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重 사내 변호사의 연수원 동기가 소송 대리…불리한 화해조서 쓰게 해”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동서울터미널 [사진=양호연기자]

[일요서울 | 양호연 기자]동서울터미널 재건축 관련 잡음이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임차상인과 한진중공업의 소송전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최근에는 상인들과 한진중공업 간 작성한 화해조서가 화두로 떠올랐다. 동서울터미널에서 불법 재건축 반대투쟁과 상생 재건축 인허가 협의를 촉구하는 한 임차상인은 “그간 억울하다는 하소연이 법정 증인 심문을 통해 진실로 밝혀졌다”며 “한진중공업의 불법적 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 상인들 “재건축 반대투쟁, 상생 재건축 인허가 협의 촉구”
- 임차인 담당 변호사 법정 증인 심문...“작당했다? 실체 아냐”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동서울터미널 [사진=양호연기자]

임차상인들과 한진중공업 간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도마 위에 오른 것은 2019년부터다. 한진중공업은 자금 등의 문제로 동서울터미널 재건축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없자, 당해 7월 신세계그룹 계열 부동산 개발회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공동으로 ‘신세계동서울PFV’를 세웠다. 신세계프라퍼티가 85%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으며 한진중공업이 10%, 산업은행이 5%를 차지하는 구조다. 이후 3개월 뒤인 당해 10월 한진중공업은 신세계동서울PFV에 터미널을 매각하면서 상인들에게 연말까지 가게를 비울 것을 통보했다.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모르는 사이 작성 ‘무효’”
날선 대립각 여전해


동서울터미널 내 일부 임차 상인들은 한진중공업의 결정에 반발해 퇴거 기한을 넘기고도 점포를 운영했다. 이후 잡음은 지속됐고 상인들은 서울동부지방법원에 1심 기각 판결에 대한 불복 항소와 함께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재판부는 이에 대해 강제집행을 사건의 판결 선고까지 정지할 것을 결정했지만, 해를 넘긴 현재까지도 이들의 날선 대립은 지속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동서울터미널 임차인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는 최근 일요서울에 “재판부가 담당 변호사 이모씨를 증인으로 불러 심문했다”며 “기본적 업무와 도리를 하지 않은 변호사의 행위를 증인심문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간 임차상인이 억울하다고 하소연한 호소가 진실된 것임과 한진중공업의 불법적 행위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대위 측은 그간 상인들과 한진중공업 간 작성한 화해조서를 두고 상인들도 모르는 사이 작성된 무효한 문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화해조서에는 동서울터미널이 재건축에 들어가는 경우 상인은 요구 없이 나간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는데, 해당 문서에 직접 도장을 찍지 않았다는 게 상인들의 설명이다. 이들은 특히 화해조서를 작성할 변호사를 한진중공업 측에서 선임했고, 수임료를 지급했다는 점에서 해당 화해조서는 무력화 돼야 한다고 설명한 바 있다. 자세한 내용은 본지 보도 <[단독‧판결문 입수] 재건축 앞둔 동서울터미널...판결 선고까지 ‘강제집행’ 면했다(1368호)>참조.

한진측 변호사 동기가,
상인들의 변호사로?


일요서울이 입수한 서울동부지방법원 증인신문조서의 녹취서에 따르면 변호사 이 씨는 한진중공업의 사내 변호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연수원 동기’ ‘같은 반, 같은 조’라고 답변한 것으로 기록됐다. 하지만 ‘소송을 수임해 수행한 데 한진측 사내 변호사의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냐’와 관련한 물음에는 “사내 변호사와 작당해서 뭘 한 것 같이 쓰인 전단지는 실체가 아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임차인을 대리할 변호사를 찾고 있다며 할 의사를 묻는 한진측 사내 변호사의 물음에 ‘의사가 있다’는 뜻만 밝혔다는 것이다.

이 같은 증인에 대해 비대위 측은 “한진중공업으로부터 소송비용을 지급받고, 이 사건과 관련된 명도소송에서 한진중공업을 대리한 사실로 보아 변호사 이 씨는 실질적으로 피고(한진중공업)를 대리한 것으로 봐야 한다”며 “형식적인 임차상인의 대리인으로, 임차상인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화해조서를 작성하게 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소송위임장을 전달 받기 전부터 이미 실질적으로 한진중공업의 소송대리인으로서 역할을 해왔다”며 “나아가 이 같은 소송행위는 배임행위의 여지가 큰 수준의 대리행위와 같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에 대해 일부 상인들은 이 변호사의 자백이 이뤄진 점에 대해 다행이라는 입장을 내비치면서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강제집행 정지 이후 몇 차례 공판이 이어져 온 만큼 심리적 피로감이 상당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의 법정 다툼은 오는 17일 판결을 앞두고 있다. 이들은 ‘화해조서 무효’를 강조하며 법원 앞 릴레이 1인 시위 등을 펼쳐가고 있다. 유동인구 수 만여 명에 달하는 교통허브 동서울터미널을 둘러싼 잡음이 과연 올해 안에 수그러들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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