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오는 4월 치러지는 서울시장 재보선 후보 단일화 문제에 줄곧 소극적 입장을 나타냈다. 정치권에선 후보 단일화 문제가 그의 향후 정치생명과도 직결된 사안인 만큼 논의가 쉽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의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안 돼도 그만이라는 입장이다. 그는 안 대표와 단일화가 실패할 경우에도 ‘3자 구도 필승론’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정치9단’인 김 위원장의 속내는 무엇일까? 일요서울이 알아봤다. 

-국민의힘 단일화 재촉하는 安... 金 재차 ‘선긋기’ 

차기 대선을 겨냥해 활동했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지난해 12월20일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야권 단일후보로 당당히 나서서 정권의 폭주를 멈추는 견인차 역할을 하겠다”며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전임 시장과 그 세력들의 파렴치한 범죄를 심판하는 선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내년 4월 보궐선거 승리는 정권교체를 위한 7부 능선을 넘는 것이다. 제가 앞장서서 그 7부 능선까지 다리를 놓겠다. 반드시 이겨 정권교체의 기반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대표는 “안철수가 이기는 선거가 아니라, 전체 야당이 이기는 선거를 하겠다”며 “내년 서울시장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지 못하면 다음 대선은 하나 마나할 것이며, 그렇게 된다면 ‘대한민국은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는 많은 원로 분들의 충정 어린 말씀이 계셨다”고 했다. 그는 “지금의 암울한 현실을 바꾸려면 정권교체 외엔 그 어떤 답도 없고, 서울시장 보궐선거 승리가 그 교두보라는 많은 분들의 의견을 부인하기는 어려웠다”며 “지금은 대선을 고민할 때가 아니라,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정권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만은 제 몸을 던져서라도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회견 직후 안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지금 이기지 못하면 야권의 정권교체는 불가능하다. 제가 대선을 포기하고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결심한 배경을 이해해주길 바란다”며 “(국민의힘과 통합에)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 공정한 경쟁을 할 수 있다면 어떤 방식이든 다 좋다.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강구해보겠다”고 했다. 안 대표는 이어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야권이 힘을 합해야 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맞서 싸워야만 한다”며 “열린 마음으로 이길 수 있는 최선의 가능성을 찾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야권 단일화에 있어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대권을 겨냥해 활동한 그가 서울시장 재보선 출마를 결단한 모습에 여론은 움직였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SBS 의뢰로 지난해 12월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801명을 대상으로 범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적함도 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포인트)를 벌인 결과 안 대표가 26.9%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이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 12.1%, 나 전 의원 7.4%, 금태섭 전 의원 3.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 金 “단일화 안 돼도 ‘3자 구도 승리’ 확신”

하지만 김 위원장은 안 대표의 야권 후보 단일화 주장엔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6일 안 대표와 회동한 자리에서 “국민의힘에 들어오고 싶으면 언제든 연락해도 되지만 그게 아니라면 앞으로 만날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도 본경선 시민 여론조사 비율을 100%로 바꾸는 등 정비하고 있다. 당신이 단일화를 하든 말든, 출마를 하든 말든 앞으로 이것에 대해 일절 말하지 않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하여 경쟁하지 않는다면 어떤 단일화 방식도 불가하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12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3자 필승론’을 주장하며 단일화의 필요성에 대해서 안 대표와 온도차를 나타냈다. 김 위원장은 야권 단일화에 대해서 “나도 거기에 대해서 이의가 없다. 그러나 단일화를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라며 안 대표를 겨냥해 “‘나로 단일화해 달라’는 요구를 하면 안 된다”고 직격했다. 그러면서 그는 “단일화하려고 노력을 하지만 단일화를 못 하겠다고 그러면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단일 후보가 안 돼서 자기도 나가겠다고(3자 구도) 하는 걸 막을 수는 없지 않느냐. 그래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안 대표와의 단일화 없이도 승리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1일에도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 대표 본인도) 공당의 대표인데 지금 다른 당에서 실시하는 경선 과정에서 무소속 이름을 걸고 같이 하겠다는 것은 정치 도의, 상식에 맞지 않는 얘기”라며 “정치에도 일정한 상식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안 대표는 후보 단일화를 서두르자고 요구했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가진 신년기자회견에서 “단일화도 우리 후보가 정해져야 하지 한쪽에서만 단일화하자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라면서 “서울시장 후보가 되는데 집착하는 사람이 계속 몸 달아 있는 걸 보면 안타깝다”라고 안 대표를 일갈했다. 안 대표의 요구를 재차 거절한 것이었다. 

- 황태순, “安 야권 단일후보 출마... 金 ‘입지축소’”

김 위원장은 단일화라는 명분엔 공감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안 대표의 요구엔 분명하게 선을 그으며 안 돼도 그만 이라는 입장이다. 

정치권 안팎에선 김 위원장이 단일화에 소극적인 이유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지적한다. 먼저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후보를 내지 못하고 안 대표 중심으로 단일화가 이루어진다면, 재보선에서 승리를 하더라도 김 위원장의 공이 아니기 때문에 정치적 입지가 축소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설사 안 대표와 단일화에 실패하더라도, 정부·여당 심판론의 여론이 강하게 작용해 선거 당일엔 표가 결집할 수 있다는 기대다. 마지막으로는 김 위원장이 재보선 이후 비대위원장에서 물러날 것이라 말하고 있지만, 속내는 대선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은 욕심이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김 위원장은 향후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했을 때 안 대표와의 단일화가 주는 영향이 손해가 더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단일화에 소극적인 입장인 것으로 해석된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지난달 28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안철수 대표가 야권 단일후보가 된다면 김 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는 매우 축소될 것”이라며 “후보단일화 논의 자체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황 평론가는 “김 위원장이 최근 3자 대결구도를 언급하며 누가 단일화를 깼는지 국민들이 판단해 심판할 것이라고 이야기 했다”며 “결국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 그 책임을 안 대표에 돌릴 복선을 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오는 4월 재보선을 앞두고 김 위원장의 행보가 어떨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