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이기우 언론인]부산시장 선거의 네거티브가 심하다. A후보의 경우 친인척 중 한명이 부산에서 영향력이 있는 단체와 가까워 판을 흔들려 한다는 얘기도 들리더라. 경선이 끝나면 깨끗하게 승복하고 국민의힘 후보를 적극 도와야 할 텐데.”

국민의힘 한 현역의원은 사석에서 기자와 부산시장 당내 경선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며 이 같은 우려를 전했다. 부산시장 경선과 관련, 국민의힘 후보들 간에 네거티브 선거전이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횡행하는 상황을 두고 한 말이다. 여기에 가덕도 신공항 이슈도 걱정거리다. 더불어민주당이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가덕도 신공항 문제로 덮어버리고, 국민의힘 대구경북 VS 부산울산경남 갈라치기 작전이 성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당의 공세에 국민의힘 내에서는 불협화음을 내면서 집안싸움이 한창이다. 국민의힘이 부산시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형준과 이언주, 뉴시스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2.01. 뉴시스

- 부산시민 34.1% 가덕도 신공항 추진 상황을 보궐선거 최대 변수로 꼽아
박형준 VS 박형준 구도 형성될까박형준 독주막으려는 경쟁후보들
3자 단일화되더라도 경선 후유증 불가피결과 승복 못해 지지층 이탈 우려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지금은 오거돈 전 부산시장 성추행 사건에서 비롯된 선거라는 점을 부각시켜야 하는 상황에서 여권의 가덕도 신공항 공세에 국민의힘 지도부 투톱인 김종인-주호영 불협화음’, ‘대구경북-부산경남울산갈등만 부각되고 있다고 말한 뒤 내년 대선승리의 전초전임에도 불구하고 부산시장 후보로서의 비전 제시에 무게를 두기보다는 대세론 깎아내리기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국민의힘 부산출신 한 인사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국민의힘 내 경선 후보들 간의 네거티브전, 가덕도 신공항에 대한 국민의힘 내부 갈등으로 인해 국민의힘=대안정당이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부산시민들에게 각인될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부산시장 선거 초반 판세는 국민의힘 완승이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승리에 대한 물음표가 생긴다는 얘기였다.

가덕도 신공항 놓고, 우왕좌왕’, 단일대오대조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띄운 가덕도 신공항문제에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알파카드를 꺼내들었으나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김 위원장과 부산을 방문하지 않으면서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한다는 행보를 보이고 있고, 대구경북 의원들은 절차적 문제 등을 거론하며 가덕도 신공항 반대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대선 승리를 위해 부산시장 선거를 이겨야 하는 상황이고, 가덕도 신공항은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를 정책으로 풀고 있다는 지적까지 당내에서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최다선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대구경북 의원들을 설득하는 등 당 지도부로서 조정 능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부산을 방문해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해야 하는 것 아니냐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대승적 행보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반해 민주당은 가덕도 신공항을 매개체로 반전을 노리고 있다. 아니, 부산시민들이 원하는 것이 가덕도 신공항이라는 사실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이 문화일보 의뢰로 지난 67일 부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1명에게 부산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가 무엇이냐고 물은 결과(95% 신뢰수준, ±3.46%, 응답률 21.8%), 가덕도 신공항 추진 상황을 꼽은 응답이 34.1%로 가장 많았다. 전직 시장의 성추행 사건 21.2%, 코로나 방역 상황 16.9%, 후보의 소속 정당 9.4%, 4차 재난지원금 지급 범위 5%, 한일 해저터널 공약 1.9% 순이었다.

그래서일까. 야당은 가덕도 신공항 띄우기에 올인하고 있다. 민주당은 9일 국회에서 동남권 경제 관련 간담회 행사를 진행했고, 부산에서는 연석회의를 개최하며 가덕도 신공항에 힘을 실었다. 의석수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2월 임시 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공언하는 등 야당이 우왕좌왕하는 동안 민주당은 단일대오를 형성한 것이다.

