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 종자’ ‘얼굴 안 되면서 셀카 왜 찍나’…원격 수업 그늘일까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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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로 학교 수업이 원격 수업으로 대체된 사이에 ‘학교 폭력’은 전반적으로 줄었으나 온라인으로 이뤄지는 사이버 폭력과 집단 따돌림 등 새로운 형태의 폭력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일요서울은 코로나19로 달라진 학교 풍경 및 변화된 학교 폭력 실태를 알아봤다. 

- 2020년 학교폭력실태조사 발표…교문 밖 ‘사이버 폭력’ 역대 최고 
- 전문가, SNS서 청소년 보호 위한 필요해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서 멤버놀이를 하다가 사소한 다툼으로 몇 명과 사이가 멀어졌어요. 이때부터 SNS에 제 신상 정보가 뿌려지고 일방적으로 모르는 단톡방에 초대되기도 했어요.”

“카카오스토리에 제 ‘셀카’ 사진을 올렸는데 반 친구들이 단체로 “관심 종자” “얼굴도 안 되는 주제에 무슨” 등 악성 댓글을 달았어요. 충격으로 사진은 지웠지만 다시 학교에 가기는 싫어요.”

“어느 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제 이름을 딴 ‘00학교 0학년0반 00안티카페’가 개설된 걸 발견했어요. 카페에는 저에 대한 욕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고 있더라고요. 상처가 컸어요.” 

‘1388 청소년사이버상담센터’에는 청소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채팅이나 SNS, 게시판, 댓글, 쪽지 등에서 욕설 등 비방의 메시지 또는 인격 모독성 글을 접하는 사이버 폭력, 즉 ‘사이버 불링(Cyber bullying)’을 당한 사례가 상담실을 통해 접수되고 있다. 지난해 5월에는 SNS에서 남자 친구에게 지속적으로 성적 비방을 받아 온 여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원격수업 지속
학교 폭력↓ 사이버 폭력↑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원격 수업이 계속되면서 사이버 폭력 피해를 겪은 학생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1일 교육부가 발표한 ‘2020년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폭력 피해자 가운데 사이버 폭력(사이버 불링)을 경험한 학생의 비율은 12.3%에 달했다. 2013년 조사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사이버 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 비율은 2013년 이후 꾸준히 9% 안팎을 유지하다가 2019년 8.9%로 떨어졌다. 그러다 지난해 다시 크게 올랐다. 이번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사이버 폭력 외에도 집단 따돌림 피해 학생 비율도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집단 따돌림을 당했다는 학생은 2020년 26%로 2019년 23.2%보다 소폭 증가했다.

반면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전체 학생 비율은 지난해 0.9%로 떨어졌다. 전년도 2019년(1.6%)보다 0.7%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2017년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치다. 이는 등교 수업이 제한적이었던 지난해의 특수성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학교 폭력 피해 장소는 ‘학교 안’ 64.2%, ‘학교 밖’ 28.3%로 학교 안에서 주로 폭력 피해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학교 밖에서 벌어지는 폭력은 ‘사이버 공간’이 13.1%로 1~2%를 상회하는 학원 주변, 집근처 노래방, PC방 등의 장소에서보다 월등하게 나타났다. 

오프라인 폭력 → 온라인 폭력
형태는 그대로 이어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의 ‘청소년 사이버 불링 실태 및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사이버 불링 피해와 가해 경험을 동시에 가진 청소년들의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14.6%가 사이버 불링 피해 경험이 가해 경험만 있는 청소년은 전체의 6.3%였다. 반면 사이버 불링 피해 및 가해 경험을 동시에 갖고 있는 집단은 전체 13.1%에 달했다. 이는 학교 폭력이 사이버 불링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일어난 학교 폭력이 사이버 공간에서의 폭력으로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사이버 불링 피해 및 가해 유형으로는 게임을 통한 사이버 폭력, 카카오톡 상에서 친구 신청을 거부하거나 친구 초대 시 배제하는 경우, 채팅이나 SNS 서비스를 통한 사이버 불링이 높은 빈도를 나타냈다. 또한 응답자들은 사이버 불링 피해를 당했을 경우 경찰이나 부모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사이버 불링을 목격했을 때도 절반이 약간 넘는 청소년들이 그냥 상황을 지켜봤다고 응답했다. 사이버 불링 피해 경험에 영향을 미치는 변인들을 살펴본 결과 사이버 불링 가해 경험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학교생활의 만족도는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반면 사이버 자신감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사이버 윤리 의식’ ‘인지적 공감’ 높여야

지난해 9월 ‘인스타그램’은 댓글 제한 등 사이버 불링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기 위해 ‘사이버 불링 인식 제고와 포용적인 인터넷 문화 고취’를 주제로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사이버 불링은 SNS 그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학교나 직장 등 집단생활에서 늘 벌어지는 일들의 확장판”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연 한국외대 상담심리교수는 “젊은 층은 미디어를 통해 사람과 교류하는 걸 좋아한다”며 “다만 문제는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기능이 필요하다. 이들은 일상생활에서도 사이버 불링의 가해자와 항상 마주쳐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가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사이버 불링 가해 경험에 결정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이버 윤리 의식’과 ‘인지적 공감’으로 나타났다. 즉 사이버 윤리 의식이 높고 인지적 공감 능력이 높을수록 사이버 불링에 덜 가담하게 되는 셈이다. 이는 학교생활 만족도를 높이고 사이버 윤리 의식 수준을 높여 인지적 공감 능력이 커질수록 사이버 불링 발생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교육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분석을 통해 코로나19 상황에서 나타난 학교 폭력 경험의 특징들을 살펴보고 이를 바탕으로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응 강화를 위한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책 2021년 시행계획’을 2월 중 수립,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사이버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관계 부처, 시·도교육청, 민간과 협력해 인터넷‧스마트폰의 올바른 사용 교육을 강화하고 사이버 폭력 예방을 위한 교육 활동과 캠페인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조사 결과와 관련, 한효정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지표연구실 실장은 “2019년 1차 조사 결과와 비교하여 학교폭력 피해‧가해‧목격 응답률은 모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이버 폭력, 집단 따돌림의 비중이 증가한 점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적절한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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