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이낙연 ‘양강 구도’ 깨져…정세균 조용한 약진에 ‘빅3’ 재편

- 이재명 독주체제 가속화…보궐 이후 이낙연 재기 여부에 귀추 주목
- 이낙연 ‘사면’ 패착으로 흩어진 표심, 최대 라이벌에 반사 이익 작용
- 추미애, 임종석, 김부겸, 이광재 등판론 부각 등 ‘제3지대’ 판도 커져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현재 여권 내에서 가장 대선 후보에 근접한 이재명 경기도지사(좌)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우) [뉴시스]

[일요서울 l 정두현 기자] 여권 차기 대선 구도가 요동치고 있다. 20대 대선까지 1년여 남은 가운데 차기 대권으로 이목이 집중되면서, 각종 정계 이슈에 표심도 일렁이는 모습이다. 지금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도지사,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정세균 국무총리가 대권에 가장 근접한 ‘빅3’로 지목된다. 근래 들어선 이낙연 대표가 ‘전 대통령 사면 제안’을 기점으로 하락세를 타면서 이재명 지사 독주 체제로 판도가 변했다. 정세균 총리는 여당 선두주자 간 균형 붕괴를 틈타 점차 브랜드를 넓혀가는 모양새다. 여기에 정계 복귀설이 돌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부겸 전 행안부 장관, 이광재 민주당 의원에 이르는 ‘제3후보’ 등판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15‧16‧19대 대선과 달리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에 견줄 만한 리더가 없는 상황에서 진보 진영 내 차기 대선 후보 경쟁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퀀텀점프’ 이재명, 호남‧여의도 공략으로 대선 기반 다져

2월 현재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지사가 이낙연 대표를 2배가량 앞서는 등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전문 여론조사 4개사가 공동 실시한 2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 대선후보 적합도에 따르면 이 지사의 지지율은 27%, 2위를 차지한 이 대표의 지지율은 14%로 나타나 큰 격차를 보였다. 앞서 1월 말 실시된 일부 여론조사에선 이 지사의 지지율이 ‘마의 벽’ 30%를 돌파, 13% 지지율을 얻은 이 대표를 압도하며 이재명 독주 체제가 굳어졌다는 평도 나왔다.

이 지사의 이러한 퀀텀점프는 이낙연 대표의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제안이 반대 여론에 좌초된 데서 큰 탄력을 받았다. 재난지원금, 손실보상 정책 등을 두고 지속된 당정 갈등도 이 지사에게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흐름을 놓치지 않고 최근 이 지사는 그간 서먹했던 ‘친문‧호남’을 집중 겨냥해 당내 입지 다지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에서 여야 의원 20여 명이 참석한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 자리에서 박영선, 우상호 서울시장 후보 등 여권 주요 인사들과 회동을 가졌다. 같은 달 29일에는 광주를 찾아 지역구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지는 등 폭풍 행보를 이어갔다. 이로써 대선을 대비해 내적 기반을 확실히 다지겠다는 계산으로 풀이된다. 특히, 지난 1월 민형배 의원이 이 지사에 공식 지지 의사를 보낸 것은 이낙연 대표의 텃밭인 호남 지역의 표심 이전이라는 상징성을 가짐과 동시에 이 지사의 대권 진입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 지사는 ‘기본주택, 기본소득, 기본대출’ 3대 핵심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일찌감치 민심 선점에도 나섰다. 정기적 현금 소득과 저금리 정부보증 대출, 장기임대 및 토지임대부주택 제공을 골자로 한 ‘기본 시리즈’ 정책이 서민층의 호응을 얻으며 지지도 상승에 반영되고 있다.

반면 이 지사의 정치적 한계점도 뚜렷하다. 정치 철학과 이념이 다른 진영에 대한 포용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정계 한 관계자는 “여권 차기 대권 후보로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이재명 지사는 분명 차기 대권에 가장 가까운 사람이라는 데 이견은 없을 것”이라며 “결단력과 뚝심 있는 행정이 강점이지만 정치적 신념 과잉이 독단적 리더십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면’ 패착에 절치부심 이낙연, 보궐 후 재기 여부에 초점

지난해 12월까지 이재명 지사와 대선 후보 지지도에서 용호상박을 겨뤘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수세에 있다. ‘국민 대통합’을 명분으로 제안한 전 대통령 사면이 자충수가 되면서 중도‧보수 포섭을 염두에 둔 정략이 외려 경쟁 상대의 몸집만 불린 결과로 이어졌다. 더군다나 이 대표의 정치 근간이라고도 할 수 있는 호남에서의 지지율 이탈은 뼈아픈 대목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광주‧전라 지역은 이 대표의 지지층이 두꺼운 비토(肥土)로, 이 지사가 친문‧호남 직계 표심을 온전히 흡수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전을 노릴 만한 핵심 기반이 갖춰진 형세다.