실제 민주당 이낙연 대표는 국회에서 동남권 신경제 엔진 정책간담회를 열고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강조하며 구호를 외쳤고, 부산에서는 김태년 원내대표, 홍익표 정책위의장, 전재수 선임 부대표, 박성준 원내대변인 등 원내대표단과 박재호 부산시당 위원장, 김영춘·박인영·변성완 부산시장 보궐선거 예비후보 등이 총출동했다. 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는 가덕신공항 건설의 굳은 의지를 부산시민 여러분께 확실히 보여드리기 위함이라며 총출동의 이유를 밝혔다. 이는 국민의힘 김종인 위원장은 부산을 방문한 반면, 주 원내대표가 방문하지 않은 것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그는 가덕신공항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업이며, 민주당의 일관된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홍익표 정책위의장도 서부산의료원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를 확정 짓는 등 현안을 해결하고 있지만, 가장 큰 것은 바로 가덕신공항이라며 민주당은 2월 임시국회에서 이를 반드시 처리해 840만 부··경 주민들의 염원에 답하겠다고 밝혔다. 여당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총공세로 나올 것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은 국민의힘 갈라치기 공세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 때문에 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오거돈 전 시장 성추행으로 인한 보궐선거라는 점을 부각시키기 위해서라도 국민의힘이 가덕도 신공항 찬성 입장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2.01. 뉴시스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 김영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이 서울 금천구의 한 스튜디오에서 ‘더불어민주당 시장후보지원자들의 국민면접’ 방송촬영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1.02.01. 뉴시스

예비후보들 박형준 때리기’, 단일화 후유증 우려

국민의힘 부산시장 경선 후보들 간 집안싸움도 부산시장 보궐선거 빨간불이 켜진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그동안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국민의힘 승리를 장담하는 분위기였지만 후보들 간 비방전이 난무하면서 판세가 바뀌었다. 서로 지난 총선에서 참패를 초래한 책임자”,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관련된 인사라고 비판하는가 하면 물밑에서는 A후보 친인척이 나서 카더라식 의혹제기를 하며 특정후보를 비방하기 위한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장제원 의원은 당내 경선에서 우리 후보가 우리 후보를 비판하는 데 열을 올리며 네거티브 경선을 하면서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빨간불이 들어왔다고 주장했다.

이런 지적에도 불구하고 국민의힘 부산시장 예비후보들은 () 박형준 전선구축에 나서고 있다. 1위를 달리는 박 예비후보를 향해 중도보수 몰락의 책임이 있는 사람에게는 일정 기간 냉정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비판하는 등 독주체제를 막겠다는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x파일도 존재한다고 음모론도 판치고 있다. 물론 반대로 뒤집어 말하면 박 예비후보의 경쟁력이 상당해 박성훈, 이언주, 박민식 예비후보가 단일화를 해야만 해볼 만하다는 뜻으로도 풀이된다. 지역 언론에서 어대박(어차피 대세는 박형준)”이란 말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제 박 예비후보는 전국적 인지도가 높고, 합리적 보수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 강점이다. ‘썰전(jtbc)’강적들(TV조선)’ 등 시사 프로그램의 보수 논객으로 출연, 기존 보수와는 차별화된 중도통합적 해법을 제시하며 중도 확장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이다.

또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비록 패배했지만 중도까지 아우른 야권 통합을 주도하면서 인지도를 쌓았다. 언택트 선거가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쌓아 올린 대중적 인지도가 한몫함과 동시에서 학계, 국회의원, 청와대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은 것도 플러스 요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를 입증하듯 박 예비후보는 당원 투표(20%)와 여론조사(80%)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며 당내 후보들을 여유 있게 따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또 박 예비후보는 민주당 김영춘 예비후보와의 가상 대결에서 오차범위를 벗어나 크게 앞서는 것으로 조사됐고, 이언주 예비후보는 김 예비후보와의 가상대결에서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박 예비후보는 30~40%의 지지율을 형성, 국민의힘 당 지지율보다 박 예비후보의 개인지지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8~29세에서 60세 이상까지 모든 연령층에서 2위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였고, 보수와 중도 성향에서도 우위를 달렸다.

그래서일까. 박민식박성훈이언주 예비후보는 93자 단일화 추진에 나섰다. 세 후보는 사전 회동을 갖고 단일화 참여 여부와 구체적인 단일화 방식 등에 논의했으나 결론을 내지 못했다. 단일화 부정적이었던 박성훈 후보도 단일화 조건 등을 협의한 뒤 최종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3자 간 단일화가 성사되면 1강 구도를 위협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확실한 데다 단일화에 패배한 후보가 결과에 승복하고 전폭적으로 단일 후보를 지원할 것인지 등도 의문이다. 또 박민식-이언주 양자 간 단일화에 그칠 경우 단일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에 박 후보는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된 전성하 후보를 캠프 참모로 영입하면서 경쟁 후보들의 단일화 시도 무력화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경선이 이미 본선 진출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단일화 과정이다. 반문연대를 위한 후보단일화가 아닌 당내 경선 후보자들 간의 단일화는 오히려 상당한 후유증을 남길 것으로 예상된다부산시장 보궐선거 악재로 작용하지는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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