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 시즌2 정책 대응 지자체별 ‘온도 차’ 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2월 ‘국가균형발전 비전선포식’에서 지역주도형 자립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3대 주요전략과 9대 핵심과제를 공표했다. 수도권 최대 122개의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골자로 한 ‘혁신도시 시즌2’ 프로젝트가 포함됐다. 이는 수도권에 집중됐던 기존 153개 공공기관들을 지방으로 대거 이전케 했던 1차 공공기관 지방분산 정책에 이어 다시금 지방정부의 공공기관 유치전에 군불을 때게 했다. 아직 정부에선 이렇다 할 구체적 공공기관 이전안을 내놓지 않았지만 지자체들은 묵묵히 정책 시행을 대비하며 공공기관 지역 유치에 절실한 모양새다. 이에 본지는 새해 공공기관 지역 유치에 적극 나선 지자체들을 시리즈로 기획, 보도한다. 이번호는 강원도, 제주도 공공기관 유치 전략에 대해 살펴봤다. 

최문순 강원도지사 [뉴시스]
최문순 강원도지사 [뉴시스]

- 강원도, 32개 공공기관 유치전 도지사가 팔 걷어붙여   
- 제주도, 실무 행정 전무…전국 지자체 중 가장 미온적 
강원도, 혁신도시 성과 도출 및 공공기관 유치 선제 대응

강원도(도지사 최문순)는 도 전역의 공동 발전을 선도할 혁신도시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일환으로 공공기관 유치에 전념할 방침이다.

전국 최초로 설립된 (재)강원도혁신도시발전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전 공공기관과 연계한 지역인재 채용 및 육성, 지역 생산품 우선 구매 등 상생협력을 강화하는 한편, 연관기업 유치 및 창업 지원 등을 통해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층 규모로 완공된 강원혁신지식산업센터와 연계 가능한 공공기관 유치를 위해 선제적 대응 전략을 마련했다. 도는 2019년 연구용역을 통해 강원도 특화 산업에 부합한 총 32개 기관을 대상으로 선정, 세부 유치 전략을 수립했다.

도에 따르면 ‘혁신도시 시즌2, 강원도 유치전략 및 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을 통해 기관 유치 적합성을 따져 대상기관 22개를 우선 선정했다. 여기에 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우량 공공기관 10개를 추가 선정했다. 이른바 ‘22+α(10개)’ 전략으로 1차(22개) 유치 대상 기관은 ▲자원‧환경 부문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건강생명 부문 한국보건의료연구원 ▲문화관광 분야 대한체육회, 한국임업진흥원 ▲공공서비스 부문 한국무역보험공사 ▲남북협력(물류) 부문 코레일유통, 코레일관광개발, 공영홈쇼핑 등이 5개 분야 22개 기관이 포함됐다.

도는 금융권을 중심으로 한 대형 우량공공기관 10개 유치에도 전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해당 기관들은 고용, 매출 규모가 커 이전만으로도 지역 경제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도가 유치를 희망하고 있는 앵커 우량 공공기관은 원주 이전설이 제기된 바 있는 한국수출입은행을 비롯해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예금보험공사, 농협 등이 꼽힌다. 아울러 강원도 내 군부대가 많은 지역적 특성을 살려 통일연구원, 한국국방연구원 등과 같은 유관기관 유치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지난해부터 국회와 도내 정치권 간 소통에 적극 나서고 있다. 또 ‘혁신·기업도시 발전을 위한 의원 모임’에 속한 이광재, 송기헌 의원과도 공공기관 유치에 머리를 맞대고 있다.

강원도청 글로벌투자통상국 한 관계자는 “강원도는 ‘공공기관 시즌2’에 대비해 해당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22개+a 희망 유치 기관을 선정하는 등 선제적으로 전략 수립에 나섰다”며 “4.7 보궐선거 등 대규모 정치 일정이 마무리되면 도지사님 차원에서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 공식적인 입장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시스]
원희룡 제주도지사 [뉴시스]

제주도, 정책 시행 암시에도 공공기관 유치에 ‘미적미적’  

‘공공기관 지방 이전 시즌2’ 시행을 암시하는 정부‧여당의 메시지가 공표되면서 전국 지자체들은 일사불란하게 TF(태스크포스)를 구성, 유치 공공기관 선정 및 공공기관 유치 홍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섰다. 하지만 제주도(도지사 원희룡)는 올해 들어서도 공공기관 유치에 시큰둥한 모습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 정책은 지역 산업‧경제‧문화‧환경 등 전 분야에 걸쳐 지역 사회 발전의 견인차 역할이 기대되는 국책 사업이다. 지자체마다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 행정 진행 속도나 방식에서 차이는 있지만 제주도는 유독 다른 지자체에 비해 지역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행정 대응이 미온적이다.

본지가 4주에 걸쳐 시리즈 기획으로 지자체 공공기관 유치 추진 현황을 보도 했다시피, 이미 제주도를 제외한 타 지역에서는 TF팀 구성을 시작으로 지역 내 연구기관을 통해 유망 공공기관 선정 작업을 모두 마쳤다. 아울러 공공기관 유치를 위한 ▲지역 내 유휴부지 사전 확보 계획 수립 ▲정주 여건 개선안 마련 ▲이전 기관(직원)에 대한 각종 혜택 마련 ▲희망 앵커 기관을 대상으로 한 홍보 및 실무 접촉 ▲혁신도시와의 연계 구상 ▲지역별 민간협의체 구성, 시·구의회 중심의 컨트롤타워 개설 ▲중앙정부·국회(의원)와 사전 교감 등 방대한 업무들이 상당 수준 진척된 상황이다. 일부 대도시의 경우 공공기관과 직원들을 현지로 수용하기만 하면 되는 단계까지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제주도는 지난 2019년 제주연구원을 통해 ‘수도권 공공기관의 제주이전 방안 연구’만 진행했을 뿐, 기관 유치에 필요한 실질적 행정은 진행된 사항이 없다. 해당 용역에서 지역 특성 등을 고려해 제시한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등 12개 기관을 제주에 유치한다는 입장이지만 그마저도 확정된 바 없이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제주연구원의 연구 수행 결과 유치 대상으로 지목된 기관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국가평생교육진흥원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해양환경공단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동북아역사재단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학교법인한국폴리텍 ▲한국건설기술연구원 등이다.

연구원에 따르면 12개 기관이 모두 제주도로 이전할 경우 연간 생산량 1996억 원, 부가가치 1124억 원, 일자리 창출 2683건 등의 이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 과제를 통해 경제적 파급 효과가 높은 공공기관을 지정해 조속히 유치해야 한다는 전문 연구기관의 제언이다. 특히 우선적으로 제주혁신도시 내 공공기관 이전을 적극 검토해야 하며, 원도심(도시재생)과 연계해 기관을 유치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내놨다.

도 관계자는 “전반적인 계획 수립이 덜 됐다. 공공기관 유치와 관련해 TF팀의 경우 현재 민간 전문가들을 포함한 협의체 형식으로 구성할 계획”이라며 “정부에서도 아직 구체적인 정책 시행 방침을 내지 않고 있어 도에서도 추이를 지켜보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타 지자체에 비해 왜 유독 제주도가 공공기관 유치 사전 작업이 늦는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구체적인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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