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발생 시 배송기사 책임?… 배송기사에겐 갑질·소비자와는 불통

 

[일요서울 | 신유진 기자] 최근 한 유명 중소기업 가구 회사에서 가구를 구입한 소비자가 갑질을 당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소비자는 가구 구입처를 밝히지 않았지만, 소비자의 일화를 본 누리꾼들이 가구 회사의 이름을 밝히면서 알려지게 됐다. 갑질 의혹에 휩싸인 가구 회사는 ‘동서가구’로, 소비자 갑질 뿐만 아니라 가구 배송기사에 과중한 업무와 책임을 떠넘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5개월간 세 번의 제품 교환… 배송 중 제품, 집 천장·안방 문틀 손상

동종 업계 관계자 “가구 배달, 배송기사 1명이 원칙?… 혼자 하라는 법 없어”

동서가구에 피해를 입었다는 소비자 A씨에 따르면 지난해 7월 A씨의 부모님은 큰 옷장 하나를 주문했다. 주문 후 제품을 받았지만 하자를 발견했고, 이후 반품 과정을 거쳐 최종적으로 물건을 받은 날짜는 지난해 12월이 됐다. A씨의 부모님이 12월에 받은 물건은 3번째로 받은 제품이었다.

A씨는 3번의 반품 과정을 자세히 설명했다. 첫 번째 제품이 왔을 당시 가구 배송기사가 혼자 배송을 했고, 옷장을 집 안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옷장 테두리에 손상이 생겼다. 이에 A씨의 부모님은 동서가구 측에 교환을 요구했고, 3개월 이후에 교환 제품(두 번째 제품)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3개월 만에 받았던 제품은 받을 때부터 제품의 수납장 칸막이가 찍혀 있었다. 결국 두 번째 받은 제품도 교환할 수밖에 없었다.

배송기사 1명 추가 요청
사측 “1명이 배송하는 것 원칙”

 

소비자 A씨가 주문한 옷장. 

 

5개월 만에 세 번째 제품을 받았고 여기서 A씨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A씨는 “7월에 주문했던 제품을 2번이나 교환하면서까지 옷장을 다시 받은 것인데, 옷장 배송 중 손상이 또 생겼다”며 “(옷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집 천장과 안방 문틀에도 손상이 생겼다”고 하소연했다. 첫 번째 배송 과정에선 배송기사가 혼자 물건을 옮기다 옷장에 손상이 생겼기 때문에 A씨의 부모님은 동서가구 측에 “배송기사를 한 분 더 불러줄 수 없느냐”고 요청했다. 그러나 사측은 “원래 1명이 배송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답변을 받았다.

세 번째 제품을 배송하던 당시 A씨의 아버지는 혼자 옷장을 옮기는 배송기사를 도와줬지만 결국 사고가 발생했다. A씨는 “당시 배송 기사는 제품에 손상이 가면 본인이 배상해야 하기 때문에 제품을 매우 조심스럽게 옮겼다”며 “저희 아버지에게 도와주셔서 감사하다는 말까지 했다”고 말했다. A씨는 사측의 이 같은 배송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A씨는 손해 배상을 청구 할 대상이 배송기사가 아닌 사측이라고 생각해 가구점 AS센터 담당자에게 연락했다. 그러나 담당자는 “원래 가구가 크든 작든 1명의 배송 기사가 옮기는 것이 맞다”며 “배송을 하다 하자가 생기면 모두 배송 기사가 사비로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라고 말했다. 담당자는 본인도 배송기사를 했었고, 손해가 발생하면 배송기사 개인 비용으로 다 배상했다는 주장이다.

담당자의 이 같은 주장에 A씨는 배송기사가 개인적으로 실수를 하다 제품에 손상이 생긴 것은 기사가 배상하는 것은 맞겠지만, 이러한 일은 회사에서 배송 기사에게 과중한 업무를 준 탓이기 때문에 책임을 배송기사에게 다 돌리는 것은 부당하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사측은 “배송기사와 해결해야 하는 문제니, 배송기사에게 연락하라”라는 말만 내놓을 뿐이었다.

제품을 옮기던 중 천장에 생긴 손상.

 

제품을 옮기는 과정에서 안방 문틀에도 손상이 생겼다.

 

소비자 대응도 문제
연락 불통에 분통

A씨는 동서가구 측이 소비자 대응뿐만 아니라 연락에도 문제가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사측의 온라인쇼핑몰 상담 번호가 있기에 연락을 취했으나, 사측에서는 A씨가 제품을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주문한 것이라 상담을 받을 수 없다고 전했다. 또한 본사의 상담 번호 외(SNS, 온라인 쇼핑몰 상담사를 통해 받은 다른 번호, AS센터 담당자를 통해 받은 번호 등) 다른 방법으로도 연락을 취해 봤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동서가구 SNS에도 글을 올렸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

본지는 사측의 입장을 듣고 싶어 연락을 시도했지만 동서가구 측은 “담당자가 부재중이라 정확한 답변을 하기에 곤란하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동종 업계 관계자는 “무거운 물건을 배송기사 혼자에게 맡기는 것은 부당한 업무·과중한 업무가 맞다”며 “그로 인해 피해가 발생했을 시 모든 책임을 배송기사에게 전가하는 것은 책임 떠넘기기로밖에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1명의 배송기사가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식으로 말했으나, 그런 원칙은 당연한 것이 아니다. (저도) 십 년을 넘게 배송 했지만, 배송기사 1명이 반드시 혼자 하라는 법은 없다”고 지적했다.

A씨는 부모님 집에 발생한 손해에 대한 비용을 청구하고 책임을 묻고 싶어도 사측과 연락조차 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전했다. 또 AS센터 담당자가 알려준 번호 역시 통화가 원활하지 않았다. 이에 A씨가 다른 번호를 요구하자 담당자는 핸드폰 번호를 준 후 “이 번호는 문자로만 연락 가능하다”라고 답했다.

A씨는 사측이 본인에게 끼친 손해도 문제지만 가구 배송기사들에 대한 부당한 대우에도 화가 난다며, 무거운 가구들을 혼자 배송하게 하고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모두 배송기사 탓으로 돌리면 되겠냐고 반문했다. A씨는 “해당 문제는 배송기사의 실수가 아닌 처음부터 부당한 업무를 맡긴 회사의 책임인데, 배송기사에게 배상하라고 하는 것은 직원에 대한 갑질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편 가구 소비자 피해는 매년 1000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은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접수된 가구 관련 피해구제 신청은 총 3794건이라고 밝혔다. 피해 유형별로 살펴보면 품질 관련 사례가 55.2%로 가장 많았다. 이는 주로 상품의 품질 보증 기간 내 발생한 제품 불량에 대해 소비자는 제품 하자라고 판단하지만, 사업자는 소비자의 부주의한 사용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경우이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가구의 경우 반품이나 비용 등을 둘러싼 분쟁이 많아 구매 전 관련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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