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미얀마 군부 지도층에 강경조치 예고
트럼프 시절 '광역 제재' 재개 여부도 검토

미얀마 군부는 민간 지도자 아웅산 수치와 다른 당원들을 구금하면서 1년 동안 국가를 점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미얀마 군부는 민간 지도자 아웅산 수치와 다른 당원들을 구금하면서 1년 동안 국가를 점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바이든 대통령은 미얀마 군의 권력 장악은 민주화에 대한 정면 반발이며 미국은 쿠데타 지도자에게 반드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지난 1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미국은 현재 미얀마 군사 지도부에 대한 영향력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조지 W. 부시와 오바마 전 행정부가 행한 광범위한 경제 제재는 미얀마를 국제사회에서 소외시키고 서방에 대한 부정적 군중심리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미국과 미얀마 간 무역 교류는 그 동안 소원했다. 한편 중국 베이징은 이웃 국가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무역 및 투자 관계를 누리고 있으며, 이번 쿠데타로 상당한 우려감을 표하고 있는 미국과 달리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쿠데타 정권에 대한 미국의 강경 조치가 이뤄진다면 중국이 반사이익을 보게 되고, 양국이 미얀마에 대한 영향력을 두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미국과 중국 간 긴장은 악화될 전망이다.

미국 정부는 현재 쿠데타 군부 지도층에 대한 제재를 확대하는 한편, 국제 금융 및 무역 거래 루트를 추적하고 이를 폭로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는 2일 비공개 회의에서 미얀마 이슈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법치 회복을 지원하기 위해 세계의 파트너들과 적극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서 미국은 민주화 조짐을 보였던 미얀마에 대한 제재를 철회했지만, 트럼프 정부가 미얀마 지도부를 강력하게 압박하기 위해 행했던 광역 제재 조치를 재검토할 수 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이런 불행한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우리의 제재 방침과 우려 사항에 대해 즉각적인 검토를 거쳐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며 “미국 정부는 민주주의의 붕괴를 절대 좌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쿠데타 이후 월요일에 군인들이 미얀마 양곤 시청을 점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쿠데타 이후 월요일에 군인들이 미얀마 양곤 시청을 점거했다. [월스트리트저널]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와 민간 지도자인 아웅산 수치(Aung San Suu Kyi)의 구금은 바이든 행정부의 초기 외교 정책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되고 있다.

이에 바이든은 미얀마에 대한 무역 제재 조치를 고려하고 있다. 앞서 미국 정부는 미얀마와의 무역 거래 및 개인·기업 투자를 전면 금지시킨 바 있다. 중국 기업들에게 그러했듯이 쿠데타 정권과 거래하는 해외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외교 압박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 국제개발기구(USAID, The U.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에 따르면 미국은 2001년 이후 미얀마에 총 2억1600만 달러를 지원했으며, 여기에는 식량 지원 및 민주주의 단체 선거 후원 등이 포함됐다. 이와 비교해 필리핀에는 2001년 이후 총 4억22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미국과 미얀마 간 무역 교류도 상대적으로 적었다. 미국은 지난해 11개월 동안 미얀마로부터 9억9700만 달러 규모에 이르는 의류·섬유 중심의 제품들을 수입했는데, 이는 카타르와 모로코에 이어 70위에 그쳤다.

반면 중국은 미얀마와 더욱 우호적 관계를 다져가고 있다. 중국 정부는 현재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에 대한 인프라 개발 및 투자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 남서부 내륙 지역을 인도양과 연결하는 국책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와의 인프라 교역, 제조품 수출입, 에너지 협업 프로젝트가 확대되는 추세다. 시진핑은 지난해 미얀마를 방문했고 양국은 상호 경제협력 강화를 위한 수십 건의 협정에 서명했다.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은 미얀마의 군부 지도층에 압력을 넣고 민주적 선거 방식을 촉진시키는 데 오랜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원 외교위원회의 공화당 최고의원인 마이클 맥콜 의원은 “미얀마 군사 지도자들은 민주 정치인들의 구금을 중단하고 즉시 민주주의로 복귀해야 한다”고 말했다.

젠 프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전 세계의 동맹국들과 이번 쿠데타 사태에 대해 다각적인 협의를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미국의 군사적 대응에 대한 언급은 자제했다.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서구 민주주의 국가들이 미얀마 군부 개입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가운데 중국은 미얀마 정부에 우호적 입장을 내비쳤다. 완 웬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중국은 미얀마의 우방이다. 우리는 미얀마 지도부가 헌법과 법적 절차에 따라 정치적, 사회적 안정을 찾아갈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아시아 전문 분석가인 루카스 마이어스는 “중국 정부는 자국의 전략적 무역 노선을 보존하기 위해 철저히 실용주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외교위원회의 동남아시아 선임 연구원인 조슈아 쿠를란츠익은 “중국 입장에선 미얀마가 쿠데타로 내부 불안이 야기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며 ”미얀마와의 외교 상성을 감안하면 미국보다 중국이 훨씬 유리한 입지에 서 있다”고 설명했다.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한 베이징과 워싱턴의 외교적 대응은 대조적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동맹국과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반면, 중국은 미국과 주변국을 져버리면서까지 경제 주도권을 가져오려는 모습이다.

바이든 정부는 코로나 팬데믹 등 자국 내 문제 해결도 시급한 상황에서 미얀마 쿠데타 사태에 대한 외교적 대응을 통해 어떤 성과를 거둘지에 대한 언급은 자제하고 있다.  

한편, 아웅산 수치는 1991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미얀마의 대표적 민주주의 정치인으로 지난 15년 간 미얀마 군부통치 기간 동안 가택 연금됐다. 그럼에도 그녀는 최근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 군부의 ‘인종청소‘ 탄압 혐의를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직접 변호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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