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김준석 언론인] 오는 4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구설이 난무하고 있다. 여야 모두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며 막말 경계령을 내렸지만 상황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4월 재보선을 둘러싼 여야의 신경전이 치열해지면서 막말 공방이 더 악화된 상황이다.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부신시당위원장, 김경협 민주당 의원 등이 최근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본래 의도와는 다르게 여론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치인의 실언과 막말이 때로는 선거 막판판세를 뒤흔들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지난해 421대 총선 당시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관련 발언과 20186월 지방선거 당시 정태옥 전 의원의 이부망천발언이 대표적 사례다. 정치 라이벌을 공격하려는 의욕만 앞서다 보니 표심에는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여야, 4월 보선 앞두고 막말 속출. 민심과 선거판 흔들 대형 실언.구설수 속출
- 지난 총선 차명진의 세월호 막말, 2018년 지방선거 정태옥 이부망천발언 재현?
 역대급 막말, 김홍신 전의원, DJ공업용 미싱발언으로 여의도 난장판

막말 논란의 경기 부천시병 차명진 후보가 서울 영등포 미래통합당 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4.10. 뉴시스
막말 논란의 경기 부천시병 차명진 후보가 서울 영등포 미래통합당 당사에서 열리는 윤리위원회에 참석하기 위해 당사에 들어서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0.04.10. 뉴시스

 

문제는 선거전이 다가올수록 여야 설전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여야 모두 박빙의 선거전을 치를 경우 뜻밖의 돌발악재로 팽팽하던 판세가 한쪽으로 기울 수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17대 총선 열린우리당 시절의 노인폄하 발언,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당시 세월호 막말 트라우마가 있다. 여야 지도부는 이번 보선을 앞두고 막말 경계령을 내리고 입단속을 강화했지만 돌발악재 가능성에 여전히 전전긍긍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421대 총선 당시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부적절 발언은 보수참패의 기폭제가 됐다. 20186월 지방선거 당시 정태옥 전 의원의 이부망천발언 역시 수도권, 특히 인천과 경기지역 민심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쳤다. 당시 자유한국당은 수도권에서 싹쓸이 참패를 당했다. 막말 공방은 선거전을 네거티브 진흙탕 싸움으로 만드는 주범이지만 여야 모두 지지층 결집을 위해 보다 거친 언어를 사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선거판을 좌우하는 막말의 정치학을 짚어봤다.

조선시대 후궁부터 조중동 한심까지재보선 기싸움 치열

4월 재보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막말과 실언이 속출하고 있다. 과거보다 원색적인 비난이나 인신공격성 발언이 줄었다고 하지만 정치현실은 여전하다. 여야 정치공방의 과정에서 감정이 격해진 나머지 내뱉은 말과 글이 여론의 비난을 산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게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의 조선시대 후궁발언 논란이다.

조 의원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조선시대 후궁에 빗대 곤욕을 치렀다. 고민정 의원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연일 저격하자 총선 당시 고 의원이 정권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는 취지에서 조선시대 후궁이 왕자를 낳았어도 이런 대우는 받지 못했을 것이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후폭풍은 엄청났다. 민주당은 동료 의원을 조롱하고 국민 갈등을 조장하는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할 자격이 없다며 막말정치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초강경 모드로 대응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동료 여성의원의 인격을 짓밟고 명백한 성희롱을 자행하는 모습에 참담할 뿐이라고 질타하며 국회 윤리위원회에 제소했다. 악화되는 여론은 물론 당 내부의 비판이 커져가면서 조 의원은 저의 비판이 애초 취지와 달리 논란이 된 점에 유감을 표한다. 고 의원에게도 미안하다며 해당글을 삭제하면서 고개를 숙였다.

서울시장 보선전에 뛰어든 오세훈 전 시장 역시 조선족 비하발언 논란으로 곤욕을 치렀다. 총선 패인과 관련해 조선족을 언급했다가 사람들이 입길에 오른 것이다. 이후 민주당 서울시장 경선후보인 우상호 의원은 오 전 시장을 일베 정치인이라고 꼬집어 논란을 샀다.

아무리 선거 라이벌이라고 해도 부적절한 표현을 사용했다는 지적이었다. 조선족 비하 vs 일베 정치인공방 이후 오 전 시장은 이와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도 조선족 동포라는 표현을 썼다. 그런데 오세훈이 조선족이라고 표현하면 혐오 표현이냐고 반문하면서 국민 중에 중국 동포라는 용어에 익숙한 분이 많나, 조선족에 익숙한 분이 많나. 논리적 비약이라고 강력 반박했다.

여야의 공방이 치열한 부산시장 보선전에서도 막말이 터져나왔다. 박재호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이 부산에 계신 분들은 조··, TV조선, 채널A를 너무 많이 봐서 나라 걱정만 하고 계시는지 한심스럽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반발했다. 배준영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은 뻔뻔하게 후보를 낸 것도 모자라 부산을 폄하하고 시민을 모욕했다며 부산시민에 대한 사죄와 후보 공천 포기를 촉구했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박재호 위원장은 저의 본심과 다른 잘못된 발언이다. 제 발언으로 불편하셨을 시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역대급 막말 공업용 미신재등장에 여야 거친 설전

미래통합당 대구 북구갑 공천에서 탈락한 정태옥 의원이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0.03.18. 뉴시스
미래통합당 대구 북구갑 공천에서 탈락한 정태옥 의원이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무소속 출마 기자회견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2020.03.18. 뉴시스

