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 조작·광고 논란’… “정보의 다양성 확보하겠다”

[사진=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캡처]
[사진=네이버 실시간 검색어 캡처]

[일요서울ㅣ김혜진 기자] 국내 포털 업계 1위 네이버(Naver)가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실검)와 검색차트 판을 오는 25일 종료한다고 밝혔다. 2005년 첫 도입 이후 끊임없이 이슈를 몰고 다녔던 실검 서비스는 1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그동안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여론 조작이나 홍보 및 광고 등으로 신뢰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포털의 자성적 노력에도 논란은 계속됐고 카카오(Kakao)는 결국 지난해 2월 포털 다음의 실시간 이슈 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했다. 네이버는 실검 서비스 등의 폐지 이유에 대해 “정보의 다양성 확보 차원”이라고 밝혔다. 

- 자성적 노력에도 불구… 16년 만에 폐지

지난 4일 네이버는 공식 블로그인 ‘네이버 다이어리’를 통해 “풍부한 정보 속에서 능동적으로 필요한 정보를 소비하고 싶어 하는 트렌드 변화에 맞춰 오는 25일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와 모바일 네이버 홈의 검색차트 판을 종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네이버 다이어리에 따르면 실시간 검색어 서비스는 정보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시작됐다. 1999년 검색 포털에서 출발한 네이버에서 ‘인기 검색어’를 주요 서비스로 키워내 2005년 5월 ‘실시간 검색 순위’라는 이름이 등장했다. 당시 1~10위까지 총 10개의 인기 검색어가 메인에 공개됐다. 

실검 서비스는 일정 시간 동안 네이버 검색창으로 입력되는 검색어를 분석해 사용자 입력 횟수의 증가율이 가장 큰 검색어를 순서대로 보여주는 방식이다. 네이버가 국내 최대 검색 포털로 성장하면서 실검 순위는 사람들이 지금 어떤 일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 역할을 해 왔다. 

네이버는 “인터넷 서비스를 가장 활발하게 사용 중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진 콘텐츠를 소비하기보다 자신의 취향이나 기호에 맞춰 선택적으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으며 직접 콘텐츠를 생산해내는 것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 사용자의 검색어는 더욱 가치 있는 정보로 (사용자에게) 돌려 드리겠다”고 덧붙였다.  

‘홍보·정치적 의도 커’ 폐해

실검은 단순한 검색어 차트만이 아니었다. 그 이상의 역할을 했다. 여론이 주목하는 이슈나 인물 등이 실검에 오르면 ‘실검에 올랐다’는 게 다시 화제가 돼 트래픽이 급증했다. 일부 언론들은 트래픽을 위해 실검과 연관된 제목이나 내용으로 바꿔 가며 같은 내용을 반복 송고하는 ‘어뷰징 기사’를 양산했다. 이로 인해 주요 뉴스가 밀려난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았다. 2007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실급검)’로 이름이 바뀌고 나선 검색어 갱신 주기도 10초로 늘어났다. 이는 네이버가 포털 1위를 차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부작용은 커져 갔다. 실검 순위에 오르기 위해 특정 기업들은 상업적 목적으로 홍보 및 광고를 위한 인기 검색어를 띄웠다. 이들은 자신들이 내세운 특정 키워드가 실검 순위에 노출되면 각종 쿠폰이나 할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일단 순위에 오르면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고, 관심이 없던 소비자들까지 유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실검창이 본연의 목적을 잃고 광고판이 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었다.

또한 정치적 목적을 가진 집단이 특정 검색어의 순위를 이용하는 일도 잦아졌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여야 두 후보가 서로를 비방하는 실검 경쟁이 증가하기도 했다. 2019년 8월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임명을 두고 ‘조국 힘내세요’와 ‘조국 사퇴하세요’가 번갈아가며 실검 전쟁을 했다. 당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은 한성숙 네이버 대표를 항의 방문해 “포털 여론조작이 얼마나 쉬운지 그리고 포털이 어떻게 여론조작을 묵인 또는 동조하고 있는지 점을 다시 환기시킨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는 네이버에 오히려 부담이 된 셈이었다.

네이버는 2017년부터 실검 서비스의 이 같은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여러 차례 개편을 했지만 나아지는 건 없었다. 네이버와 비슷한 고민을 하던 카카오(Kakao)는 앞서 지난해 2월 포털 다음(Daum)의 ‘실시간 이슈검색어’ 서비스를 폐지했다. 당시 여민수·조수용 카카오 공동대표는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이용자들의 자연스러운 관심과 사회에서 발생하는 현상의 결과를 보여주는 곳이어야 한다. 최근 실시간 이슈 검색어는 결과의 반영이 아닌 현상의 시작점이 돼 버렸다”며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재난 정보 알림 등 순기능도

실검 서비스가 폐해만 있는 건 아니다. 네이버 실검 서비스는 이용자들이 검색 창에 입력하는 검색어를 데이터화해 입력 횟수의 증가 비율이 가장 큰 검색어가 순위로 매겨져 노출되는 특성이 있다. 즉 내가 찾는 키워드가 곧 다른 이용자에게도 가치가 있는 정보라는 관점에서 설계됐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는 포털이 성장하면서 영향력도 같이 성장했고 사람들이 현재 어떤 일에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로 여겨져 왔다.

또 지진이나 태풍 등 재난 상황을 알려주거나, 그날의 주요 소식을 전해주기도 하고 잊힌 스타 근황 등 추억을 소환하기도 했다. 특히 네이버는 일평균 이용자 수만 약 3000만 명으로 실검 영향력이 매우 컸다.

2019년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공개한 인식조사에서는 이용자의 63.7%가 포털 사업자의 검색어 서비스가 ‘계속돼야 한다’고 봤다. 검색어 서비스 운영 원칙이나 기준 공개에 대해서는 ‘공개해야 한다’가 79%, ‘외부 검증이 필요하다’가 87.1%로 집계됐다.

네이버는 실검 대신 통계 분석 서비스를 강화할 방침이다. 네이버 홈에선 ‘검색차트’도 아예 사라진다. 대신 네이버는 검색어 관련 데이터를 ‘데이터랩’에서 활용할 계획이다. 데이터랩 홈페이지에서는 ▲검색어 트렌드 ▲쇼핑인사이트 ▲카드사용 통계 ▲지역통계 ▲댓글통계 등 뉴스와 검색 서비스에서 취합한 데이터에 기반한 부가 서비스가 제공된다. 예를 들어 ‘검색어 트렌드’는 이용자가 키워드를 직접 입력하면 해당 키워드의 네이버 내 검색량 추이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 관계자는 “검색어 서비스 역시 사용자의 능동성을 수용할 수 있는 데이터랩 서비스 고도화로 이미 무게 중심이 옮겨 갔다”라며 “사용자로부터 받은 검색어 데이터는 다시 사용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가치 있는 정보로 돌려 드리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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