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차례 성폭행·재력가 성상납 강요” vs “허위사실이자 명예훼손”

탈북 여성 승설향씨와 탈북작가 장진성씨 [사진=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탈북 여성 승설향씨와 탈북작가 장진성씨 [사진=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 방송 화면 캡처]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최근 탈북 여성 승설향 씨가 탈북 작가 장진성 씨로부터 나체 사진을 빌미로 수차례 성폭행을 당했고, 재력가 남성들에게 성상납까지 요구 받았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일요서울은 지난해 말 승 씨와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탈북민 사회에서 공공연하게 발생하는 ‘권력형 성폭력’ 문제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승 씨 증언에 따르면 ‘권력’을 가진 일부 탈북 남성들로부터 성폭력을 당하고도 후환이 두려워 말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았다. 승 씨는 이들 권력자 중 한 명으로 장 씨를 지목했다. 장 씨 측은 이에 대해 “허위 사실이자 명예훼손이다. 승 씨는 무고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법정에서 양측의 진실 공방이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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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에는 탈북 여성 승설향 씨가 출연해 탈북 작가 장진성 씨에게 네 차례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일요서울은 지난해 12월18일 승 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익명으로 실어 [‘권력형 성폭력’ 당하고 있는 탈북 여성들이 위험하다]를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승 씨는 “탈북해 온 한국에서도 북한에서의 권력 계층 구조가 그대로 이어져 권력 있는 탈북 남성으로부터 상대적으로 힘없는 탈북 여성이 성폭력을 당하고 있다”며 “여성들은 성폭행을 당해도 두려워서 말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당시 인터뷰에서 승 씨는 성폭력을 가한 권력자 중 한 명이 장 씨라고 주장했다. 

