘 박형준 교수가 4‧7 부산시장 보궐선거 여론조사에서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수뇌부가 최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의식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강행이라는 초강수를 던지며 현지 민심 휘어잡기에 나섰지만 부산 민심은 여전히 야당의 손을 들어주고 있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부‧울‧경(PK) 지역에서 기존 '여약야강(與弱野强)'의 지지 구도가 뒤집힌 것으로 나타나 부산 보궐선거전 승리를 확신하고 있었던 야권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됐다. 

- 국민의힘 박형준, 20~30대 지지도 높아…중도‧보수층 아우르는 이미지 강점  
- 박형준 견제 위한 與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안에 현지 민심은 '시큰둥'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가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당 후보들을 압도하며 대세론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야권 유력 후보로 이언주 의원을 선봉으로 한 야권 내 ‘반(反)박형준’ 견제 세력의 흠집 내기에도 상위 지지율을 굳건하게 지켜 내는 모양새다. 

박 후보의 지지율은 지난해 12월 들어 급격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부산일보·YTN의 리얼미터 조사(12월 22~23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에서는 지지율 27.4%로 10%대인 2위 후보와 격차를 크게 벌리며 ‘1강’으로서 입지를 굳히는 데 성공했다. 36대 부산시장을 맡았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부산시장 재보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서 의원의 지지층 대다수가 박형준 후보로 유입된 데 따른 현상으로 분석된다. 그런 가운데 이언주 후보 등 다른 야권 후보들의 지지율 변동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박형준 대세론’에 더욱 힘이 실린다. 이렇다 보니 사실상 부‧울‧경(PK) 지역의 야당 지지율은 박형준 후보를 향한 영남권의 민심으로 투영되는 상황이다. 

한편, 지난 21일 발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서는 보수 텃밭인 부‧울‧경 지역의 여당 지지율이 야당 지지율을 4.5%P 앞서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판세가 뒤집혔다는 여론이 부각되고 있지만 이는 여론조사 오차범위에서 빚어진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는 게 전문가의 견해다. 정치컨설턴트사 폴리컴의 박동원 대표는 일요서울과 통화에서 “리얼미터 조사에서 지난 12월부터 1월까지 4주에 걸쳐 계속해 PK지역에서 국민의힘이 우위를 가져갔고, 228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21일 조사는 지역적 ‘튕김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추진 등 최근 이슈로 인해 일시적으로 지지도가 증폭됐을 수 있지만 이는 적어도 향후 3~4주에 걸쳐 추이를 더 지켜봐야 하며 당장 영남권의 지지구도가 뒤집혔다고 보기엔 어불성설”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뉴시스]
박형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 [뉴시스]

 

부산 유권자들의 민심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조사된 PK 지역의 민심은 부산시장 선거에서 야권이 우세한 쪽으로 기울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 현지 유권자들이 바라보는 부산시장 후보들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일요서울이 현재 부산에 거주하는 20대(10명), 30대(12명), 40대(8명), 50대(10명) 등 40명을 대상으로 자체 설문을 작성해 조사한 결과 40명 중 32명(80%)이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30대 총 22명의 젊은 유권자 가운데 무려 20명(90.9%)이 박 후보자에 대한 지지의사를 표했다. 박 교수를 지지하지 않는 나머지 8명 가운데 5명이 더불어민주당 김영춘 후보를 꼽았으며 3명은 기권했다. 

