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제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열정으로 뜨겁다”고 했다. 그러나 그의 가슴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북한 우선주의’ 열정으로 뜨겁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018년 적시한 대로 문 대통령 머릿속에는 김정은밖에 없는 것 같다.

문 대통령은 2018년 9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회담을 마치고 국민 보고대회를 열었다. 여기서 그는 김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거듭 확약했다”고 했다.

며칠 뒤 문 대통령은 유엔총회 연설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을 언급하면서 북이 “우리의 바람과 요구에 화답했다”며 “이제는 국제사회가 답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스웨덴의 스톨홀름국제평화연국소(SIPRI) 연감은 북한이 그 다음해 핵탄두를 무려 10개나 더 증가시켰다고 보고했다. 김의 ‘비핵화 의지’가 전혀 없음을 입증한 자료다.

그로부터 2년 반이 지났다. 김은 지난 1월9일 로동당 8차 대회 사업총화(결산) 보고에서 ‘핵 보유국 구축’ 완결을 자부했다. 그는 “핵무기의 소형화·경량화, 전술 무기화를 보다 발전시키라”고 지시했다.

소형화·경량화된 전술핵은 남한 공격을 위한 핵 무기이다. 또한 김은 북핵과 관련해 무려 36차례나 언급하면서도 비핵화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김이 “확고한 비핵화 의지를 확약했다”는 문 대통령의 거듭된 주장은 모두 헛소리로 확인된 셈이다.

뿐만 아니라 작년 6월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 로동당 제1부부장은 남한 당국자들을 가리켜 ‘배신자들과 쓰레기들’ 운운하고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 하다”고 했다.

이어 3일 후 북한은 남북대화의 상징적 건물이며 남한이 수백억 원 들여 지어놓은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시켰다. 서해상에선 구명정을 타고 표류하던 한국인을 구조하지 않고 사살, 불태워 버렸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은 1월18일 새해 기자회견에서 저 같은 북한의 끔찍한 도발 작태들에 대해선 한마디 경고도 하지 못했다. 그 대신 그는 김정은이 여전히 “비핵화 의지가 분명히 있다”고 딴말을 했는가 하면,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조정 문제를 북한과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

적(敵)의 남침을 억제하기 위한 군사훈련을 적에게 해도 되느냐고 묻겠다는 주권 포기의 굴욕적 저자세였다. 대한민국 대통령이 맞는지 의심케 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장관의 회고록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007년 11월 노무현 대통령 비서실장 시절에도 우리 정부의 유엔 대북인권결의안 찬성 여부를 북한에 물어보기로 했고 그렇게 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의 ‘북한 우선주의’가 오래전부터 뼛속 깊이 배어 있었음을 확인케 한다. 그 후 문 대통령은 오늘날까지도 ‘북한 우선주의’의 미몽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북한 우선주의’는 우리의 혈맹인 미국보다는 북의 남침을 지원했고 북의 군사동맹인 중국의 비위를 맞추게 한다. 또 ‘북한 우선주의’는 북의 반일 노선에 따라가려는 듯 반일로 기울게 한다.

그 밖에도 ‘북한 우선주의’는 북이 국제적으로 고립된 것과 같이 한국도 고립으로 내몰리게 한다. 일본과 독일 등 서방 G7(선진 7개국)은 12개국으로 확대될 정상회의의 한국 참가를 반대하였다. 일본과 유럽연합(EU) 27개국들도 문 정부가 공들였던 세계무역기구(WHO) 사무총장 선거에서 한국 출신 후보 대신 딴 나라 후보를 지지한다.

문 대통령의 ‘북한 우선주의’는 북의 핵무기 폐기는커녕 도리어 북에 얕잡혀 도발만 키운다. 국제적으론 한국 외교의 고립마저 자초한다. 이제라도 문 대통령은 머릿속에서 김정은을 지워버리고 ‘북한 우선주의’를 벗어나 ‘한국 우선주의’ ‘동맹 우선주의’로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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