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오후 청와대에서 박범계 신임 법무부장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뉴시스]

 

- 親文계, 비검사 출신, 尹 총창과 인연 내각 입성에 주효  
- 검찰개혁 기조 유지하되, 검찰과의 관계 재정립에 몰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지난달 28일 박범계 신임 법무부 장관의 임기가 시작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 단체 불참하는 등 야당의 거센 보이콧에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법무부 장관 후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안이 민주당의 일방적 주도로 가결된 지 불과 2시간 만에 장관급 인사가 마무리 된 것. 조국,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이 뚜렷하게 복기되는 문 정부의 이번 인선이다. 청와대가 법무부 장관 임명을 서두른 배경에 ‘검찰 개혁’이라는 문 정부의 숙원이 깔려 있는 만큼, 잔여 임기 내 반드시 검찰 민주화 치적을 남기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일요서울은 이번 호에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으로 향후 법무부와 검찰 간 기류가 어떻게 흘러갈지 살펴봤다. 

靑 마지막 검찰 개혁 선택지, 왜 박범계인가?

박범계 법무부 장관(59)은 판사, 민주당 3선 중진 출신으로 여권에서 대표적인 친노·친문계 인사로 통한다. 박 장관은 충북 영동 출생으로 서울 남강고등학교를 중퇴, 군 제대 이후 검정고시를 거쳐 연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1991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서울지방법원과 전주지방법원, 대전지방법원 판사를 지냈다. 2002년 대전지법 판사 직을 내려놓고 당시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의 법률특보로 정계에 입문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정무분과 인수위원, 청와대 민정2비서관,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역임했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인 문재인 대통령과 처음 연을 맺었다. 이후 민주당 중앙당 인권특별위원회 위원장, 민주통합당 대전광역시 당 위원장, 원내 부대표 등을 거쳐 정무 감각을 높이면서 19대 국회 입성에 성공했다. 20대 국회에서 사법개혁 특위 간사로, 21대 국회에서 법제사법위원으로 각각 활동했다. 19대 대선에서 문 대통령 캠프 상황실장도 맡았다.

박 장관은 10여 년의 법조계 이력을 비롯해 중앙정부 공직 경험과 당적 활동을 인정받아 문 정부의 마지막 검찰 개혁 카드로 발탁됐다. 비검사 출신이면서 윤 총장과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 ‘친문(親文)계 적통’이라는 점도 박 장관의 이번 내각 입성에 주효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이유로 여권은 그간 법무부와 검찰 간 갈등이 심화된 상황을 수습하고 검찰개혁 기조를 이어갈만한 최적임자로 박 장관을 지목했다.

박 장관에 정통한 여권 한 관계자는 “추미애 전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으로 빚어진 난기류를 쇄신하기 위해선 방법론을 다소 선회할 필요가 있다”며 “박범계 장관은 법조계 이력에서 이미 전문성이 검증됐고, 여권 내 검찰개혁 의지와 철학이 가장 확고한 인사로 (다른) 대안은 없다”고 말했다. 또 박 장관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23기 사법연수원 동기라는 점에서 검찰 상층부와의 소통 재개 등 관계 재정립을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실제로 박 장관은 취임 전 공식석상에서 “대통령께서 법무부는 검찰과의 안정적인 협조 관계를 통해 검찰 개혁을 이루라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저에게 주신 지침으로 알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정계에서 상당한 균열을 야기했던 추 전 장관의 불도저식 과잉 검찰압박 대신 혼란을 최소화하며 법무부·검찰 조직 안정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박범계號 법무부 출항…검찰과의 기류 변화는

박범계 신임 장관이 당면한 검찰 간부층 인사 개편에서부터 검찰총장 권한 분산, 검찰 수사권 전면 폐지 등 현 정권에서 매듭되지 않은 검찰 개혁 과제까지 문 정부 전임 법무부 장관들의 기조를 잇는 맹공을 펼쳐갈지가 쟁점으로 부각된다.

추미애 전 장관은 취임 당시 검찰을 개혁의 동반자로 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결국 검찰과의 불협화음만 키운 채 퇴임했다는 여론이 확대되면서 청와대에 대한 민심도 차츰 돌아서기 시작했다. 추 전 장관의 밀어붙이기식 행보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는 만큼 박범계 장관은 검찰과의 관계에서 보다 유연한 접근방식을 가져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으로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뉴시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 취임으로 법무부와 검찰 간 관계 변화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뉴시스]

 

검찰 내부에서도 이번 박 법무부 장관 임명으로 괴리가 컸던 법무‧검찰 간 관계가 회복되고 보다 상식적인 수준에서 합리적 검찰 개혁이 이뤄지길 바라는 분위기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서울지검 검사는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 장관이 검찰총장 직무정지 및 징계 청구 등으로 화룡정점을 찍었다. 법무부와 소모적, 극단적 갈등은 검찰 내부에서도 바라는 바가 아니다”면서 “현재까지 검사들 사이에선 박범계 신임 장관에 대해 특별한 평가나 정서는 파악되지 않는다. 다만 확실히 전임 장관들에 비해 기대 심리는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박 장관 취임을 두고 법무부·검찰 간 관계 재정립에 대한 전문가 의견도 각양각색이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박 장관과 윤석열 총장이 연수원 동기라는 인연도 있지만 윤 총장의 잔여 임기가 이제 6개월 남짓이라 법무부가 굳이 검찰과 대립각을 세우며 자극하진 않을 것”이라며 “법무부나 청와대도 검찰개혁에 부합한 신임 검찰총장 부임에 보다 더 촉각을 세우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교수는 “문재인 정권에서 법무부장관이라는 위치는 아무래도 검찰 개혁이라는 숙원이 걸려있다 보니 전체적인 검찰민주화 기조는 유지될 것”이라면서도 “작금의 환경적 요소는 분명 박 장관이 청와대로부터 받은 소임을 강경하게 밀어붙이기엔 불리한 측면이 있지만 박상기, 조국, 추미애 등 전임 장관들의 법무행정상 장점과 한계를 체험한 박 장관으로서는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장관이 검찰에 대한 제스처가 당장 달라질 수 있어도, 문 정부 말기에 검찰개혁 성과 가시화를 위해선 결국 고삐를 강하게 조일 수밖에 없다는 견해도 나온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추미애 전 장관은 ‘문민통제’라는 미명 아래 검찰을 법무부의 통제 치하에 두고 수사‧기소 권력을 완전히 해제시키는 강제적 방식이었다면 ‘추미애 학습 효과’를 본 박범계 장관은 당장 변화구를 던지겠지만 결국 검찰개혁 본질은 같기 때문에 검찰조직과 또 다른 양상의 갈등이 빚어질 수 있다”라며 “문 정부의 검찰 개혁은 검찰을 경찰의 변호인 정도로 격하시키는 해외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파격이다”라고 지적했다.

또 일각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자서전 <운명>에서 박범계 장관이 ‘검찰 개혁 소신이 누구보다 뚜렷한’ 인물로 평가된 바 있듯이 문 정부 이래 검찰에 대한 가장 날 선 강경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 주 목요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헌법재판소 합헌 판결이 나면서 검찰의 수사‧기소권 존립이 더욱 위태해졌다.

박 장관은 과거 야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현 정부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뿐만 아니라 수사권 전면 폐지까지 검토하는 등 검찰에 대한 압박을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여 박 장관의 행보에 더욱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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