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항염증제 봉독요법]
■소염제 스테로이드 대체하는 봉독요법
■국소부위 혈행 촉진 면역물질 증가시켜

인체에 불편함을 초래해 수많은 문제로 병원을 찾는 이유 중의 대부분은 염증이다. 관절염, 위염, 비염, 장염, 폐렴, 방광염, 질염, 결막염, 피부염 등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염증은 수많은 종류의 염마(炎魔)가 되어 사람들을 공격해 왔다. 염증의 일반적 증상은 2천 년 전부터 인식되어 왔고 한의학에서도 ‘홍종열통(紅腫熱痛)’ 이라고 정의하며 환부가 붉게 되고 부어 오르며 열감이 있고 통증이 있는 것으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체에 존재해 병을 일으키는 염증은 인체에 필요한 것일까. 아니면 제거하고 없애야 할 대상인가.

염증(炎症)은 유해한 자극에 대한 생체반응 중 하나로 면역세포, 혈과, 염증 매개체들이 관여하는 보호와 수선의 정상적인 과정이다.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원인은 운동부상, 물리적 자극 및 물질로는 병원체, 손상된 세포, 자극물질, 위험신호 등이 있다. 염증의 목적은 세포의 손상을 초기 단계에서 억제하고 상처 부분의 파괴된 조직 및 괴사된 세포를 제거하며 동시에 조직을 재생하는 것이다. 

즉 염증 자체는 질병으로 분류하기 보다는 오히려 생명체에 필요한 방어 체계에 해당한다. 일반적인 염증반응에 의해 손상된 부위가 호전되면 염증 증상도 점차 가라앉고 치료가 마무리된다.
 다만 염증이 너무 극렬하여 계속해서 염증을 지속시키고, 조직의 재생보다는 주변 조직을 손상시키는 경우에는 염증을 빠르게 제거하여 주변 피해를 막아야 한다.

예를 들면 바이러스, 세균성 감염으로 인한 급성 염증인 경우 백혈구가 항원을 죽이면서 주변 조직까지 같이 손상을 시킬 수 있다. 급성세균성폐렴, 급성뇌수막염, 급성상기도감염 등의 경우 등에 해당한다. 

또한 염증이 급성기를 지나 만성화 단계에 이르렀을 때는 염증의 과정이 자연적으로 조절할 수 없는 상태로 간 것으로 본다. 염증이 가라앉아야 할 때 잡히지 않고 염증의 진행이 지속되는 상태다. 주로 체내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만성 비염, 만성 피부염, 만성 관절염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경우 면역기능의 회복을 통해 염증반응을 정상화시키는 치료를 진행한다.

서양의학에서 염증을 다룰 때 대체적으로 아스피린이나 아세트아미노펜 및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 일명 ‘소염진통제’ 를 사용한다. 소염진통제는 백혈구에 의해 방출되며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 합성을 억제하여 염증반응 자체를 차단하고 통증을 덜 느끼게 만든다. 

또한 염증반응이 너무 극렬하여 일반적인 소염진통제로 염증이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는 ‘스테로이드’ 를 쓰기도 한다. 스테로이드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소염제로 손쉽게 통증과 증상을 가라앉히지만 부작용이 강해 여러 문제를 발생시킨다. 체중 증가, 얼굴 부종, 뼈가 얇아지고, 고혈압, 근위축 등이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스테로이드가 체내 부신에서 분비하는 호르몬이자 염증억제물질인 코티솔과 작용이 유사하기에 약물을 어느 정도 사용하게 되면 뇌하수체에서 이미 충분한 코티솔이 분비되고 있다고 착각하게 된다. 

만약 염증이 나아졌다고 스테로이드 약물 복용을 갑자기 중단하면 체내 염증을 제어하는 코티솔 부족으로 염증 반응이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하여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게 되면 반드시 의사와 상담하여 서서히 용량을 줄여 나가면서 체내 코티솔이 생산되는 시간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감량해야 한다. 이 외에 항생제는 몸에 악영향을 끼치는 세균 중에서도 박테리아균에 인해 염증이 생겼을 때 사용하는 염증약이다. 다른 세균이 아닌 박테리아 세균에 반응하므로 한정된 상황에서만 효과를 낸다. 항바이러스제도 마찬가지다.

한방에서는 봉독요법이라 하여 꿀벌의 침독을 이용해 염증반응을 치료한다. 다만 봉독요법은 일반적인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 등과는 치료 원리가 정반대이다. 봉독은 멜리틴, 아파민, 히스타민, 도파민 등 40여개의 복잡한 물질로 구성되며 이 중 가장 주요한 역할을 하는 멜리틴(Melitin)과 아파민(Apamin)은 뇌하수체 부신을 자극하여 체내 염증을 제어하는 코르티졸을 분비를 증가시킨다. 염증반응 자체를 차단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염증을 제어할 수 있는 천연 면역물질을 염증이 있는 국소부위로 공급시켜버리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붕괴된 다리가 정상적인 염증반응으로 수리될 수 없을 때 출입구를 통제하여 돌아가게 하는 것이 진통소염제, 스테로이드라면 봉독요법은 수리공사를 활발하게 일으켜 손상된 부위가 더 빨리 복구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당장의 통증과 불편함을 없애기 위해 스테로이드를 이용하기는 하지만 이 방법으로 근본적인 원인은 치료할 수가 없다. 다만 봉독은 공사를 활발하게 진행시키니 초반 하루에서 이틀 정도는 치료받은 부위가 더 욱신거리고 붓고 가려운 증상이 생길 수가 있다. 

다만 자신의 면역기능을 극대화한 치료를 진행하므로 염증이 부작용 없이 근본적으로 회복될 수 있다. 봉독의 단점은 환자에 따라 감수성이 천차만별이기에 가려움, 부기 등이 심한 사람들은 농도를 조절해서 처방해야 한다. 단, 만 분의 일 확률로 전신과민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쇼크가 오게 되면 응급상황에 준하므로 반드시 시술 받은 한의원이나 응급실에 내원하여 응급처치를 받아야 한다.

모든 치료는 균형이 중요하듯 염증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정상적인 염증반응은 인체면역에 의해 자연적으로 회복이 되므로 적당한 휴식과 영양섭취, 알맞은 운동으로 완치가 가능하다. 하지만 염증이 너무 극렬한 경우 염증을 없애는 치료제를 알맞게 사용해야 하고, 만성 염증으로 이환된 경우 불편한 증상은 지속되는데 자가 치유과정인 염증반응이 너무 미약하기에 면역반응을 정상적으로 만드는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잠깐의 불편함 때문에 무분별하게 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를 남용하지 않아야 한다. 습관적으로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를 남용하면 당장의 통증을 덜 느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는 면역체계가 무너져 염증이 잘 발생하는 상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봉독요법은 소염진통제와 스테로이드를 대체할 수 있는 훌륭한 치료법으로 체내 면역물질을 증가시키고 국소부위의 혈행을 촉진하여 손상된 조직이 빠르게 복구되도록 한다. 불편하다고 공사를 중단시키기보다는 공사를 빨리 마무리하는 게 더 현명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한동화 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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