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 2021.01.25. [뉴시스]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상임위원들이 25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전원위원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날 인권위는 전 서울시장 성희롱 등 직권조사 결과보고를 의결 안건으로 상정해 논의한다. 2021.01.25.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약 180일간의 직권조사 끝에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성희롱 의혹을 사실로 인정했다. 다만 피해자가 주장한 서울시 관계자들의 성추행 방조나 피소사실 유출 등에 대해 명확한 사실관계를 밝혀내지 못한 것은 한계로 꼽힌다.

25일 오후 인권위는 전원위원회를 열고 “박 전 시장이 늦은 밤 피해자에게 부적절한 메시지와 사진, 이모티콘을 보내고 집무실에서 네일아트 한 손톱과 손을 만졌다는 피해자의 주장은 사실로 인정 가능하다”며 “이와 같은 박 전 시장의 행위는 성적 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 성적 언동으로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성희롱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서울시 등 관계기관에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 권고 등도 결정했다.

전원위는 이 같은 결론을 내며 피해자의 휴대전화 디지털포렌식 등 증거 자료와 서울시 전·현직 직원 및 지인 조사(51명), 피해자 면담조사(2회) 시 진술의 구체성과 일관성 등을 근거로 들었다.

다만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을 성추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유출된 경위에 대해서는 “경찰, 검찰, 청와대 등 관계기관이 수사 중이거나 보안 등을 이유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피소 사실이 박 전 시장에게 전달된 경위를 확인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서울시 비서실의 운용 관행에 대해서는 “샤워 전후 속옷 관리 업무 등 사적 영역에 대한 노무까지 수행하는 등 잘못된 성인식이 반영된 결과”라고 봤다.

앞서 지난해 7월 박 전 시장이 숨지면서 성추행 의혹에 대한 직접 수사는 진행되지 못했다. 당사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진행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찰이 5개월간 진행한 수사는 박 전 시장의 변사사건과 박 전 시장 측 인물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였다. 검찰도 관련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는 피소 사실 유출 의혹에 대한 수사였다.

이 때문에 박 전 시장 성추행 여부를 두고 지난한 대중적 논쟁과 2차 가해만 이어졌다.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을 믿을 수 없다는 이들의 일부는 자신들의 주장만 내세우는 것을 넘어 온라인 등에서 피해자를 노골적으로 공격하기도 했다.

박 전 시장의 언동을 성희롱으로 판단한 것과 달리, 비서실 전(全) 직원들이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을 묵인 방조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내놨다. 인권위는 “전 비서실 직원들이 박 전 시장의 성희롱 행위를 알고도 묵인하는 등 박 전 시장의 성희롱을 인지했다는 객관적인 정황은 파악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다만 “지자체장을 보좌하는 비서실이 성희롱의 속성 및 위계 구조 등에 대해 인식하지 못하고 박 전 시장과 피해자의 관계를 친밀하다고만 바라본 낮은 성인지 감수성이 문제”라고 적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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