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재개 앞두고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 목소리…정부, 반걸음 ‘후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버스를 세우고 공매도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나섰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공매도 버스를 세우고 공매도 반대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나섰다. [한국주식투자연합회]

[일요서울 | 이창환 기자] 정부가 공매도 금지 조치를 연장해 오는 5월부터 재개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순차적으로 재개하고, 개인투자자들의 참여도 점차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제도보완 후 공매도 재개’라는 조치에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공매도 완전 금지 또는 무기한 금지에 대한 주장 및 반발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기관투자자와 외국인투자자에게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 비판을 넘어설 수 있을 지가 관건이다. 정부와 금융권에서는 OECD에 공매도 금지 국가는 한국뿐이라며 공매도 재개는 당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소유하지 않은 주식 파는 공매도는 사기”
박용진 의원, “금융당국과 국회 ‘공매도’ 제도적 문제점 바로 잡아야”

지난달 30일 공매도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이 20만60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은 가운데 청원이 종료됐다. 청원인은 “영원한 공매도 금지를 청원합니다. 지금 증시를 봐주세요. 공매도가 없다고 증시에 문제가 있나요?”라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청원인은 “여전히 투자가치가 있는 기업들에는 자본이 들어가고 투자가치가 없는 기업들에서는 빠져나가는 등 공매도를 금지시킨 지금 주식시장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다”며 “증시가 문제없는 상황에 공매도를 부활시켜야 하는 이유에 대한 진위를 밝히라. 기관과 외국인을 위해 국민의 돈을 갖다 바치는 일이 아닌, 금융시장 참여자들이 자유롭고 효율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국가는 환경 개선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3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감염이 급증하며 유가증권시장이 요동치자 주식시장의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중단시킨 바 있다. 한국거래소는 자본시장법과 그 시행령에 따라 증권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얻었고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 거래를 제한했다.

이후 공매도는 지난해 9월 재개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가 종식되지 못한 채 2차 유행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이를 6개월 연장했고 3월15일 공매도 재개를 강행할 예정이었으나, 여전한 코로나19 확산세에 재개 시점을 오는 5월3일로 다시 미뤘다. 

금융위원회 “공매도는 국가 ‘신용’ 평가 요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공매도 재개와 관련 완전 금지 및 제도 개선 후 재개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됐으나 글로벌 스탠다드인 공매도의 완전 금지 또는 무기한 금지는 어렵다”며 “선진국 중 유일하게 공매도를 금지하고 있으나 글로벌 지수 산출기관의 국가별 신용등급 평가 시 공매도가 중요한 평가 요소라는 점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금융위는 오는 5월3일 공매도를 재개한다. 다만 시가총액이 크고 거래량이 많아 공매도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은 코스피200과 코스닥150의 대형주를 중심으로 시작한다. 아울러 공매도에 개인 투자자의 참여 기회도 함께 열린다. 2~3조 원에 이르는 물량을 따로 배정하고 투자자 보호 조치와 교육도 의무화 한다. 이후 상황에 따라 나머지의 재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공매도 재개로 개인 투자자의 참여 기회가 열리면서 환영의 목소리가 있으나 일각에서는 오는 4월 서울시장 등 보권선거를 앞둔 선거용 대책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공매도 반대에 대한 여론과 정치권의 공세로 ‘반 보’ 물러난 데 불과하다는 분석이다. 결국 점차 확대되면서 기존의 공매도 거래로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한 청원 참가자는 “중소형주의 경우 상장주식 수가 적어 외국인과 기관들의 공매도 작전에 표적이 된다”며 “조직화 되지 않은 소액주주들은 기관의 공매도 물량을 감당할 수 없고 증거금부족으로 강제 매도가 진행되는 데, 이런 개인투자자의 취약성을 악용한 공매도 작전이 진행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쓴 소리를 했다. 

그간 ‘제도 보완 후 공매도 재개’를 주장해 온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소속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말 공매도 관련 자본시장법이 통과됐음에도 ‘증권사 책임강화’나 ‘전산시스템 구축’과 관련 속도가 나지 않고 있었다”며 “이번 공매도 제도 보완 및 재개 연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박 의원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제도 개선에 대한 지적을 받고서 구체적 방안 등이 시행령에 이미 포함돼 있다는 설명을 했다. 특히 지난달 한국거래소에 받아본 ‘공매도 제도개선 추진계획안’에 전산화 시스템 구축은 지속 추진 과제로 완료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박 의원은 “이제 공매도 금지 연장과 맞물려 전산화 작업이 속도를 낼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금융당국이 공언해왔던 전산화 시스템이 의무사항이 아니라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제도 보완을 위해 설명절 전 ‘증권사 책임 강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공매도 거래 전산화 의무화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매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가 자신의 트위터에 공매도를 비판하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일론 머스크 트위터]

추락으로 끝난 개미의 반란

미국에서는 ‘개미의 반란’으로 전 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게임스톱’의 주가가 일주일 사이 80% 이상 하락하며 공매도에 맞선 개미의 추락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스톱은 미국 20~30대의 추억의 오프라인 게임팩 회사로 온라인 전환에 실패해 주당 4달러에 머물렀으나, 지난달 13일 온라인 반려동물 용품업체 창업자의 경영진 합류 소식에 주가가 요동쳤다. 

개미들이 합세해 주가가 40달러까지 올랐으나, 헤지펀드가 공매도에 나서면서 “주가가 20달러로 폭락할 것”이라고 개미들의 주식 매수를 비난했다. 이에 개미들은 “공매도에 본 때를 보여주자”며 커뮤니티를 통해 뭉쳤고 게임스톱 주식 매수에 돌입. 무려 310만 명의 개미가 모여 열흘 만에 게임스톱의 주가를 700% 상승시켰다. 공매도 세력들은 큰 손실에 손을 털었다. 

전기차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역시 트위터를 통해 “당신이 소유하지 않은 집은 팔 수 없다. 소유하지 않은 차도 팔 수 없다”며 “그런데 주식은 소유하지 않은 채 팔겠다고? 이건 말도 안 된다. 공매도는 사기”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한편 공매도 세력을 몰아낸 이후 게임스톱은 연일 30% 이상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한 금융권 관계자는 “게임스톱에 작용하던 세력들은 집단으로 몰려든 개미들에 의해 손실을 입었고, 개인의 지지에 끝없이 오를 것 같던 주가는 결국 뒤늦게 매수에 나선 개미들의 추락을 가져왔다”며 “공매도를 포함한 어떤 주식 거래도 오기로 해서는 안 된다. 철저한 분석과 시스템 속에서 계획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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