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의원 [뉴시스]
조수진 의원 [뉴시스]

 

[일요서울]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이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왕자 낳은 후궁’으로 표현해 막말 파문이 일고 있다. 지난달 27일 민주당은 “저질스러운 망언”이라며 국회 윤리위원회 제소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고, 같은 당 내부에서조차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논란은 이날 오전부터 불거졌다. 조 의원의 고 의원 저격 글에 대해 여당 의원들이 반격하면서다. 조 의원은 전날(26일) 자신의 SNS에 “문재인 정부가 아끼고 사랑한다는 고민정 의원이 지난해 4월 총선에서 경합했던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향해 광진을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지 못했다고 조롱했다. 천박하기 짝이 없다”며 “고민정이라는 사람의 바닥을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문제가 된 대목은 지난해 4월 총선 당시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가 ‘고민정 당선시켜주면 전 국민에 (재난지원금) 100만 원씩 준다’고 언급한 것을 지적하면서 나왔다. 조 의원은 “이런 게 금권선거”라며 “조선 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다. ‘산 권력’의 힘을 업고 당선됐다면 더더욱 겸손해야 할 것이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여당 지도부가 당시 후보였던 고민전 의원을 지원하기 위해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취지의 글이었지만 여성 의원을 ‘후궁’에 빗대 논란이 됐다.

민주당은 반발했다. 허영 대변인은 “조 의원이 같은 여성 국회의원을 ‘조선 시대 후궁’에 비유하며 역대급 성희롱성 막말을 했다”며 국회의원직 사퇴를 요구했다. 조 의원을 국회 윤리위에 제소하는 등 향후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박주민 등 민주당 초·재선 의원 41명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동명의 성명서로 조 의원의 사과와 의원직 사퇴를 촉구했다. 이들은 “정치적 공방이 오고 가는 국회에서 나올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선, 듣도 보도 못한 저질스러운 망언”이라며 “동료 여성 의원의 인격을 짓밟고 명백한 성희롱을 자행하는 모습에 참담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개별 의원들도 가세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우상호 민주당 의원은 페이스북에 “조 의원은 아직 ‘촌철살인’과 ‘명예살인’을 구분할 수 있는 변별력을 갖추지 못한 듯싶다”며 “툭하면 쏟아지는 국민의힘발 망언을 보면 실수가 아니라 구조적 문제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윤건영 민주당 의원도 “남성 의원을 비판하면서도 그런 비유를 썼겠느냐”며 “후궁 운운하면서 함께 말한 ‘천박하기 짝이 없다. 바닥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말은 동료 의원에게 할 게 아니라 본인에게 어울리는 단어인 듯싶다”고 했다.

야당인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과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SNS에서 “같은 당 소속이고 같은 지역(전북 전주) 출신이지만 조 의원의 발언은 과했다”며 “아무리 선거철이고 여당의 잘못이 크다 해도 넘어선 안 될 선이 있다”고 했다. 이어 “조 의원은 지금이라도 과도한 표현에 대해 사과하고 해당 글을 삭제하기 바란다”고 했다. 김 교수는 “지난 총선 막바지에 야당(당시 미래통합당)의 막말 파문으로 수도권의 중도층 이반이 심화되었음을 뼈저리게 경험했다”고 했다.

고민정 의원 [뉴시스]
고민정 의원 [뉴시스]

 

당사자인 고 의원은 조 의원을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 의원은 SNS를 통해 “조 의원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시켰다. ‘선거공보물에 허위학력을 적은 혐의’라고 허위사실을 적시한 것에 대해서도 고소를 진행한다”며 “민·형사 모두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산 권력의 힘을 업고 당선됐다’는 말은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주민들의 판단을 무시한 발언”이라며 “광진을 지역주민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이어 국민의힘을 향해서도 “책임 있는 공당으로서 분별력 있는 조치와 판단을 지켜보겠다”고 압박했다.

결국 ‘후궁’표현으로 더불어민주당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28일 “송구하고 가슴이 아프며 고민정 의원에게 미안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조 의원은 SNS에 “저의 비판이 애초 취지와 달리 논란이 된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권력형 성 사건’으로 치러지는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후보자에 대해 인신공격, 비하를 한 데 대한 저의 비판 글 가운데 비유적 표현이 본래 취지와 달리 모욕이나 여성 비하로 논란이 되고, 정치적 논쟁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조 의원은 “저도 여성 의원으로서 여야를 떠나 여성의 정치 참여 확대를 주장하는 입장에서 비유적 표현이 여성 비하의 정치적 논란거리가 됐다는 자체가 가슴 아프다”며 “애초 취지와 달리 비유적 표현이 정치적 논란이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거듭 사과했다. 그러면서 “고민정 의원에게도 미안하며 비유적 표현이 논란이 된 글을 내렸다”고 했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