승 씨에 따르면 2016년 6월7일 장 씨로부터 페이스북 메시지를 받게 된다. 한 북한 전문 매체의 대표였던 장 씨는 성공한 탈북민 사례를 인터뷰하고자 한다며 만남을 제안했다. 승 씨는 “(장 씨와) 개인적 친분은 없었지만 그는 탈북민들 사이에서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며 “고향 선배이자 책 ‘경애하는 지도자에게’ ‘내 딸을 백원에 팝니다’ 등을 쓴 작가로도 유명한 사람이 오라고 했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약속을 잡고 만나게 됐다”고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승 씨는 서울의 한 사립학교 재단 사무실에서 장 씨를 만났고 그 자리엔 해당 학교 재단 이사장의 아들 전모씨도 함께 있었다고 했다. 세 사람은 근처 일식집에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셨고, 승 씨는 두 사람이 계속 술을 권해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취했다고 말했다. 이후 승 씨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다음 날 새벽 전 씨의 집이었고 술에 취해 의식이 없는 상태였던 승 씨는 그때 전 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승 씨는 “술김에도 계속 저항하다 결국 포기하게 된 것은 기억난다”며 “북한에서 교육 받은 대로 어찌 됐든 이 사람이랑 잘해 보자’는 마음으로 남자친구처럼 한 달 정도 교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때는 성폭행라고 인식하지 못했다. 그저 불미스러운 일, 부끄러운 일이라고만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이 일이 발생한 후부터 승 씨는 장 씨가 전 씨 집에서 찍힌 자신의 나체 사진을 들이밀며 협박과 성관계 요구를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승 씨는 “호텔 방문을 잠그고 내 나체사진을 보여줬다”며 “확인해보니 전 씨와 함께 만난 날에 찍힌 사진이었다. 전 씨가 사진을 장 씨에게 넘겼던 것 같다. (장 씨가) 그 사진을 내가 다니던 학교 홈페이지에 올릴 테니까 자기 말을 잘 들으라고 협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 씨에게 네 차례에 걸쳐 성폭행을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승 씨는 “욕구가 필요할 때마다 연락이 왔다. 호텔방에서 심지어 장 씨의 집 안방에서도 성폭행을 당하고 나체 사진이 찍히기도 했다”며 “그런 일이 있을 때마다 사람이 아닌 짐승 같았다. 죽고 싶었다”고 당시의 심경을 전했다. 또 승 씨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장 씨가) 주변에 예쁜 여자를, 사업가들과의 식사 자리에 데려오라고 요구하고 말을 듣지 않으면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도 해 왔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승 씨의 주장에 장 씨는 SNS 계정에 올린 입장문을 통해 “스트레이트가 방송한 저에 대한 성폭행 및 성상납 내용은 예고편부터가 허위사실이고 명예훼손”이라며 “변호사 선임과 법적 조치를 모두 마쳤다”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장 씨는 MBC 스트레이트 측 취재 요청에 무대응으로 일관한 이유에 대해선 “취재 요청이 왔을 당시 인터뷰 가치도 못 느낀다고 전하도록 했고 그때부터 무대응으로 일관했다”며 “당시 제보자는 제 지인과 한 달이 넘도록 정상적인 교제를 하고도 지금에 와서 자기 주장을 부풀리기 위해 저의 강요에 의한 성상납을 호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탈북민을 동정하며 밥 한 번 사 준 저의 지인을 성폭행범으로 몰고 허위 사실을 근거로 저의 성상납을 주장하는 승 씨와 황 씨의 비정상적인 언행이 담겨있는 전화 녹취, 카카오톡 문자 등은 살해 협박, 증거 조작, 경찰 사칭, 허위 사실 등 불법으로 일관돼 있고 또 그 진위는 충분히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만약 타 언론사에서 요구할 경우 이메일로 즉시 발송해 드릴 것이고 자가 격리가 끝난 뒤 언론 대응 과정에 모두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탈북민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내용이 화제가 되고 있었다. 승 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거나 주변에서 관련 이야기를 들어온 탈북 여성들은 승 씨를 지지하고 있었다. 탈북 여성 최모씨는 일요서울에 “권력을 가졌거나 이름이 알려진 몇몇 탈북 남성들 사이에서 이러한 관행들이 있어왔지만 이걸 터뜨리는 여성은 없었다”며 “피해자는 있지만 다들 무서워서 말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또 다른 탈북 여성 A씨는 “탈북 인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을 꺼내고 싶어도 주위에서 피해를 당한 여성에게 손가락질을 하는 시선 때문에 그동안 쉽게 말할 수 없었다”며 방송을 통해 얼굴을 드러내고 피해 경험을 밝힌 승 씨에게 ‘힘 내 달라’고 응원을 보내기도 했다. 정착 10년 차 탈북민 B씨는 “자신이 가진 돈과 배경 등을 무기로 상대적으로 약한 여성들에게 협박이나 강압을 하는 행동이 이어져 두려워하는 것”이라며 “이런 이야기는 알게 모르게 퍼져 있지만 피해자들이 주변에 알리지 않고 드러내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전했다. 

반면 제보자인 승 씨의 일방적인 주장만으로 보도가 나온 것 아니냐는 비판 섞인 목소리와 함께 경찰 수사와 이후 법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또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자칫 모든 탈북 단체가 욕을 먹게 될 수도 있다며 3만 명 탈북민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승 씨 변호인단 측은 29일 장 씨를 ‘강간 및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전 씨를 ‘준강간 및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혐의’로 서울 경찰청에 고소장을 접수했다. 

승 씨는 이날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여전히 권력형 성폭력을 당하고도 말하지 못하는 피해 여성들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피해 여성들이) 여성 성폭력상담소를 이용하거나 그게 어렵다면 제 변호인단의 법률 자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움주고 싶다”고 말했다. 

장 씨는 일요서울에 “승설향 씨는 무고죄를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나체 사진은 애당초 없기 때문에 오늘 휴대폰 포렌식에서도 당연히 사진은 나오지 않았다. 이후 경찰에 제시할 문자와 카톡에서도 다 증명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승 씨의 주장을 뒤집는 반전 증거들을 갖고 있다”며 “앞으로 법정 싸움이 남아있어 그 증거들에 대해선 섣불리 말하고 싶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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