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현행법상 군 복무 불가···이스라엘‧캐나다는 ‘적극 지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금지했던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금지했던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 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트랜스젠더들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가운데, 한국도 트랜스젠더에게 군 복무의 기회를 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변 하사, 1년째 소송 중···현행 규정상 어쩔 수 없다입장 고수

트랜스젠더(transgender)는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를 지니고 태어났으나 자신이 반대 성의 사람이라고 인식하는 이들을 말한다.

외국에서는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섹슈얼리즘(Transsexualism)이 구분된다고 한다. 일반적으로 트랜스젠더가 생물학적 성과 추구하는 성 간의 차이를 인지하는 사람을 말한다면, 트랜스섹슈얼리즘은 생물학적 성과 추구하는 성 간의 차이를 느끼며 자신의 몸을 이상향으로 맞추기 위한 직접적인 행동(성 전환 수술, 호르몬 치료 등)을 하는 사람이다. 한국에서는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섹슈얼리즘을 혼용하는 실정이다.

바이든 美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

최근 미국에서 이러한 트랜스젠더들이 군대에 갈 수 있게 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5일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

그는 행정명령에서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성적 정체성이 군 복무를 가로막아선 안 된다고 확신한다”면서 “더구나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것이 군대에 어떤 유의미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버락 오바마 정부 당시 허용됐다가, 도널드 트럼프 정부에서 재검토되던 트랜스젠더 군 복무가 다시 공식적으로 허용된 셈이다.

미국 외에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나라는 어디일까. 이스라엘과 캐나다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1993년부터, 캐나다는 1998년부터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스라엘과 캐나다는 기존에 복무하던 군인이 의학적인 판단을 통해 성별 불쾌감 진단을 받은 경우 복무를 지속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해당 군인이 추구하는 성에 따라 복무하기를 원하는 경우, 캐나다는 의료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그 군인의 수술비용과 성전환수술 이후 의료비를 지원한다. 이스라엘은 치료비와 상담비용을 포함, 가슴과 성형수술 비용까지 제공한다.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 [뉴시스]
휴가 중 해외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돌아온 부사관 변희수 하사. [뉴시스]

한국 상황은?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성전환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는 지난해 1월 강제 전역을 당한 뒤 1년째 군으로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지난해 12월 육군의 조치가 법적 근거가 없는 공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라는 결정을 내렸으나 군은 현행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변 하사가 강제 전역에 불복하면서 제소한 전역처분취소 행정소송의 재판부는 제소로부터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첫 재판 기일을 정하지 않고 있다. 국방부가 답변서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한국 현행법은 트랜스젠더에게 군 복무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다. 남성으로 태어났으나 여성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트랜스젠더는 병역을 면제 받는다. 트랜스젠더는 병역법상 전신기형, 질병, 심신장애 등으로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 중 ‘심신장애로 인해 병역을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하기 때문.

트랜스젠더가 군 복무를 하겠다고 자원을 하더라도 군은 복무를 허락하지 않는다. 현행법은 주체성 장애나 성 선호 장애(트랜스젠더)에 해당하는 사람 중 6개월 이상 정신건강의학과 치료 경력이 있거나 1개월 이상 정신건강의학과 입원력이 확인된 사람을 전역시키도록 하고 있다.

변 하사처럼 복무 중 성별 불쾌감 진단을 받은 군 간부는 규정 미비로 인해 위태로운 처지에 놓이게 된다. 군인사법에는 성별을 정정한 간부 복무에 대한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군 간부가 복무 상황에서 성별 불쾌감 진단을 받은 경우 그 복무 가부는 각 군 전역심사위원회 심의에 따라 정해진다. 육군인 변 하사는 육군 전역심사위 결과에 따라 강제 전역을 했다.

변 하사를 비롯, 국내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막는 현행법은 우리 헌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다.

헌법 15조는 ‘모든 국민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가진다’라고 정하고 있으며 32조 1항은 ‘모든 국민이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라고 밝히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트랜스젠더인 변 하사는 헌법상 권리인 직업선택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음에도 하위법 규정에 의해 직업을 잃게 된 셈.

이 때문에 트랜스젠더 진단과 이에 따른 심신 장애 판정, 군 전역심사위 심의에 따른 강제 전역은 개인의 능력과 업적에 기인한 주관적 사유에 의한 직업선택의 자유 침해로 볼 수 있다.

법원은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 전역 처분 소송 과정에서 심신 장애로 인한 강제 전역에 문제가 있다고 판시한 적이 있다.

지난 2007년 서울행정법원은 유방암으로 인해 강제전역 처분을 받은 피 전 처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장교 등의 심신 장애로 인한 퇴역 등에 관한 기준은 심신 장애의 원인, 군 구성원 개인 간의 상대적인 차이 등에 따른 임무 수행의 가능성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획일적인 그 기준을 정하고 있으며 현역 복무의 의미를 단순히 육체적 직접적 전투 수행에 한정해 제한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법원은 그러면서 “오늘날 전쟁의 양상은 단순히 육체적 능력을 바탕으로 한 개별 작전의 수행에서 벗어나 기술전, 정보전, 과학전으로 진화하고 있으므로, 현역복무의 의미를 단순히 육체적 직접적 전투 수행에 한정해 볼 것 아니다”라며 “군 조직관리나 행정업무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 전투 수행으로 확대해 봐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변 하사 사건이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선을 반영한다고 설명한다. 현행법을 개정함으로써 달라지는 사회 분위기를 반영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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