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인사부터 朴-尹 냉기류···갈등의 서막 열렸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 청사 내 내 인사청문준비단 사무실로 사용했던 장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2021.02.05. [뉴시스]
지난 5일 윤석열 검찰총장과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검찰 인사에 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법무부 제공]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지난 7일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기습적으로 검사장급 인사를 단행한 가운데, 교체가 거론되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유임되고,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남부지검장에 전보됐다. 이른바 친정부 검사 ‘추미애 라인’으로 평가 받던 검사들이 대거 유임된 셈. 반면 윤석열 검찰총장의 최측근 검사인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 때문에 ‘추미애 시즌2’라는 비판이 거세게 이는 형국이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유임,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 서울남부지검장에 전보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 인사 대상서 제외···핵심 참모들도 자리에 머물러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첫 번째 검찰 고위 간부 인사를 단행하면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의 서막이 오른 모양새다. 윤 총장의 의견 반영 여부를 두고도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검찰총장의 요구를 사실상 ‘패싱’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박 장관은 직접 ‘패싱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있다.

휴일 기습 인사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7일 검사장급 인사 4명을 전보하는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는 박 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하는 것이다. 임기 시작 후 열흘 만에 이뤄졌다. 승진 인사가 없는 데다가 소규모로 이뤄졌으나, 내용과 형식을 두고 잡음이 이어지는 형국이다.

우선 윤 총장과 불편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유임됐다. 윤 총장 징계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심재철 검찰국장은 라임 사건 등 굵직한 수사가 진행 중인 서울남부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사실상 영전한 셈이다. 또 ‘추미애 라인’으로 꼽히는 이종근 대검찰청 형사부장도 자리를 유지했다.

반면 윤 총장의 최측근으로 거론되는 한동훈 법무연수원 연구위원(검사장)은 인사 대상에서 제외됐다. 박찬호 제주지검장, 이원석 수원고검 차장검사 등 추미애 전 법무부장관의 재임 시절 대거 좌천성 인사 조치된 윤 총장의 핵심 참모들도 자리에 머물게 됐다.

朴, ‘허심탄회한 소통’ 강조

사실상 뒤통수 맞은 尹

검찰 내부에서는 윤 총장의 의견이 대부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 서울중앙지검장의 유임, 심 검찰국장의 서울남부지검장 전보 등이 윤 총장의 요구와 정반대되는 인사조치라는 것. 윤 총장이 명확한 인사안이나 인사 시기 등을 언론 발표 전에 전달 받지 못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반면 법무부는 검찰국장 교체와 신임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 임명 등 일부 인사안에 윤 총장의 요청이 반영됐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 박 장관이 구체적인 인사안을 윤 총장에게 직접 전달한 바 있고, 사전에 인사안도 전달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거절당했다고 주장했다. 박 장관은 직접 “패싱이란 말은 맞지 않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검찰국장으로 옮긴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을 두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정수 지검장은 대검 기조부장 출신이고, 박 장관이 중퇴한 남강고 후배로 알려진다. 이정수 지검장은 윤 총장 징계 과정에서 징계에 찬성하는 취지의 진술서를 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자, 남부지검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이정수 지검장이 당시 윤 총장에 유리한 상황을 빼고 진술했다고 주장하는 목소리도 속속 나온다.

인사 내용을 떠나 박 장관이 취임 2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윤 총장과 대립 구도를 형성한 점도 주목된다. 추 전 장관의 경우도 취임 후 일주일여 만에 단행한 검찰 간부 인사가 윤 총장과 갈등의 시작이었다.

당초 박 장관은 윤 총장과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았던 추 전 장관과는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과 기대가 잇따랐다. 두 사람은 사법연수원 23기 동기이기 때문에 이견이 있더라도 충분히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다는 관측이었다. 박 장관은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석열이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실제로 박 장관은 취임 전후 윤 총장과 소통하겠다고 거듭 밝히면서 추 장관과는 차별점을 두는 모습을 보였다. 윤 총장도 박 장관이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되자 먼저 축하전화를 거는 등 우호적인 관계 형성에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 고위 간부 인사 전에도 두 사람의 우호적인 분위기가 나타났다. 박 장관은 취임사에서 ‘허심탄회한 소통’을 강조했으며 윤 총장과 두 차례 이상 만나 인사를 논의하겠다고 공언했다. 실제 양측은 수차례 얼굴을 맞댔다. 잦은 회동에도 이견은 좁혀지지 않았다. 우호적인 분위기도 오래가지 않은 셈이다.

“두 차례 면담은 쇼였다”

국민의힘은 이번 검찰 인사를 두고 “추미애 시즌2 인사”라고 힐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일 당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해 박 장관이 인사 과정에서 윤 총장을 패싱했다는 일부 지적을 언급하면서 “윤 총장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아니었다”며 “전격 발표된 인사는 윤석열이 검찰총장이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국민들에 확인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거짓말을 했든지, 박 장관이 대통령 뜻에서 반해서 인사를 했든지 둘 중 하나”라며 “법무부가, 검찰이 얼마나 더 정권에 장악돼야 하는지 참으로 통탄할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정책의원총회에서도 “추미애가 물러나면 정상화되겠지 했던 기대마저 헛된 기대였다”며 “법무부가 민주당의 법무부, 특정 진영의 법무부가 돼 버렸다”고 꼬집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대위원회의에서 “박 장관은 윤 총장과 두 번의 면담을 언론에 공개하는 이른바 ‘인사소통 쇼’를 했다”며 “역시 쇼는 쇼였다. 검찰총장과 협의 없이 ‘추미애 시즌2’다운 오만과 독선을 재현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장관과 윤 총장 사이에 벌써부터 냉기류가 감지되면서, 향후 검찰개혁을 둘러싼 양측의 힘겨루기도 치열할 전망이다. 검찰 중간 간부 인사도 앞두고 있는데, 이 과정에도 또다시 박 장관과 윤 총장의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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