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그런 사람 아니다” 주장…2차 가해 논란 또다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여사. [뉴시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여사.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부인인 강난희 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편지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 퍼지는 가운데, ‘진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취지의 편지 내용을 두고 논란이 번지고 있다.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온라인 통해 급속도 확산···박원순 기억하는 사람들 강 씨가 작성한 게 맞다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 “박원순의 도덕성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주장도

강 씨가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편지는 지난 6일 오후부터 온라인상에서 급속도로 확산했다. 박원순을 기억하는 사람들(이하 박기사) 관계자는 “해당 편지가 강 씨가 작성한 게 맞다”며 “박 전 시장 가족 측이 박기사에 직접 전달해 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박기사는 박 전 시장 추모를 위해 지난해 말 생긴 단체다. 참여연대, 아름다운가게, 희망제작소 등 박 전 시장과 함께 일했던 각계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

인권위 제출

탄원서도 공개

편지에는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성희롱을 한) 사람이 아닙니다. 저는 박원순의 삶을 끝까지 믿고 끝까지 신뢰합니다”라고 적혀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성희롱이 있었다고 판단한 내용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의 글도 적혔다. “박기사의 입장문에는 ‘성희롱 판결을 받아들인다’는 내용이 있다”면서 “아직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적혀 있다.

인권위 및 별건 재판에서 인정된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 일부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읽히는 대목이다. 해당 내용은 박기사 측에 대한 불편한 심정도 내비치고 있다. 인권위가 지난달 25일 ‘박 전 시장의 성추행이 인정된다’는 직권 조사 결과를 발표하자, 박기사 측이 지난 1일 ‘인권위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이며 피해자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린다’는 입장문을 냈기 때문.

편지에는 또 “박원순의 도덕성을 믿고 회복시켜야 한다”, “40년을 지켜본 내가 아는 박원순 정신의 본질은 도덕성” 등의 내용도 담겨있다.

손편지에는 강 씨가 인권위에 제출했다는 탄원서도 첨부됐다. 해당 편지에는 박 전 시장이 여성 인권에 주춧돌을 놓았고, 박 전 시장의 인권을 존중해 달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탄원서에는 “최근 법원의 무참한 판결 앞에 저희는 또다시 무너져 내리고 암흑 속에 갇혔다”면서 “나의 남편 박원순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고 적혔다.

박기사 측은 공개된 손편지 내용에 대해 강 씨 의견과 박기사 측의 뜻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권위의 결론이 아쉽다는 취지의 편지 내용에 대해서는 “유족으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해당 편지 자체는 지지자를 향한 사적인 메시지로 읽히지만, 편지가 공유되는 과정에서 박 전 시장 측근과 지지자들의 첨언으로 인해 공적인 메시지로 바뀌었다는 의견이 잇따르고 있다. 인권위 및 별건 재판은 불충분하며, 진실은 밝혀지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다는 것이다.

논란이 되고 있는 손편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논란이 되고 있는 손편지. [사회관계망서비스 캡처]

“피해자 두 번 죽이는 행위”

해당 편지 공개는 2차가해 논란으로도 번지고 있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의혹을 폭로한 전 비서 A씨 법률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법무법인 온세상)는 “그 편지를 받은 지지자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리는 행위는 정치적 의도가 담겨 있는 것으로 판단돼 유감스럽다”면서 “국가기관의 발표내용조차 부정하는 듯한 지지자들의 태도는 피해자의 안전한 일상 회복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우리 사회의 위력 성폭력 근절 노력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여성계에서도 이번 사태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때와 유사하다며 “전형적인 2차 가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일부 누리꾼들도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행위”, “조두순 아내도 남편이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자신 있으면 휴대전화를 공개하라” 등의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검으로 조사하자는 주장도 나왔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회장은 지난 7일 SNS를 통해 “강 여사님 얼마나 억울하십니까? 그 억울함을 푸는 길은 다시 수사하는 길밖에 없는 것 같네요”라고 밝혔다. 그는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 씨에 대해 비판을 이어오고 있는 인물이다.

임 회장은 이어 “검찰은 믿을 수 없으니 특별 검사 임명해서 한 조각의 의혹 없이 철저히 수사해서 전 국민이 다 알게 하는 것이 여사님의 억울하신 마음을 조금이라도 푸는 길일 것 같네요”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조성필)는 지난달 14일 별건 재판에서 박 전 시장이 ‘남자에 대해 모른다’, ‘남자를 알아야 시집을 갈 수 있다’는 등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는 A씨의 진술을 언급했다.

당시 선고는 A씨를 지난해 4월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 동료직원 B씨의 준강간치상 혐의에 대한 것이었다. 재판부는 B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진술한 내용에 비춰 보면 피해자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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