여야 정치인의 막말은 최근 일만이 아니다. 과거에도 막말공방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김홍신 전 의원의 ‘DJ 공업용 미신발언이 대표적이다. 1998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소속이었던 김홍신 전 의원은 김대중 대통령을 향해 김대중 대통령은 입만 열면 거짓말을 한다. 수십년동안 계속 거짓말을 하고 있다. 우리는 준비된 대통령이라는 말에 속았다. 사람이 죽으면 염라대왕이 잘못한 것만큼 그 사람을 바늘로 뜨는데 김대중 대통령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고 사람들을 너무 많이 속여서 '공업용 미싱'으로 박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정치적 금도를 넘어서 현직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폄훼하는 상상 이상의 막말에 새정치국민회의 소속 의원들은 강력 반발했다. 의원직 자진사퇴와 한나라당 차원의 제명까지 촉구했다. 결국 김 전 의원은 이후 모욕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한국 정치사를 뒤흔든 역대급 막말은 20여년의 시간이 흘러서 여의도 무대에 재소환됐다. 눈 뜨고는 못불 목불인견(目不忍見)’의 수준 이하 공방이 펼쳐진 것이다. 주인공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김경협 민주당 의원이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 사면불가를 언급한 것과 관련, “현직 대통령은 시간이 지나면 전직 대통령이 된다. 전직 대통령이 되면 본인이 사면의 대상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은 강력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권을 잡으면 정치 보복을 하겠다는 망국적 발언이라고 맹비난했다. 청와대 역시 그분의 정치적 수준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주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사과 요구를 일축하면서 잘못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후 여야의 막장극이 이어졌다. 민주당 3선 중진인 김경협 의원이 페이스북에 수신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라는 글씨를 합성한 공업용 미싱 선물 사진을 올리며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수준 이하의 막말 퍼레이드가 계속되고 있다.

더 이상 국민의 귀를 오염시키지 못하도록 공업용 미싱을 선물로 보낸다고 적었다. 국민의힘에서는 야당 원내대표 발언을 공업용 미싱으로 틀어막겠다는 수준 이하의 막말이라고 거칠게 항의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에 그 분에 대해서 말도 섞고 싶지 않다. 공업용 미싱을 보내는지 한번 보겠다. 그게 오면 적절한 용도에 쓰도록 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노인비하발언 17대 총선막판 변수차명진 트라우마 전전긍긍

역대 선거를 돌이켜보면 여야의 막말은 선거판을 뒤흔드는 중대 변수였다. 최근 선거에서는 보수야권의 대형 악재가 많았다. 특히 21대 총선 이후 보수진영에서는 차명진 전 의원의 세월호 관련 막말만 없었다면 수도권에서 몰살에 가까운 대참패를 기록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과 여권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공세도 주요 변수였지만 차 전 의원의 막말 탓에 수도권 30·40대가 완전히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왔을 정도였다.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서는 우수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며 수도권에서 대략 30석 안팎의 의석을 날렸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차 전 의원뿐만 아니라 서울 관악갑 김대호 당시 통합당 후보의 30·40대 무지 발언도 악재였다. 김 후보는 깨어있는 50대들, 민주화 세대들의 문제의식은 논리가 있다그런데 30대 중반에서 40대는 논리가 아니다. 거대한 무지와 착각이라고 언급해 거센 후폭풍에 시달렸다.

여권도 과거 초대형 막말로 선거전에서 쓴맛을 본 경우가 없지 않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노인비하발언이 대표적이다. 200417대 총선 당시 노무현 대통령 탄핵 여파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은 최소 180석에서 최대 200석 이상의 초대형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났다.

다만 정동영 전 의장이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고 실언을 하면서 여론이 뒤집어졌다. 선거 막판 노인폄하 발언으로 확대 재생산되면서 판세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개헌 저지선도 어렵다던 당시 한나라당은 121석을 얻으며 선전했다.

반면 17대 총선에서 내심 200석 안팎의 대승을 장담했던 열린우리당은 간신히 과반을 넘기는데 그쳤다. 선거 압승에 묻히기는 했지만 여당인 민주당 또한 21대 총선을 앞두고 막말성 악재가 적지 않았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이 항의하는 주민들에게 동네 물 나빠졌네라고 언급한 게 대표 사례다.

이밖에 정태옥 전 의원의 이부망천발언도 20186월 지방선거를 뒤흔들었다. “이혼하면 부천 가고 망하면 인천 간다는 이른바 이부망천 발언에 유권자들은 강력 반발했고 정 전 의원은 당을 떠나야 했다. 멀게는 201219대 총선 당시 나꼼수 4인방의 일원이었던 김용민 후보의 막말도 여권 비난공세의 표적이 되면서 야권 전체 판세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여야 내부사정에 정통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4월 재보선은 여야 모두 차기 대선의 전초전이라는 인식 아래 승리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는 양상이라면서 서울이든, 부산이든 선거전이 다가올수록 박빙구도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 막말 등 예기치 못하는 돌발악재가 터질 경우 선거판세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신문이나 TV뉴스 등 전통적인 매체보다는 인터넷,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등 SNS를 통한 정치뉴스 소비가 많아지면서 막말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이 될 수밖에 없다여야 지도부가 모두 강력한 막말 자제령을 내리면서도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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