부산 해운대구의 23세 학생 E양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진 않지만 이번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선 보수 야당에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오거돈 전 시장이 사퇴한 이후 특히 최근 민주당의 행보에서 야당 시절 ‘사회적으로 물의가 될 만한 이슈가 겹치면 공직에 후보군을 내지 않는 정의로운 당 가치를 수호하겠다’던 진영 철학이 붕괴된 모습을 목격했다. 이번 부산시장 재보선에서 박형준 교수를 지지하는 이유는 민주당이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당 가치를 저버린 모습에 신뢰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부산 내 거주 지역을 밝히지 않은 40대 회사원 K씨는 “박형준 교수는 미디어로 다져진 친숙한 이미지와 숙성된 정치 경험으로 다양한 연령층에 어필한다”면서 “어차피 이번 부산시장 임기가 1년 남짓이라 장기적인 추진력보다는 부산의 이미지 쇄신과 시정 전반에 활력을 줄 수 있는 부분에서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밖에 박형준 후보는 ‘썰전’ 등 시사방송 TV프로그램 출연으로 다져진 인지도와 현직 교수 이력이 20‧30대 젊은 층에 특히 크게 어필하면서 중도‧보수를 아우르는 지지층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박형준 후보의 시정(市政) 능력에 회의적 입장을 내비치며 여권의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적극 지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50대 공무원 A씨(부산 북구)는 “행정능력 측면에서 김영춘 의원이 박형준 교수를 압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김 의원은 해양수산부 장관 이력을 살려 짧은 임기 내에 부산시가 당면한 금융권 공공기관 추가 유치, 가덕도 신공항 도입 등 주요 현안들을 잘 처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지를 보냈다.

42세 자영업자 H씨(부산 연제구)는 “대부분 정치인들이 선거용 목적을 가지고 흉내 수준에 그치는 행보를 보이는 반면, 김 후보는 현장 일선에서 민생 해결법을 찾아내려는 몇 없는 정치인”이라며 “무엇보다 중소상인들의 고충을 가장 잘 이해하고 이번 가덕도 신공항 유치와 관련해선 자신의 호를 ‘가덕(加德)‘으로 삼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라고 덧붙였다. 

與 ‘가덕도 신공항’ 초강수, 부산시장 보궐 판세 뒤집기용 카드로 통할까? 

여권은 이번 부산시장 보궐에서 대권에 가장 근접한 박형준 후보를 견제할 카드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처리안을 내걸었다. 여권 입장에선 가뜩이나 보수 진영에 호의적인 '철옹성' 부산 지역에서 검찰과 법무부 갈등, 코로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현 정권에 등돌린 민심을 되돌릴만한 승부수는 사실상 신공항 도입을 주도하는 것 외엔 묘수가 없는 실정이다.

한동안 교착 상태에 빠졌던 가덕도 신공항 이슈가 4‧7 부산시장 보궐을 앞두고 여‧야 공약의 핵심 쟁점으로 또 다시 부각되는 이유다. 앞서 지난해 11월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가 신공항 추진에 대해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제출함에 따라 여야 모두 가덕도 신공항 건설 관련 특별법을 각각 발의하며 발빠른 대응에 나선 바 있다.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통해 각종 선거에서 영남권 민심을 유리하게 가져가겠단 계산에서다. 

하지만 부산 재보궐 선거를 두 달여 앞둔 현 시점에서 이낙연 대표를 중심으로 한 여권의 가덕도 신공항 ‘재탕’ 카드가 부산 민심을 되돌리기엔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이미 야당 후보 측에서도 가덕도 신공항 추진 방안을 선거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데다, 선거철이 될 때마다 등장하는 정계의 가덕도 공항 추진안은 식상하다는 것이 부산 현지 유권자들의 반응이다.    

부산시장 야당후보 캠프 한 관계자는 “여러 선거전에서 여‧야 가리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 공약을 남발했기 때문에 부산에선 이미 ‘양치기 소년’ 효과가 나고 있다. 더군다나 국민의힘 역시 가덕도 신공항 공약에 가세할 가능성이 높아 선거에서 변별력이 생기기 힘든 구조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국민의힘 후보를 지지하는 직장인 남성 A씨(43세, 부산 연제구)는 “정치권이 선거철마다 가덕도 신공항 공약을 내세웠지만 그간 이렇다 할 결실은 없었다”며 “부산 시민들 사이에선 신공항 이슈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치달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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