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 판매량 14년 만에 최고 수준 달성

미국 주택 판매량이 최근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미국 주택 판매량이 최근 14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정점을 찍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

 

- 코로나 장기화에 원격근무 선호도↑…‘脫임대화’ 주택수요로 이어져 
- 주택거래량 지난해 전년比 5.6% 오른 564만 건…2006년 이후 최대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2020년 미국은 코로나 지속으로 원격 자택근무 선호도가 높아진 데 따른 주택 신규수요 증가와 초저금리 시대 개막으로 14년 만에 주택 거래량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렇듯 지난해 하반기 주택 판매가 호조를 맞으면서 미국 경제계에 새로운 파장이 일고 있다. 이는 코로나19가 유행하는 동안 사업장 폐쇄, 실업률 증가로 좌초된 미국 경제에 희망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평가다.

지난해 단독주택 거래량 564만 건…올해도 수요 팽창

코로나로 인한 일자리 손실은 저임금 산업에 집중된 반면, 중상위 임금이나 새 집을 살 여력이 있는 세대들은 경기 침체를 잘 극복해 내고 있다. Covid-19 전염병은 대도시에 거주하던 인구의 상당수를 교외나 작은 마을로 이주시켰고, 기록적으로 낮은 대출금리는 주택매매 거래를 더욱 부추겼다. 여기에 대피소 제한이 완화되자 주택매매는 6월부터 뛰기 시작했다.  

지난달 남편과 함께 시카고를 떠난 후 펜실베니아 주 요크에서 침실 4개의 석조 주택을 매입한 브리트니 맥크래리 씨는 “이번에 집을 사게 된 이유는 전적으로 코로나 때문”이라며 “그간 소망해 왔던 대로 더 이상 임대하지 않아도 돼 기쁘다”고 말했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주택 거래량이 계정조정필년율(SAAR, Seasonally Adjusted Annual Rate) 기준 0.7%(676만 건) 증가했다고 밝혔다. 12월 주택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 증가했다. 미국 경제학자들은 주택 건설, 가구 및 가정용품 판매 등의 경제활동이 활기를 띠고 있어 주택구매 수요 모멘텀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 과잉이 공급부족 현상으로 이어지면서 매매가가 상승해 주택 매입을 원하는 임차인들에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로렌스 윤 미국부동산중개인협회 수석 경제학자는 “기존 주택 소유자들은 매매가 상승을 반기는 반면, 구매자들은 불만을 품고 있다”고 말했다. 또 협회는 미국 부동산 시장의 주류를 차지하는 일반주택 판매량의 경우 지난 2020년 총 564만 건으로 2019년보다 5.6% 증가했으며, 역대 최고점을 찍었던 2006년(640만 건)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경제학자들은 최근 주택매매 시장이 주택수요 붐이 일었던 2006년보다는 위험요소가 적다고 분석한다. 최근 대출 기준은 더 엄격해졌고 주택 공급 물량은 수요에 비해 낮아졌다. 이에 재정 여건이 좋지 않은 주택 소유주들에게 대출이자 월 납입이나 대출금 상환 기일을 유예해 주는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기록적 금리 인하에 주택 수요↑, 공급 부족으로 이어져

지난해 초 주택 시장은 금리 하락과 밀레니엄 세대들의 주택 매매시장 유입으로 강세를 보였다. 이후 주택 판매는 광범위한 대피소 제한으로 인해 지난해 봄부터 급감했으며 여름과 가을에 다시 반등했다. 

주택시장 데이터 제공업체 코어로직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프랭크 노서프트는 “주택 판매량 강세의 가장 큰 원인은 우선 기록적으로 낮은 수준의 대출 금리다. 이는 실제로 주택 구매자들의 경제적 효율성과 구매의지를 크게 높이는 데 기여했다”며 약 30년 동안 3.6%의 평균 금리가 유지되다가 지난해 들어 대출 금리 평균은 2.77%로 대폭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수요가 늘면서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주택 판매자가 코로나 감염을 우려해 주택 매물을 내놓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현재 판매용 주택은 10억7천만 채로 2019년 12월보다 23% 감소하며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러한 주택 공급 물량 위기는 건설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결과로 이어졌다. 주택 건설의 척도인 착공 물량은 지난해 11월부터 12월까지 5.8% 증가해 2006년 이후 가장 높은 계정조정필년율(SAAR)을 기록했다고 미 재정부가 밝혔다. 단독주택 시장에 대한 건설 신뢰도는 지난해 하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존 주택 평균 매매가는 지난해 12월에 전년 대비 12.9% 오른 30만9800 달러로 같은 해 10월 기록한 31만3000 달러에 근접했다고 협회는 밝혔다. 지난 1년 동안 주택 매매 평균가는 전년 대비 9% 상승한 29만6500 달러를 기록했다.

코로나 백신접종 확대로 주택시장 모멘텀 지속될 듯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택 담보대출 금리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주택 매매시장의 모멘텀은 계속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백신 접종률이 증가하면 올해 말 더 많은 주택 매물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부동산 중개업체 Fannie Mae社 수석 이코노미스트 더그 던컨은 “아직 충족되지 않은 수요가 있다. 1년 동안 단독주택 판매량은 미국 남부에서 7%, 중서부에서 6.4%씩 대폭 증가했다”며 “특히 남부의 경우 2019년에 전년 대비 가장 높은 상승세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업체 Coldwell Banker社의 웬디 딕킨슨은 “주거비용 지출을 줄이기 위해 대도시에서 노스캐롤라이나 주 샬롯으로 이주하는 구매자들이 늘고 있다”며 “처음 주택을 구매하는 이들 대부분은 주택 매입에 최저 비용을 쓰길 원한다. 때문에 집 매물이 나오는 즉시 여러 곳을 둘러보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기사원문- 월스트리트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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