열세인 지금의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이 대표는 ‘이익공유제’ 중심의 사회·경제 통합 기치를 강조하며 새로운 대선 플랜을 구상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 관련법 법제화를 주도하는 한편, 영업제한 손실보상제와 사회연대기금에 이르는 폭 넓은 제도 도입을 통해 코로나 장기화로 실의에 빠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민심을 돌려세우겠단 복안이다. 일각에선 다가오는 4·7보궐선거의 승패 결과가 이 대표의 재기 여부를 결정짓는 또 하나의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결국 진보‧보수‧중도를 아우르는 포용력이 강점인 이 대표가 지지율 반등에 성공한다면 지금의 판세는 다시 뒤바뀔 전망이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총리에 비해 안정적 친문.친노 지지 기반을 갖춘 정세균 총리(사진)는 최근 여권 내 대선 후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지사와 이낙연 총리에 비해 안정적 친문.친노 지지 기반을 갖춘 정세균 총리(사진)는 최근 여권 내 대선 후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뉴시스]

‘친문‧친노’ 기반 두터운 정세균, 다크호스로 부상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재명, 이낙연에 이어 여권에서 가장 주목받는 잠룡으로 20대 대선에서 ‘총리 대권 불가’ 징크스를 깰 가능성이 점쳐지는 또 다른 거물이다.

정작 본인은 대선 행보에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외부의 시각은 다르다. 정 총리는 탄탄한 친문‧친노 지지 기반을 바탕으로 ‘여권 통합’에서 가장 높은 잠재력을 갖췄다는 것이 정계 평가다. 열린우리당 시절 당의장을 맡아 문 대통령을 묵묵히 보좌했고, 20대 총선 직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탈당으로 호남에서 생긴 공백도 정 총리가 메웠다.

반면 문 대통령과 지난 대선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이재명 지사는 ‘친문’이라는 등용문을 넘어야 한다. 이낙연 대표 역시 과거 구 민주당 원내대표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판한 전력이 있다.

정 총리는 코로나 방역대책을 진두지휘하며 연일 ‘K방역’ 홍보를 이어왔다. 또 최근에는 코로나 사태에 따른 후속 민생 대책으로 자영업자 손실보상제 도입을 지시해 대권을 의식한 정치 행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한편, 정 총리의 경우 개각이 이뤄지기 전까지 재임 기간에 따라 대권 후보로서 운신의 폭이 제한돼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꼽힌다. 

여권 제3잠룡으로 지목되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우)
여권 제3잠룡으로 지목되면서 정계 복귀설도 점쳐지고 있는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우)

서서히 고개 드는 여권 ‘제3 잠룡’ 등판론

‘빅3’ 외에도 현재 여권 내에선 여러 제3 잠룡들이 연일 거론된다.

검찰-법무부 갈등의 주역으로 관심을 모았던 추미애 전 장관, 청와대 출신인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이인영 전 통일부 장관을 비롯해 이미 대권 출사표를 던진 박용진 의원, 차차기 대선을 위한 몸풀기가 예상되는 박주민, 김두관, 이광재 의원도 대열 합류 가능성이 점쳐진다.

여기에 최근 ‘검찰 사찰’ 파문으로 정계 복귀설을 일축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문 대통령의 복심 김경수 경남도지사까지 다양한 대안이 제시되고 있다.

이들 ‘제3후보’는 586‧친문 계열 후보 공백을 메울 강력한 대체재로 지목되는 만큼, 현재 대세론의 중심에 서 있는 빅3 후보들도 대선 행보를 잠시라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친문계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의 뿌리라 할 수 있는 친문‧586 계열 자리가 비어있다. 그런 정통성을 잇는 적자 성격의 후보는 반드시 필요하다”며 “여권에서 다양한 대선 후보 인재풀을 확보해야 상호 견제를 통해 최적의 후보를 낼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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