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전문가 “4월 재보선, 7월 윤 총장 행보... 野, 변곡점 될 것”

[일요서울ㅣ정재호 기자] 국민의힘은 오는 4월 치러지는 재보선과 함께 내년 3월 대선후보군에 관한 고심이 깊은 모양새다. 자당 소속의 대선후보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상황에 제3지대에서 활동하는 인물들이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야권 지지층은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그리고 홍준표 무소속 의원까지 국민의힘 소속이 아닌 후보들에 대한 지지율이 높다. 하지만 최근 윤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로 돌아서며 야권 대선후보군은 ‘무주공산’이 됐다. 일요서울은 차기 국민의힘 대선 후보군을 전망해보고 야권에 다른 변수는 없는지 알아봤다. 

국민의힘 [뉴시스]
국민의힘 [뉴시스]

-홍준표 “야권 대선주자 지지도 1~3위 ‘국민의 힘’ 당 밖에 있어”

국민의힘은 지난해 4.15 총선에서 민주당에 패했다. 이후 김종인 위원장을 중심으로 지난해 4월 비상대책위원회가 꾸려졌다. 김 위원장은 당시 선거에 패배한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에 대해 고리타분하다, 비전이 없다, 부패하다,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개혁에 소극적이다 는 등의 인식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를 깨부수기 위해 특단의 조치로 인물론을 들고 나왔다. 김 위원장은 30~40대가 통합당 전면에 나서 당을 끌어 나가야 하며 차기 대선에서 “1970년대 생, 경제를 확실히 꿰뚫고 있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김 위원장이 특정 인물을 염두해두고 그런 의견을 피력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에 적합한 후보가 누구인지 추측해 보도했다. 

그리고 김 위원장은 지난해 4월24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가장 큰 세대가 바로 3040으로 그들의 마음을 잡지 못하면 2년 후 대선을 치를 수 없다”며 “가급적이면 70년대생 가운데 경제에 대해 철저하게 공부한 사람이 후보로 나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 대선에 출마한 사람들 시효는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홍준표 무소속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야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분류된 인물들의 유효기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은 “세대교체가 돼야 한국에 미래가 있다고 본다”며 “(새로운 정체세력은)1970년대 이후 출생자들이 주로 참여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이 주장한 ‘40대 기수론’은 1970년대 제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후보를 뽑는 과정에서 등장해 국민들의 주목을 받았다. 당시 40대인 김영삼 의원이 야당 대통령 후보의 자격 요건으로 “신민당이 국민에게 활기있는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는 ‘40대기수’에게 리더십을 넘겨줘야 한다”며 40 기수론을 주장해 화제가 된 것이다. 김 의원의 말에 당시 같은 40대인 김대중 의원, 이철승 의원도 대통령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다. 이후 40대 기수론은 개혁과 세대교체의 상징적인 주장이 됐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내세운 조건에 적합한 인물은 뚜렷하게 보이지 않았다. 
 

- 추미애 사퇴하자 ‘윤석열 지지율’ 하락... 野, 대선주자 안갯속

지난해 11월11일 여론조사기관 한길리서치가 쿠키뉴스 의뢰로 지난 7∼9일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천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총장을 지지한다는 응답이 24.7%로 가장 높았다. 이낙연 대표는 22.2%로 2위, 이재명 지사는 18.4%로 3위를 차지했다.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이낙연 대표와는 오차범위 이내이기는 하지만, 윤 총장의 차기 지지도가 처음 1위를 차지한 것이었다. 

하지만 최근 윤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지난 4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 등 여론조사 전문업체 4곳이 지난 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월 1주차 전국지표조사(NBS·National Barometer Survey)에서 ‘누가 차기 대통령감으로 가장 적합한지’를 묻는 질문에 여권을 제외한 야권 후보군에선 윤석열 검찰총장 9%로 1위를 달렸다. 이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4%, 홍준표 무소속 의원 4%, 오세훈 전 서울시장 2%, 유승민 전의원 1% 순이었다. 

윤 총장의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주된 이유는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과의 갈등 구도가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지난해 12월24일 윤 총장이 징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윤 총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정직 2개월’ 징계 처분 재가 뒤 8일 만에 다시 업무에 복귀했다. 이후 추 전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 구도는 다시 부각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달 27일 추 전 장관이 장관직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윤 총장이 대선 출마 가능성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지지율 하락은 예견됐던 일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지난 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의 대선 가능성이 아직까지 전혀 없다고 보긴 어렵다”며 “최근 지지율 하락은 출마 여부를 결정짓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유야 어찌됐든 윤 총장의 지지율 하락으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야권 진영의 대선 후보는 더욱 안갯속이 됐다. 

- 국민의힘, 4월 재보선 이후... 대선주자 나타날까?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해 비대위원장 취임이후 자신이 내세운 조건에 부합하는 인물을 제대로 영입하지 못했다. 여론조사 결과도 차기 보수야권을 대표할 1~3위의 후보군에 국민의힘에 소속된 인물이 없었다. 홍준표 무소속 국회의원은 지난 1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 야권 대선주자 지지도 1~3위(윤석열-홍준표-안철수)가 ‘국민의 힘’ 당 밖에 있다”며 “제1야당에 제대로 된 대권주자 하나 없이 무슨 정당이냐”고 지적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오는 4월 서울-부산 재보선의 결과에 따라 국민의힘의 대선주자후보군이 정립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홍정욱 전 의원, 유승민 전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 등 여러 인물들이 국민의힘의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의 주목을 받을만한 뚜렷한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재보선에서 특히 서울시장 후보를 두고 야권 단일화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어 최종후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보수야권의 최종 단일후보로 선출된 인물이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야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를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지난 4일 일요서울과의 통화에서 내년 대선의 보수야권 후보에 대해 “일단 크게 변곡점 2개를 고려해야 한다”며 “오는 4월 재보선과 이후 7월에 예정된 윤석열 검찰총장의 퇴임 이후 행보”를 언급했다. 

엄 소장은 “워낙 보수야권의 대선후보군에 인물이 없어 서울시장에 당선된 사람에게 지지세가 몰릴 것”이라며 “서울시장 임기에 대한 정치공방은 오가겠지만 그렇더라도 대선 후보로 부각될 소지가 크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윤 총장의 경우 퇴임 이후 향후 행보에 대한 입장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선 후보로 새로운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에 대해선 “과거 대선을 비춰보면 대체로 거론된 인물이 대선후보가 된다”며 “윤 총장이 퇴임 이후 제3세력을 만들어 보수야권을 흡수해 출마할 가능성은 있지만 새로운 인물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에서 뚜렷한 대선주자가 드러나지 못한 가운데 오는 4월 재보선과 윤 총장의 사퇴 이후 행보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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