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곳 가도 이 가격 못 받아요” 몇 걸음 옮기니 10만 원 상승?

휴대전화 모형. [뉴시스]
휴대전화 모형.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휴대전화를 새것으로 교체하면 떠오르는 고민이 있다. 기존에 사용하던 휴대전화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다. 갖고 있자니 일명 ‘장롱폰’이 돼 아깝고, 팔자니 개인 정보 유출 등이 걱정되는 상황. 개인 간 거래에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부상한 것이 중고폰 업체다. 실제로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유명 유통 업계까지 뛰어들었다. 시세가 천차만별이라는 고질적 문제도 정부와 업계의 노력으로 해소되는 듯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 중고폰 업자들이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하고, 헐값을 유도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일요서울이 중고폰 시장 실태를 추적해 봤다.

레몬마켓오명 벗으려 안간힘···정부업계 노력 물거품되나

지난 2017년 중고폰 거래량이 1055만 대(월평균 88만 대), 거래 금액이 1조6855억 원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고폰 시장에 유명 유통 업계까지 진출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중고폰 시장엔 고질적인 문제가 있었다. 개인 정보 유출 문제와 시세 확인이 어렵다는 점이다.

실제로 인식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개인정보 유출 우려 ▲제대로 된 가격을 받지 못할까 봐 중고폰 판매를 꺼리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중고폰 업계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문 업체를 통해 개인정보 등을 완벽히 삭제하거나, 중고폰 자체 초기화 시스템을 강화했다. 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중고폰 시세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시세 조회 서비스’

있으면 뭐 하나

정부도 한몫했다. 중고폰 시세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지난 2018년부터 통신요금 정보포털인 ‘스마트초이스’에서 중고폰 시세 조회 서비스를 시작한 것.

서비스 시작 단계에서 스마트초이스는 정보 제공에 동의한 중고폰 업체들이 내놓은 모델별 판매 가격과 평균 시세 정보를 공유하기로 했다. 중고폰 거래 활성화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중고폰 시장 가격이 천차만별이라 일반적인 가격 수준을 가늠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며 “시세 조회 서비스를 통해 중고폰 구매에 어려움을 겪던 이용자들의 탐색 비용이 감소하고 거래가 활성화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고폰 유통의 양지화를 위해 한국중고통신유통협회가 출범하기도 했다. 여러 노력이 이어져 중고폰 시장은 ‘레몬마켓(저금품만 유통되는 시장)’이라는 오명을 벗는 듯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중고폰을 매입하는 일부 업체 관계자들이 중고폰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하고, 헐값을 유도한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부와 업계의 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모양새다.

“신뢰도 회복 위해

업계 모두 합심해야”

제보자 A씨는 “유명 중고폰 업체 매장들이 한 중고폰을 두고 가격을 마음대로 책정하고 있다. 중고폰 업체가 모여 있는 지역이라면 단 몇 걸음만 옮겨도 매입 가격이 왔다 갔다 한다”면서 “이런 상황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유명 업체라는 점, 꼼꼼하게 검수를 한다는 점에서 낮은 가격이 책정되더라도 어쩔 수 없이 팔 것이다. 시세를 알아보고 가도 무용지물”이라고 힐난했다.

일요서울은 최근 여러 중고폰 업체 매장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해 봤다. 매입 금액 비교를 위해 S사 중고폰을 한 대 가져갔는데, 업체들이 제시하는 매입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검수 과정이 업체마다 달라 가격이 들쑥날쑥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으나, 같은 검수 과정을 거치고 똑같은 문제점을 파악하더라도 심한 경우 10만 원 이상 가격 차이가 발생했다.

업체들은 문제가 없는 해당 중고폰은 최대 58만 원 이상을 받을 수 있다고 자체 홈페이지에 명시해 놨다. 이른바 ‘최고 매입 시세’다.

현장 상황을 간단히 비교해 보면 해당 중고폰을 두고 A업체는 17만 원, B업체는 22만 원, C업체는 29만 원 등을 제시했다. 문제는 모두 자체 홈페이지에서 34만 원 이상의 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해 놨다는 점이다. 이는 기자가 중고폰 업체에서 제시하는 ‘상태’, ‘외관 상처’, 전‧후면 유리 파손‘ 등의 문항을 모두 솔직하게 선택한 금액이었다.

물론 업체들은 외관 상처, 잔상, 기능 불량 등의 정도에 따라 1~6만 원 차감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 업자들의 가격 책정은 사실상 ‘부르는 게 값’인 모양새였다.

업자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다른 곳 가도 똑같은 금액을 받는다”라는 것. 심지어 A업체 관계자는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에서 판매하면 1~2만 원 정도를 더 받을 수 있겠으나, 다른 중고폰 업체에 가면 자신들보다 훨씬 적은 금액을 제시할 것이라고 호언했다. 실상은 A업체가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했다.

B업체 관계자는 “해당 중고폰은 외관을 볼 필요가 없다. 내부 상태만 보면 되는데, 잔상 때문에 매입 가격이 떨어진다”며 평균 매입 시세에서 4~5만 원을 차감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A업체 관계자도 똑같이 진단했다. 그러나 A업체와 B업체만 비교하더라도 5만 원의 차이가 발생했다.

C업체 관계자는 “외관이 흠잡을 게 없다. 그래서 가격을 높게 쳐드릴 수 있다”며 기자에게 실제로 사용한 휴대전화가 맞는지 확인했다. 그러면서 “나도 이걸 되팔면 30만 원 정도밖에 못 받는다”며 매입 가격을 29만 원으로 책정했다.

다른 업체들도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문제는 이들 중 다수가 스마트초이스에 정보를 제공한 업체였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본사에서 강조하더라도 가맹점 사장들마다 판단 기준이 달라 거래 가격이 들쑥날쑥할 수밖에 없다.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정보를 밝히더라도 매입 가격이 다른 이유”라며 “중고폰 시장의 신뢰도 회복과 거래 활성화를 위해서는 개인의 이익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업계 종사자 모두 합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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