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5. [뉴시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2.05. [뉴시스]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지난해 9월 말 법무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본격 도입을 위해 입법 예고할 예정이었던 상법 개정안에 ‘언론’도 포함되면서 한차례 논란이 일었던 바 있다. ‘가짜뉴스로 인한 폐해와 언론의 신뢰 하락에 따른 적절한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언론 자유를 탄압한다’는 주장이 팽팽하게 맞섰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입법을 추진 중인 가운데, 정치권과 언론 간 갈등은 더 커지고 있다.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악의적 보도는 사회 혼란과 불신을 확산시키는 반(反)사회적 범죄”라고 밝히며, 2월 임시국회 내에 ‘언론 개혁 입법’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고 선언했다. 당에선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핵심 추진 사안이 될 것이란 얘기가 나왔다. 민주당이 검찰 개혁, 사법 개혁에 이어 언론 개혁 입법에 드라이브를 걸고 나선 것이다.

야권은 민주당이 언론 개혁을 이유로 내건 가짜뉴스 규제를 ‘언론 길들이기’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4일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훗날 쓸데없는 이야기를 안 들으려면 그런 시도 자체를 안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도 “이낙연 대표의 언론개혁 의도는 언론 재갈 물리기라는 의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에 미디어·언론상생TF 단장인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5일 “민주당이 추진하는 법은 미디어로 인한 피해에 대한 신속한 구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라며 “언론 탄압법이 아니라 피해자 구제 민생 법안이며 인권 회복 보장법”이라고 반박했다.

8일 국회 과학정보방송통신위원회 여당 간사인 조승래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번 개정안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이용자가 대상”이라며 “언론사를 제외한 유튜버, 블로거 등 이런 분들이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주당에서 논의 중인 ‘6대 언론개혁법’은 ▲허위사실 명예훼손 시 3배 손해배상 ▲정정보도 크기 2분의1 의무화 ▲인터넷기사 열람차단 청구권 ▲언론중재위원 증원 ▲악성댓글 피해자의 게시판 운영 중단 요청권 ▲출판물 명예훼손 규정에 방송을 포함하는 등의 내용이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인터넷 기사로 피해를 입은 경우 해당 기사의 열람 차단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분쟁 발생시 언론중재위원회(언중위)가 조정이 가능토록 하는 신현영 의원안, 정정보도 시 문제가 된 기사와 같은 분량 및 크기로 보도하도록 한 김영호 의원안, 언론중재위의 중재위원 정원을 확대하는 김영주 의원안 등이 있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의 경우 게시판의 운영 중단 등 악성 댓글 대처 관련 규정을 만든 양기대 의원안과 불법·거짓 정보 유포로 명예 훼손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한 윤영찬 의원안이 있다.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규정에 방송도 포함시킨 이원욱 의원의 형법 개정안도 포함된다.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도 지난 5일 허위 보도를 한 언론사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도록 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정정보도 요건을 강화해 오보를 방지하고 허위 보도 관련 징벌배상제를 도입하며, 언중위의 기능과 권한을 확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한편 지난해 12월 법무부가 주최한 ‘집단소송·징벌적 손해배상 법안 공청회’에서 ‘상법 개정안(징벌적 손해배상제)’이 가짜뉴스의 대책이 될 순 없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법안에 언론의 보도 영역까지 포함됐다”며 “이렇게 될 경우 표현의 자유가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으며 언론의 활동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 공기(公器)로서 표현의 자유는 적극 보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박 교수는 “법안의 목적 중 하나가 가짜뉴스 폐단을 막는 것인데, 상당한 오해를 살 소지가 있다. 언론의 자유, 헌법 정신을 생각하면 굉장히 조심해야 하고 가짜뉴스 폐단은 충분히 다른 방식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가짜뉴스를 유통하는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에게 책임을 지워 억제하거나 언론사 등록 등 행정적 절차를 통해 문책을 할 수 있다. 징벌적 손배제가 가짜뉴스 대책이라는 인상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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